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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스 논란´ 누구를 위한 공익인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12. 8. 10:26

´헌터스 논란´ 누구를 위한 공익인가

-선명성 투쟁으로는 상생의 컨텐츠 불가능

영화 <차우>는 멧돼지에 대한 공포를 다루었다. 멧돼지를 공포영화의 소재로 다루는 것이 생소할 수도 있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멧돼지는 보호의 대상으로 여길 만 했다. 멧돼지 사육은 농가의 고소득원이었다. 하지만 이제 멧돼지가 흔해졌기 때문에 희소성은 없다.

멧돼지들은 천적이 없는 상태에서 왕성한 번식력으로 개체수가 불어나면서 농작물을 심하게 훼손하는가 하면 주택가에도 출몰해서 공포감을 조성하고 차도에 나타나 교통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어쨌든 인간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고 이 때문에 정부당국에 해결책을 요구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아왔다. 공익성을 고민하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이 이 문제를 다루는 것도 이제는 낯선 것만은 아닌 것이 되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신설 코너 ‘대한민국 생태구조단 헌터스’가 방송되기도 전에 논란에 휩싸였다. 17개 환경·동물·생명관련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방영하기 전에 밝힌 꼭지의 형식은 연예인 출연진과 전문엽사들이 팀을 이루어 멧돼지들을 포획한다는 것이었다.

논란이 되는 것은 멧돼지 사냥이라는 의미를 강하게 내포하기 때문이다. 제목이 벌써 '헌터스' 즉 사냥꾼이다. 더구나 홍보문구는 “눈을 뗄 수 없는 스릴과 모험의 현장”이 포함되어 있었다. 아무리 멧돼지가 농가 등에 피해를 주고 있지만, 사냥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 더구나 사냥 과정을 공중파 방송에서 오락프로그램을 통해 내보내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겠다. 제작진은 “멧돼지 포획이나 살상 없다.”고 밝혔다. 어쨌든 홍보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노이즈 마케팅의 성공이었다.

아니, 정말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공익성의 강화를 위해 ‘대한민국 생태구조단 헌터스’를 도입했는데, 오히려 가치 없어 보이는 오락프로그램만도 못한 평가를 듣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방송조차 되지도 않은 상황이었는데 말이다. 물론 방송이 나간 후에도 시민단체들의 태도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사실 절묘한 타이밍 탓도 있다. 얼마 전 환경부가 관리 대책을 내세우며 내년 초까지 2만 마리의 멧돼지를 잡을 수 있도록 했고 이에 환경·동물·생명단체들은 매우 민감해진 상태였다. 해당 프로그램이 환경부의 반생명적 정책안에 부화뇌동한 것으로 보여졌던 것이다. 하지만, 기획의도 자체에 담긴 공익성에 대한 의식은 분명 평가해주어야 한다.

사실 ‘헌터스’가 성공해야 하는 이유도 있다. 그것은 멧돼지가 퇴치되어야 하는 관점은 아니다. 방송 프로그램 가운데 공익성을 표방해서 성공하는 예가 갈수록 드물어지고 있기 때문에 ‘헌터스’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칫 공익성을 표방하는 소재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은 원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다만, 공익성을 표방하면서 공익성을 수단화 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루저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KBS <미녀들의 수다>는 공익성을 표방하면서 실제적으로는 다른 여타 오락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는 선정적 수단을 취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다문화와 세계화 시대에 방송의 역할이라는 사회적 가치와 공공명제를 내세웠지만, 성상품화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켰다. 다만 다문화와 세계화 시대의 방송의 공공성이라는 화두는 여전히 유효하다. 쉽게 만들 수 있는데 공공성을 생각하는 제작진들의 노력을 평가해야 이후에도 선순환이 될 수 있다.

환경·동물·생명 단체들이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헌터스를 비판한 것은 하나의 퍼포먼스였다. 멧돼지를 인간중심주의 차원에서만 바라보고 있는 현 세태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주지시키려는 것이었다. 방송 제작진이나 시민단체나 사회적 가치나 공공성을 생각하는 데는 같은 일치점이 있다.

그런 면에서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의 관계일 것이다. 선명성 투쟁으로는 상생의 콘텐츠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 문제점이 여전히 고민하게 만든다. 우선 공익의 정의와 범주에 대한 시각차가 있다는 것이다. 공익을 실현하는 현실적인 수단과 층위도 다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들도 이제 공익성을 표방하기 시작했다. <1박 2일>이 긍정적인 평가를 들으면서 높은 시청률을 이끌어내는 것은 시청자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청춘불패>는 걸 그룹의 사회봉사 활동을 강조하고 <천하무적 야구단>은 체육의 사회적 확산을 공익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무한도전>의 경우, 한식의 세계화를 선택한 것도 마찬가지다. 각자 공익을 내세우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공익인지 시각차와 논란이 있다. 사실 타블로의 형 이선민 씨가 MBC <무한도전> 뉴욕 편을 보고 비판 글을 미니홈피에 올린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방송 프로그램이 국가와 사회적 위상과 이미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방송과 시민단체는 이상론과 현실론으로 갈등하기 쉽다. 또한 오락 프로그램은 오락 프로그램이다. 재미와 즐거움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현실을 가공하고 때로는 왜곡할 소지는 항존한다. 그러한 면에서 지속적인 지적과 비판 그리고 대안의 탐색이 중요하겠다. 이번 논란의 경우 핵심은 인간을 위한 공익인가, 생명을 위한 공익인가 일 것이다. 아무리 공익이라지만, 인간을 위해 동물을 죽이는 장면을 내보내는 것은 근본적인 공익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평소에 방송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 못했을 때만 비판하면서 ‘역시 너희들은 그런 존재들이야’ 하는 태도는 곤란하다. 대중문화에 대한 편견이 있는 한 도돌이표다. 지속적인 관심속에 이중성을 벗어버리고 대중의 눈높이에서 잘한 점에 대해서는 칭찬해주어 선순환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