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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퍼링(Tampering) 방지법의 전제 조건이 있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3. 9. 2. 11:33

템퍼링(Tampering) 방지법은 정말 필요한가.

 

글/ 김헌식(평론가, 박사, 미래학회 연구학술이사)

 

최근 아이돌 그룹의 갈등 사례가 불거지면서 템퍼링(Tampering) 이란 개념이 새삼스럽게 부각이 되었다. 나아가 템퍼링(Tampering) 방지법을 마련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나름의 이유와 맥락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근원적으로 생각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섣부른 도입이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템퍼(Tamper)는 사전적으로 간섭하다, 함부로 손대다, 변경하다 부정적인 수단을 쓰다는 의미가 있다. 이는 원래 법률적인 용어였다. /변조 행위에 관련하여 처벌하기 위한 목적이 내재하여 있었다. 애초에 두드린다.’라는 어원을 생각하면 담금질을 통한 변조를 생각할 수 있다. 그 뒤 법률 영역보다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나 미국의 NBA 농구 등 스포츠 업계에서 주로 사용하게 되었는데, 주로 계약 변경에 관한 이슈가 연관된다. 구체적으로 계약 기간이 남은 선수에게 접근해 이적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템퍼링(Tampering)이라고 한다. 물론 반드시 이적의 확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요구 조건 등을 사전에 파악해서 유리한 지점을 갖기 위한 행태들이다. 일종에 문을 두드려보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흔들어서 이적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러한 행위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문제점이 지적된다. 시장 교란 행위라는 점과 도덕적 윤리적인 배반이다. 계약이라는 정상적인 법적 과정이 있는데 이 과정에 중간에 개입하여 관계를 변화시키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성실 의무와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는 행위는 용인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금전적인 목적을 위해 계약 파기를 당연시할 수 있기에 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모럴 해저드 현상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만이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도 허용할 수 없는 점이 있을 것이다. 이는 케이팝 영역에서는 더욱 그럴 수 있다. 다만, 케이팝 영역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기획사는 에이전시가 아니라 연습생 육성형 모델이다. 이는 수평적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10대 연습생들을 모아서 오랫동안 훈련을 시키고 활동까지 책임을 진다. 따라서 해외와 달리 대등한 계약관계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는 아무리 표준계약서를 설정해도 권고 수준인 상황에서는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 못한다. 겉과 달리 부당하고 불편한 관계일 수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 케이팝 기획사들은 그 명성에 비해 대부분 선진적인 시스템 그리고 운영과 경영 방식을 갖고 있지 못하다. 한마디로 주먹구구식으로 매니지먼트가 이뤄진다. 1인 체제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체계적이고 투명한 기획사들은 많지 않다. 자본의 투자와 운용도 명확하지 않다. 근본적으로 케이팝에 대한 애정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예도 있다. 이런 때문에 스케줄 관리와 수익 배분에서 많은 문제점을 낳는다. 10대 청소년들은 그 수익을 위해 도구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케이팝은 전대미문의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데뷔한 지 몇 개월이 되지 않아도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할 기회가 마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통상적인 계약 관행과 경영 방식 그리고 수익 배분의 변화가 이뤄져야 함을 의미한다. 전혀 인지도가 없는 이들이 하루아침에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외의 에이전시 개념에서는 이런 상황을 맞기 힘들다. 이미 어느 정도 명성과 인지도가 있는 이들을 매니지먼트하기 때문에 그 활동에 대한 결과물은 예측이 가능하다. 따라서 신뢰 관계가 중간에 깨질 일은 많지 않다. 하지만, 케이팝은 이미 출발할 때부터 부당한 조건을 배태하고 있다. 더구나 더욱 그 결과의 미래 예측을 할 수가 없어졌다. 즉 낮은 아니 인지도가 전혀 없는 무명의 멤버들이 처음에는 기획사의 계약과 활동 조건과 상황을 감내할 수 있지만, 대세돌이 되면 이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열차에 쉽게 승차하는 만큼 대가는 혹독하기도 하다. 부당한 대우와 매니지먼트 속에서 인내하며 활동한 멤버들이 더 이상 관계를 원하지 않을 수 있다. 계약의 신의를 생각해 불공정한 조건을 무조건 참아야 하는 것은 과도한 일이다. 부당한 대우는 당연히 신뢰 관계를 이미 해친 것이고, 이러한 점은 한국 기획사에서 흔하다. 과연 이를 어디까지 용인해야 할까.

 

템퍼링(Tampering) 방지법 도입 전에 근본적으로 케이팝의 구조를 면밀하게 고민해야 한다. 어쨌든 템퍼링(Tampering) 방지법은 전체적으로 소속사를 위한 법이다. 소속사를 위한 법이 있다면 멤버들을 권리를 위한 법도 있어야 한다. 양쪽을 모두 반영하는 법이 우선이지 않을까 싶다. 과연 우리나라 기획사들은 선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가, 아직도 열정페이를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대부분 수익 배분 구조는 유명해질수록 거꾸로 멤버들에게 불리하게만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말 못 할 과정이 펼쳐지는 계약 실행을 용인하고 항변할 수단이 10대들에게는 없다. 근원적으로 연습생 트레이닝 시스템을 통한 수익 창출이 미래에도 전도유망한지 근본적인 물음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소속사와 멤버들이 수평적 대등한 관계 설정이 있는 다음에 해외의 템퍼링(Tampering) 방지법 도입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