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국의 배우들은 왜 할리우드 악역, 벗어날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4. 1. 11:25

지난 2월 28일에 열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감독이 보이콧을 선언했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레인맨'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2번 받은 배우 더스틴 호프먼과 스파이크 리 감독은 시상식에 참가하거나 중계방송을 시청하지 않고 농구경기를 봤다. 그들이 영화인들의 축제라는 아카데미시상식에 참석하거나 눈길을 주지 않은 이유는 바로 유색인종 차별 때문이었다. 

2년 동안 남녀 주조연 후보 20여명에 유색인종은 없었다. 특히 흑인이 주연상을 받은 것은 2002년 덴젤 워싱턴의 공동수상과 2005년 제이미 폭스 뿐이다.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일단 큰 소속사에는 유색인종 등 소수 인종이 적으며, 영화 제작사의의 경영자 대부분이 백인이라는 것이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영화제작사 대표의 94%가 백인이었다고 한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아시아계에 대한 비하 논란도 있었다. 사회자 크리스 록은 시상식을 돕기 위해 무대에 오른 정장차림에 서류가방을 든 아시아계 어린이 세 명에게 "미래에 훌륭한 회계사가 될 분들을 소개합니다"라고 했다. 또한 그는 이어서 "내 농담이 불쾌했다면 트위터에 올리세요, 더구나 스마트폰도 이 아이들이 만들었습니다"라고 했다. 

불쾌한 기분을 느끼는 것 자체를 개의치 않겠다는 발언까지 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 중국계 이안 감독, 일본계 배우 조지 타케이 등이 공식적으로 서면을 통해서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시아인들에 대해 고정관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며 이런 비하적이고 모욕적인 발언이 있을 수 있는지 질타했다. 

이 시상식에는 '레드: 더 레전드' '지.아이.조'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등에 출연한 배우 이병헌이 참가했다. 한국 배우로는 처음이라는 평가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그는 영화 '미스컨덕트'에도 출연했기 때문에 자격이 충분해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여전히 그는 악당 배역을 맡은 배우라는 점이 지적되었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에서는 액체 금속 킬러 로봇으로 등장하기도 했었다. 다른 앞선 영화들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영화 '미스컨덕트'에서는 의뢰인의 문제를 처리하는 해결사로 짧고 강렬하게 등장하여 인상이 깊다지만, 결국 악역이라는 것이다. 킬러 로봇보다는 한결 악역의 이미지가 덜할 수 있으나 그것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 역을 맡았던 배우 최민식은 뤽 베송 감독의 영화 '루시'에서 조폭 두목으로 등장했다. 할리우드 여배우 스칼렛 요한슨과 출연했다거나 알파치노와 같은 배역이었다는 평가 때문에 들뜨기도 한 한국 영화계였지만, 악당은 악당이었다. 

물론 악당 자체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얼마든지 주연급 배우들이 악역을 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악역이 밋밋한 주연배우보다 더욱 연기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또한 연기의 폭을 넓히고, 깊이감을 더하기 위해서 악역을 능동적으로 맡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든지 우리나라에서는 악역을 맡다가 선한 주인공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할리우드에서는 불가능하다. 미국만이 아니라 중국도 그런 모양새가 되어간다.

할리우드의 현실은 아시아계 배우들이 넘어설 수 없는 기본적인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유색 인종 특히 흑인 배우나 제작자들에 대한 차별이 분명히 존재한다. 트럼프의 약진은 이런 점을 이해하게도 한다. 

그들이 우리 배우들을 알아서 주연으로 모실 리도 만무하다. 구조적으로 할리우드 진출을 통해서 만족해야 하는 것은 국내나 아시아에 대한 입지 구축에 머물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병헌, 최민식 등 우리 배우들의 악역 연기 여부는 소모적인 것이다. 

근본적으로 한국 영화가 진정한 성장을 이루거나 한류의 중심에 서려면 플랫폼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할리우드의 제작진이나 배우가 한국 영화에 참여하는 것이 그 징후이다. 우리 배우나 제작진이 미국에 참여한 들 해보고 싶은 연기나 작품을 오롯하게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에 진출하는 영화제작진이나 배우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