테크놀로지와 문화 콘텐츠

결말을 선택할 수 있는 넷플릭스의 인터렉션 콘텐츠 성공할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9. 1. 10. 15:33

-다결말의 인터렉션 콘텐츠의 미래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서사 전개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다. 주인공이 살았으면 좋겠는데 죽기도 한다. 반드시 주인공만이 아니라 조연이 죽기도 한다. 꼭 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시청자나 관객이 그렇게 하고 싶은 대로 서사 구조가 바뀐다면 어떠할까.


넷플릭스의 신작 영화 ‘블랙미러:밴더스내치’는 작품의 내용보다는 그 형식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그 형식은 바로 시청자가 선택하는 결말의 다양성이었다. 시청자의 상상을 현실화 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방식이 처음인 것은 아니다. 1936년 ‘2월 16일의 밤’에서는 관객의 선택에 따라 보르헤스 ‘허버트 퀘인의 작품에 대한 연구’(1941)의 작품에서도 시도한 바가 있다. 일종의 메타소설이다. 1970년대에 나온 게임북은 책안에서 선택함에 따라 몇 페이지로 이동하시오라고 한다. 1980년대에는 디지털로 옮겨간 게임북인 텍스트 전자 게임에서는 텍스트 형태로 서사 전개가 달라지는데 이후에 그래픽 어드벤처 게임이 나온다. 풀모션 비디오(FMV)를 활용한 게임들은 영상이 흐르는 가운데 특정 버튼을 눌러 진행하는 이른바 인터렉티브 무비이다. 풀모션 비디오 방식의 다결말 영화는 ‘블랙미러: 밴더스내치’가 처음은 아니다. 2016년 스위스에서 개봉한 ‘레이트 시프트’(Late shift)가 있다. 관객들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다수 선택한 서사 구조로 결말이 흘러가는 것이다.   


원래 넷플릭스는 ‘장화신은 고양이’와 같은 아동용 컨텐츠에 이런 다결말 형식을 적용했다. 동화같은 콘텐츠를 비교적 서사 구조가 간단하기 때문에 제작이 용이한 측면이 있다. 한국에서도 네이버가 동화의 결말을 선택할 수 있는 오디오북을 출시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늦은 감이 있는데 이렇게 다결말의 콘텐츠에 익숙한 어린이들이 성장해갈 때 과연 그들의 성인기에는 어떤 콘텐츠가 각광을 받을 지 궁금증이 일 수 밖에 없다. 


이런 다결말의 영화는 아직은 한계점이 노출된다. 자신들이 선택을 했기 때문에 몰입도는 높을 수 있는데, 선택에 따른 서사의 방향성을 우선하다보니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는 감정의 흐름에 좀 더 자연스러움이 필요하다. 좀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감정의 흐름을 위한 내적인 구조화가 필요하다. 시청자들이 선택한 것이라는 착각을 주지만 단순히 알고리즘의 작동에 불과한 것이다. 시청시간 즉, 러닝 타임이 일정하게 줄어들거나 늘어가는 가는 점은 특징이기도 하지만 한계일 수 있다. 자신이 선택한 것에 따라 시간이 줄거나 늘어단다면 일반 생활인의 관점에서는 예측된 시간 소비가 안된다. 


그렇다면 이런 다결말 영화는 대세가 될까. 다른 영역으로 확장가능성은 어떨까. 넷플릭스라고 하는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다결말이 가능하다고 해도 과연 일반 관객 영화에서는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과연 앱을 통해서 다수의 결말을 따라가는 방식이 대안이 될 지는 알 수가 없다. 더구나 이런 다결말의 콘텐츠가 모든 인터렉션 콘텐츠의 미래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물흐르듯이 FLOW에 맡기는 콘텐츠를 원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은 여전하다. 그것을 만들어내는데 콘텐츠 창작집단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다 결말을 원하는 것은 단순히 궁금하기 때문이 아니다. 감동이 우선이다. 감동스런 혹은 그렇게 되어가기를 원하는 가운데 다른 면으로 흘러가기를 바라는 소망이 생길 때 다 결말을 원한다. 결국에는 콘텐츠가 수용자들에게 매력적이어야 한다.  원소스 멀티유스가 가능한 것이 먼저 작품이나 콘텐츠가 수용자에게 매력적인 것을 전제로 성립하여야 하듯이 말이다.



글 김헌식(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박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