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테크놀로지

21세기형 날씨마케팅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4. 4. 7. 07:40

21세기형 날씨마케팅이 시작되다

세계 신산업 창조 현장 (91)

2014년 03월 04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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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산업계 동향   날씨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여름철 더위가 심할 때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리고, 추운 겨울날씨에 부드러운 니트웨어가 많이 팔릴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받고 있냐고 물으면 대부분 침묵하게 된다. 답변할 내용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심증은 가지만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가 안 나와 있다. 갑론을박하다가 결국 결론을 못 내기가 십상이다. 

그러나 최근 데이터처리 기술은 이 애매한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수시로 변하는 날씨 상황에 맞춰 날씨와 마케팅 간의 정확한 상관관계를 추적하면서,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유연성 있는 데이터를 공급하고 있다. 

영국 통계청서 날씨・판매 데이터 공개

글로벌 마케팅 전문지인 ‘마케팅 위크(Marketing Week)’에 따르면 영국 통계청(ONS)은 지난 1월부터 매일의 날씨 상황과 소매거래의 상관관계를 측정, 보고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3년 이후 날씨 상황과 소매거래 데이터를 비교한 내용이다.

▲ 영국 기상청에서 수집한 기상자료들이 지역별 소매거래 현황과 결합돼 신선한 날씨마케팅 데이터를 양산하고 있다. 사진은 영국 기상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 'Met Office'.  ⓒhttp://www.metoffice.gov.uk/

북극해 등 주변 해양성 기후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영국은 지역적으로 날씨 상황이 가장 복잡한 나라 중의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기상과학이 발전해왔다. 

이번에 기상청 홈페이지 ‘Met Office’를 통해 공개한 이 데이터는 영국 기상기술의 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역에 따라 각각 다른 날씨 상황을 모두 세분화해 그 지역 소매거래 상황을 일일이 다 비교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수행한 테리 메이크웰(Terry Makewell) 씨는 이 보고서를 통해 “지난 10년 간 어떤 지역에서 언제 많은 비가 왔으며, 또 어떤 지역에서 언제 날씨가 급격히 추워졌고, 그로 인해 소매거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데이터가 나가자 패스트푸트업체인 KFC가 재빨리 움직였다. 자사 판매량이 날씨 영향을 얼마나 받고 있는지 과거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매장에 따른 날씨와 판매액을 비교하면서 KFC 자체 데이터를 뽑고 있는데 향후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기본 데이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날씨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구글(Google) 역시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장터(marketplace) 개발 담당자인 톤 제넨(Tom Jenen)은 “그동안 날씨정보가 광고전략 등 마케팅계획에 수립하는 데 충분히 활용되고 있지 못해왔다”고 말했다.

노키아, 추운 날씨 통계보고 판촉 강화

그러나 이번 영국 통계청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들이 날씨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세밀하면서도 구체적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기업 마케팅 현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노키아(Nokia)에서는 이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기온이 내려갈 때마다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선보인 터치스크린이 ‘추운 날씨에서도 장갑을 끼고 작동할 수 있는 모바일 제품’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증명하기 위해 영국 전역으로 판매원들을 내보내 직접 거리에서 ‘Make love’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벨기에 맥주업체인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와 커피전문점 코스타(Costa)는 본격적인 날씨 마케팅을 위해 최근 전문가를 고용했다. 영국 통계청에서 발표하고 있는 날씨・소매거래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스텔라 아르투아의 경우 그동안 온도와 제품 판매상황을 추적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여름철에 온도 섭씨 2도 이상 올라갈 때마다 자사 제품 ‘시드루(Cidre)’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식이다. 그러나 매년 온도변화가 어느 정도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름철 더위 예상하고 대대적인 커피 특판 행사

이 문제를 통계청 데이터가 어느 정도 해결해준 것이다. 스텔라 아르투아에서는 올 여름을 앞두고 대대적인 판촉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온도가 크게 올라갈 것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기 등을 활용해 ‘시드루’ 이미지를 더 확산시키고, 본격적인 날씨 마케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커피전문점 코스타에서도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옥외 판매를 강화할 계획인데 주력 상품은 ‘아이스 콜드 코스타(Ice Cold Costa)’다. 올 여름철 기온이 섭씨 22도 이상 올라갈 것을 예상해 매우 확실한 마케팅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재닛 옐런((Janet Yellen)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지난 2월27일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날씨에 대해 언급했다.

“2월11일 하원 청문회 이후 발표된 미국의 각종 지표가 부진하고 있는데, 이례적인 강추위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한다”는 것. “날씨의 영향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아직 가늠하기 힘들지만 향후 동료들과 함께 날씨 변수에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한파는 제조업 생산지표를 감소시키고 있으며, 실업난 해소의 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소비도 줄었다. 지난 2월 소매거래액은 전월대비 0.4% 감소했다. 무엇보다 한파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47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날씨가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해왔다. 이 문제를 기상과학 강국인 영국이 해결해나가는 모습이다. 산업계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4.03.04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