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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에서 천재바둑소년 택이 아버지는 어디로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11. 25. 12:39

‘응답하라 1988’에서 천재바둑소년 택이(박보검)의 아버지는 시계방을 한다. 예전에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시계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없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연탄집이나 쌀집도 그렇다. 동네사장님들은 어디 갔을까.

볼펜과 노트나 수첩, 원고지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줄어들었다. 문구점이 없어졌다. 학교 앞에 가끔식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레코드나 CD, 카세트테이프를 듣는 이들도 없어졌다. 당연히 카세트 플레이어나 씨디플레이어를 듣는 사람들도 없어졌다. 음반레코드 판매점도 종적을 감췄다. 심지어 리어커 판매상도 없어졌다. 그렇게 많던 비디오 대여점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tvn 인기드라마 '응답하라 1988' 동영상 화면 캡처.
tvn 인기드라마 '응답하라 1988' 동영상 화면 캡처.

시계수리점이 따로 있었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시계를 차지 않으며 비싼 시계들은 따로 구입한다. 동네에 시계점이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텔레비전을 많이 봤지만, 이제 텔레비전을 많이 보는 사람들도 없어졌고, 신문이나 잡지도 그렇게 보지 않는다. 신문배달부도 없어지고, 배달업소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책도 보지 않으며 동네에 많던 서점들도 사라지고, 심지어 만화 대본소나 동네 서점도 잘 볼 수가 없는 상황이다. 동네골목길은 사라지고,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생기면서 필요한 이런 상점수도 더욱 적어졌다. 사람들은 더 이상 사진을 현상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사진관을 찾지 않아도 된다. 디지털 카메라와 아날로그 카메라의 구분은 없어지고, 디카를 그냥 카메라로 인식하는 세대가 많아지고 있다.

동네 골목마다 있던 구멍가게 슈퍼들은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밀려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연탄장사는 일찍 없어지고, 가스통을 싣고 다니던 오토바이도 찾아 볼 수 없다. 가스통을 싣고 폭주하는 가장 위험한 오토바이도 없어진 것이다. 도시가스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일어나는 당연한 현상이었는지 모른다.

한국 사회는 집적화, 대형화, 집중화, 디지털화 때문에 동네에서 할 수 있는 자영업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이는 일자리 자체가 창출되지 못하는 것이며, 신구세대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지역에서 충분히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며 이는 작은 동네 사장님들도 늘어나지 못하게 한다. 이는 퇴직자들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업종의 제한을 말해준다.

평균수명은 늘어난 상황에서 노후에 고용직원으로 일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는 우울한 상황을 만들게 된다. 일자리나 업장의 문제를 넘어서 자신의 일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모아놓은 돈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이러한 점들은 더욱 부동산에 의존하는 행태를 심화시키기도 한다.

여기에서 몇 가지 단어를 짚어야할 필요성이 있겠다. 집적화는 각각의 업종이 한 공간에 몰려 있는 현상이다. 몰링 공간이나 멀티플렉스를 생각하면 쉽게 연상할 수 있는 개념이다. 그 공간에 가면 웬만한 업소는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대형화현상은 대형 공간이 다른 공간들의 기능과 역할을 흡수하는 것을 말한다. 대형 유통마트가 슈퍼를 몰아내는 현상을 포함한다. 작은 규모의 편의점도 사실상 전국에 걸쳐 몸집을 불린다. 집중화 현상은 교통의 발달과 맞물린다. 유명한 공간은 다른 어떤 것보다 사람들을 많이 끌어 모은다.

지하철과 고속도로의 발달은 지방의 사람들도 서울의 유명 장소나 공간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깔대기 효과는 이와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지역의 상점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디지털화 현상이다. 특히, 스마트 모바일화는 기존의 상점들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사라지게 만들었다. 특히 하드웨어나 고립적 콘텐츠 상품들을 파는 매장들을 사라지게 했다. 물론 일자리를 늘게 만든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 늘어난 것은 디지털에 익숙한 이들에게만 한정되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음식점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삼시세끼이상을 먹어야 한다. 먹방이나 쿡방이 많아지는 것은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좀 더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먹어야 하고 맛있는 것, 새로운 것을 원하기 때문에 다른 아이디어만 있으면 쉬워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쉬워 보인다면 사람들이 많이 몰려드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 치열한 경쟁을 내포한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밀려날 가능성도 많고 그에 따른 실패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많이 생기고 대부분 망한다.

자영업으로 많이 몰리는 현실,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일자리는 없어지고 빚만 늘어간다. 사회경제의 변화와 테크놀로지의 발달은 이렇게 변화시켰다. 이것을 변화시킬 수는 없는 것일까. 그래서 과거드라마 속 동네가 자영업인들에게는 더 그리운지 모른다.

글/김헌식(정책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