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와 비교문화

[2011 대중음악 결산①] 아이돌 팝의 해외 진출이 남긴 이야기들-프레시안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2. 1. 1. 22:30

한류·나가수·검열논란…다 아이돌 때문이야!

[2011 대중음악 결산①] 아이돌 팝의 해외 진출이 남긴 이야기들

이대희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1-12-25 오후 2:26:31

올해 가요계는 대중음악사에 있어서 전환기로 기록될 만했다. 한국 대중음악이 본격적으로 해외에 뻗어가는 한해였으나, 이 과정에서 취약한 기반도 드러났다.

아이돌은 이제 한류의 첨병이 돼 아시아를 완전정복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아이돌 팝이 장악한 대중음악의 부실한 체질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입증됐다. 대중음악 검열 논란이 다시금 일어난 점은 여전히 남아 있는 한국 대중문화의 어두운 일면을 재확인케 했다.

다양한 키워드를 쏟아냈던 올해 대중음악계를 두 차례에 걸쳐 되돌아봤다.

코리아 인베이전…?

아이돌 음악계가 올해처럼 이야기를 양산한 때도 없을 것이다. 먼저 한류의 실체는 어느 정도 확인됐다. 소녀시대와 빅뱅이 음악전문채널 MTV에서 존재감을 드러냈고, 카라는 오리콘 차트를 점령했다. 적어도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의 아이돌 음악이 주류가 된 것은 여러 자료를 봐도 분명한 사실이다.

해외 음악전문지도 이들을 조명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음악 전문지 <스핀(SPIN)>은 '스핀의 2011 최고의 노래 20선'의 9위에 현아의 <버블 팝>을 꼽았다. 비록 (대형 시상식이 아니라) 잡지가 선정한 순위라곤 하나, 이 기록은 브리트니 스피어스, TV 온 더 라디오, 릴 웨인 등 해외 슈퍼스타들과 한국 대중음악인이 같은 대열에서 평론계에 얻은 성과로 거론된 거의 유일한 지표일 것이다.

빌보드차트에도 한국 스타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원더걸스는 지난 2009년 10월 <노바디>로 빌보드의 메인 차트인 <Hot 100> 76위에 이름을 올렸고, 보아는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에 127위까지 오른 바 있다. 이후 빌보드는 한국 음악시장을 고려해 <빌보드 K-팝 차트>를 신설했다.

불편한 진실도 있다. 한국 정부까지 한류 열풍에 편승한 것을 두고 유럽의 주요언론은 한국의 애국주의를 경계하는 보도를 냈다. 아이돌의 유럽진출 관련 기사가 기획사의 '기획'에 따른 것이었음이 밝혀져 씁쓸한 뒷맛을 자아냈다. 국내 언론은 아이돌이 오른 각종 차트를 마치 빌보트 싱글차트, 앨범차트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지역순위에 불과하다.

빌보드차트는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은 차트로 구분돼 있으며, 한국 대중이 흔히 생각하는 '영향력 있는' 차트란 <Hot 100>차트와 <빌보드 200>이다. 슈퍼주니어가 오른 <월드앨범> 차트나 엠블랙이 오른 <빌보드 재팬> 등의 차트는 국가별 세부집계 차트일 뿐이다. 심지어 빌보드는 코미디 앨범, 아동용 앨범 차트 등도 모두 세분해 집계한다. 이 차트에 올랐다고 '세계 정복'이나 'XX류'라는 표현을 하진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미국의 주요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이를 한류의 세계정복으로 이해하는 것은 무리다. 원더걸스와 보아의 성적도 과거의 일이다. 아직은 한국의 아이돌 팝이 영미권의 팝과 같은 위상을 지녔다고 보긴 힘들다. 라틴 팝은 이미 여러 슈퍼스타들에 의해 그래미까지 휩쓴 바 있지만, 그렇다고 라틴 팝이 영미권의 팝과 동일한 위치에서 설명되진 않는다.

영미권 주류 음악계에서 한국 대중음악이 차지하는 지위는 '지역의 특이한 음악' 내지 '새로운 물결의 일부'로 이해하는 게 더 타당하다. 이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칼럼이 음악전문지 <피치포크>에 실린 바 있다.

지난 11월 언더그라운드 일렉트로닉 듀오 엘리트 짐내스틱스(Elite Gymnastics)의 제임스 브룩스는 <피치포크>에 기고한 칼럼에서 자신이 K-팝의 열렬한 팬이라고 밝히고, K-팝의 세계진출이 가능했던 중요한 이유로 유튜브를 들었다. 그리고 그는 K-팝이 영미권의 언더그라운드 음악과 같이 미국 주류음악을 공격할 새로운 물결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흔히 음악적 비타협성으로 상징되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인이 투애니원, 애프터스쿨, 빅뱅 등의 K-팝 뮤지션을 자신과 마찬가지로 '비주류'의 위치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아티스트의 창작력이 아니라 철저한 기획성에 기댄 K-팝의 현주소와 기묘하게 대비된다. 결국 종합해 보면, 아시아권을 넘어선 유럽, 북미에서는 K-팝을 레이디 가가와 경쟁하는 주류음악의 하나로 보기 보다, 일본, 라틴, 동남아시아 음악처럼 특별한 취향의 하나로 인정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내적으로는 아이돌 음악인들의 올해 성적은 그리 신통치 않아 보인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돌 열풍에 지친 대중의 목소리가 커진 현상이 이를 반영한다. 평론계에서도 올해 아이돌 음악은 지난해만큼 큰 호평을 얻지 못했다(이미 지난해부터 아이돌 신의 음악적 성과가 점차 나빠지리라는 예상이 일부 평론가를 통해 나오기도 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들과 네티즌 심사위원단이 공동 평가하는 네이버 '오늘의 뮤직' 주중 집계에서 박재범, GD&TOP 정도를 제외하면 올해 나온 대부분의 아이돌 팝은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다. 과거 브라운 아이드 걸스, 미스에이, 소녀시대 등이 심사위원단에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과 대비된다.

이는 결국 음악적 소양과 고민이 탄탄히 뒷받침하지 못하는 대부분 아이돌 음악인들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점차 외화내빈 현상을 보이려하는 올해 아이돌 음악신의 현주소를 볼 때, 내년은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미국 음악시장 개척을 마치 국가적 목표인 양 판단하는 한국 대중음악계의 열망이 일그러진 콤플렉스의 발현이 아닌지도 냉정히 따져 볼 때다.

▲<스핀>이 연말 기획으로 꼽은 결산에서 올해의 노래 9위를 차지한 현아. 1980년대에 출범한 <스핀>은 <롤링 스톤>으로 대변되는 주류 음악에 대항하는 언더그라운드의 새물결을 상징하며 급속히 부상했다. ⓒ<스핀> 홈페이지에서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