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걸그룹 멤버들의 목숨이 위험하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10. 13. 19:53

한류 열광 뒤의 청소년 연예인들 의료복지 보장해야


2월 EXID 하니는 장염이 심해졌는데 피로누적 때문이었다. 3월 혜리는 뇌수막염 진단을 받았다. 혜리는 활동중 고열과 두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실려 갔다. 5월 에이프릴 현주는 호흡장애와 두통 때문에 잠정 활동을 중단했다. 오마이걸의 진이는 거식증 판정을 받고 역시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 4일 크레용팝의 소율이 공황장애로 활동 중단을 알렸고, 5일에는 여자친구 엄지가 건강이 나빠져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엄지는 최근 다리 통증으로 좌측 대퇴부 봉공근 염좌 진단을 받았다. 걸그룹 여자여자도 멤버 미소가 결막염에 걸려 활동을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최근 아이돌 가수들의 건강 상태가 적신호에 걸렸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러한 건강은 상태의 악화는 피로와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아이돌들은 예전보다 더 힘들어진 상황이 됐다. 우선, 경쟁이 치열해졌다. 특히 걸그룹은 더하다. 한 해 동안 선을 보이는 걸그룹은 50~60개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활동을 이어가야 경쟁에서 버텨 나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섹시 경쟁이 다시금 격화 되었다. 그러려면 최대한 날씬한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것도 보통 사람은 흉내 내기 힘든 모습을 지녀야 상품성을 갖는다. 

이런 몸매에 관한 스트레스는 소속사나 자신 스스로가 부과하는 것만이 아니다. 이에 부합하지 않는 멤버에게는 악플이 쏟아지기도 하는 점을 보면 이같은 점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오마이걸의 진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 그렇게 비만도 아닌데 몸이 뚱뚱하다는 악플에 시달렸고 그것이 심한 다이어트 거식증을 유발한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다이어트는 정상적인 체력을 해친다. 그러므로 활발한 활동을 저해하게 만든다. 따라서 스케줄은 늘어나는 데 체력은 저하되므로 질병에 걸리거나 기존 증상이 악화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더구나 요즘 아이돌 가수들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 공연까지 다 소화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과거보다 더 혹독한 활동 환경에 놓여 있다. 

미소의 경우에는 베트남 공연 뒤에 증상이 악화 되었다. 대체로 아이돌 가수들은 댄스 음악을 주로 하기 때문이다 체력이 많이 소모된다. 이 때문에 다른 가수들과 달리, 몸에 대한 관리가 더욱 필요하다. 하지만 젊고 어리다는 이유로 간과되기 쉽다. 더구나 여성 아이돌 그룹 같은 경우, 좀 더 취약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점은 앞에서 예로 든 질병의 주인공들이 여성이라는 점이 잘 말해주고 있다. 즉, 여성 아이돌 가수들에게 좀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무리한 스케줄이 계속 되는 것은 투자대비 수익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 그룹이 20~30억의 비용을 소요한다고 볼 때 그것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혹독한 스케줄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들은 청소년이기도하면서 소속사에 등록된 연예노동자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들이 얼마나 노동을 하고, 휴식이나 휴일을 어떻게 보장받아야 하는 지에 대한 논의가 없다. 대체적으로 소속되는 순간, 자신들에게 들어간 돈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이면서, 수익을 벌어주어야 하는 근로자가 되어야 한다. 그들이 최소한 어느 정도의 시급, 월급을 받아야 하는지 고민도 공론화도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질병이나 부상은 투혼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기 일쑤이다. 당연하게도 산재라는 판단도 거리가 멀다. 

그런데 아이돌 가수들이 아프다는 것은 단지 활동을 못하는 것만이 아니라 학교 수업을 빠져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간과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9월 28일 시작된 김영란법은 아이돌에게도 적용되었는데, 특히 그들이 연예 활동으로 수업 결석을 양해 받는 것이 부정청탁에 해당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동안에는 학교 측에 양해를 구하기 대외적인 가수활동 등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 그런 요청은 부정 청탁에 해당하기 때문에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교칙에 따른다고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동안에는 수업일수가 부족해도 졸업을 하거나 학위를 취득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이제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줄기차게 지적되어 온 학습권에 대한 요구가 일정하게 실현될 수 있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었다. 학교 명예 때문에 학생들의 수업권을 희생해 온 점은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무엇보다도 같은 재학생들과 비교하여 일어나는 형평성 문제도 비등하게 지적되어왔다. 

아이돌 멤버들이 자주 질병이 났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들이 학교에 왔어야 하는 날에도 대외적인 활동에 휘둘렸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제도권 교육이 반드시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는 따져봐야 하겠지만, 제도 교육이 갖는 형식적 요건도 그들의 장래에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또한 규칙의 준수와 신뢰의 유지가 필요하며 그것이 형평성의 원칙에 부합할 것이다. 물론 김영란법으로 그들이 무리하게 활동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좀 더 살펴야 하는 것은 아이돌 가수들을 괴롭게 하는 정신노동과 감정노동에 관한 문제다. 그들은 적어도 지켜보는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만을 보여줘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비난을 받을 뿐더러 활동 자체의 기반도 붕괴된다. 

일반 감정 노동자의 경우에는 해당 업무시간에만 감정의 유지와 표출에 신경을 쓰면 된다. 하지만 아이돌의 경우에는 이런 시간의 제한이 없다. 무대에 오른 시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자신의 의사나 행동과는 상관없는 일들이 발생해서 고통을 가하며, 그러한 고통에 섣불리 반응을 보여서도 곤란하다. 

일반 감정노동자는 제한 공간에서 일부 고객에 대해서만 주의를 하거나 신경을 써야 하지만, 이런 아이돌 가수들은 전방위적이고 대상에 제한이 없다. 특히 여성 아이돌 가수들에게 가혹하게 가해지는 경향이 크다. 

당장에 인기와 수익을 위해서 몸을 혹사 시킬 수 있다는 개발독재시대의 사고는 이런 아이돌 가수의 구성과 운영에서도 여전히 발견되고 있다. 당장에 눈에 띄는 성과 때문에 안에 있는 깊은 모순을 외면하는 곳도 닮았다. 무엇보다도 이제 갈수록 몸으로 때워 넣는 경제모델은 유지될 수 없는 환경으로 치닫고 있다. 

아이돌의 경우에도 치열하여 지는 상황을 온통 어린 청춘들의 몸으로 땜빵하고 있다. 섹시한 몸만들기이든, 저질 체력으로 스케줄을 채우든 공통적이다. 결국 병이 드는 것은 실제로 몸으로 뛰어야 하는 노동자들이다. 한류 현상은 이런 방식으로 저가의 제조업 방식을 취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상태에서 다른 창조적인 콘텐츠를 차별화 시켜내지 못한다는 한 때의 붐업에 불과할 것이다. 그것이 케이 팝의 미래가 우울하게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그들에게 의료복지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전 아이돌 멤버들의 건강 상태를 의무적으로 측정하고 그것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아니 최소한 잘 먹고 잠을 잘 수 있으며 기초 휴식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