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국가 만들기

학자금 대출 탕감 우리도 생각해야 한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3. 7. 21. 16:25

-미래 국가를 위해 결단이 필요

 

글/김헌식(평론가, 박사, 대구대학교 외래 교수)

 

드라마 악귀에서 대학생들의 연쇄 사망 사건이 일어난다. 연이어 일어난 사망 사건에 대해 민속학자는 악귀의 짓으로 추정했다. 알고 보니 빚을 진 대학생들이 불법 사채를 썼다가 업자들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민속학자는 마음 약한 지경에 이른 이들을 악귀가 더 자극해 목숨을 끊게 만든다고 언급한다. 어쨌든 대학생들이 채무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현실에서 그들의 빚 문제를 사회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그런데 채무의 상당 부분은 등록금과 같은 교육비다. 대한민국은 교육이 자유롭게 보장되지만 여전히 돈이 작동한다. 사채업자들이 손쉬운 학자금대출을 제시하는 문제도 실제 있다. 재학증명서와 학생증만 있으면 학자금대출이 쉽게 이뤄진다. 물론 드라마에서는 악덕 사채업자의 잘못된 행태만을 부각했지만, 청춘들의 빚 문제는 구조적이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을 상환하지 못한 청춘들이 1016613명에 이른다(20226월 기준). 미상환 잔액 총합계는 64933억원인데 학자금대출 가운데 일반상환 학자금대출을 따로 제외한 통계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채무자가 100만명이나 넘는 점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근본 원인은 단순하지만 보이지 않게 치명적이다. 지나치게 높은 대학 등록금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 그들에게 학자금 지원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사회에 자리 잡기가 그만큼 어려워진 것인데 채무 청년은 빚을 갚기 위해 아무 곳이나 취업하게 된다. 진로를 이탈하게 되므로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결혼을 생각조차 못 하고 혹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못한다. 따라서 이들의 부채 문제는 저출산 현상과 맞물려 있다. 이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지를 모아야 한다.

 

미국에서 학자금 대출부채의 탕감 문제는 뜨거운 이슈다. 지난 71일 연방 대법원은 바이든 정부의 1인당 2만 달러 수준의 학자금 부채탕감 계획을 기각해 논란이 일었다. 소득 125000달러(부부 합산 25만 달러) 미만의 가구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안이었다. 기존 상환액이나 상환 기간과 무관했다. 하지만 미연방 대법원은 이런 안이 시혜라고 판단했다. 관련 단체들은 연방 대법원의 결정을 재정적 미래에 관해 법치주의에 따른 공정한 판결에 위배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가만있지 않고 학자금 부채탕감을 위한 행정 명령을 발동했다. 80만명의 부채 50조원을 탕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조건이 있었다. 교육부가 연방정부 학자금대출을 얻은 뒤 240~300회 월납금을 낸 20~25년 이상 장기 상환한 사람이어야 했다. 이렇게 장기 상환한 804000명의 채무 390억 달러(50조원)를 없애주기로 했다. 성실하게 빚을 갚은 사람에게 먼저 빚을 탕감하는 것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적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는 연방 대법원이 언급하는 시혜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학부 학자금대출은 20년 상환 후, 대학원 학자금대출은 25년 상환 후에 남은 빚에 대해서는 탕감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이미 존재했으나 유명무실했다.

 

유럽은 무상 교육이기 때문에 미국의 교육비가 개인에 너무 부담을 주는 현실은 경제적으로도 발목을 잡아 왔다. 개인의 비용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투자의 관점으로 바라봤다면 미국은 더욱더 달라졌을지 모른다. 해외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교육 부채 때문에 젊은 세대가 매우 오랫동안 고통을 받고 있다. 이는 더 먼 미래 세대에게도 악영향을 준다.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우리 사회와 국가가 올바르게 발전할 수 있다.

 

드라마 악귀에서는 불법 사채에 손을 대는 일부의 행태만 부각했지만, 탕감 등에 관한 제도적인 문제를 지적할 필요가 있다. 개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모순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대학을 나와야 하는 듯한 사회를 만든 것은 청춘들이 아니고 기성세대라는 점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그들을 비즈니스 대상으로만 볼 때 오히려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 이를 수 있고 갈수록 그 파국으로 가고 있다. 당장에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가 되니 대학 입학생을 확보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대학 학자금 부채가 개인에게 부담을 줄수록 더욱더 학령인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어떤 것이 우리 사회의 악귀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