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케이 팝을 왜 알아야 해?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2. 7. 6. 08:17

-‘지금 여기의 아이돌-아티스트

 

한국에서는 낯설지만,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가 인정한 대중음악 평론가, 김영대. 주로 유튜브로 방탄소년단에 관해 일찍부터 리뷰를 해 왔기 때문에 아미 사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다만 뒤늦게 한국에 알려졌을 뿐이다. 이유는 그가 한국이 아니라 주로 미국에서 평론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방탄소년단에 대해서 무조건 긍정적으로 인정하는 평론가이기에 한편으로 방탄소년단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다. 이번에 나온 신간 지금 여기의 아이돌-아티스트를 보니 생각이 좀 달라졌다. 이 책에서 여러 아이돌과 아티스트를 매우 디테일하게 긍정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장점이 두 가지 있는데 우선 한국이 아니라 해외에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세계적인 관점으로 케이 팝을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그가 음악학 박사학위를 갖고 있지만, 음악 전공자가 아닌 본래 경영학도라는 점이 비교적 자유롭게 대중음악에 대해서 접근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책을 읽어야 하나 싶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반응이 덜한데 해외의 뜨거운 반응 이유에 대해 도움이 된다. 케이 팝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점은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떨쳐버리는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을 갖는 것조차 아직 한국에서는 매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케이 팝은 많이 변했고, 한국의 음악 권력이 이를 보려 하지 않고 관심도 없다. 아무리 빌보드에서 6주 동안 1위를 해도 클래식 대회에서 1등 한번 하면 병역 면제가 되는 현실이다. 편견의 시작은 케이 팝은 태생 자체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찍어내듯이 획일적으로 만들어 낸 공장형 음악이라는 평가는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보통 예술가를 바라볼 때 전제하는 어떤 인식이 작용한다. 바로 음악가를 포함한 예술가는 기획사에 소속되지 말고 스스로 창작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물론 그러면 좋지만, 정답은 아니다. 더구나 싱어송라이터가 최고의 창작 예술가라는 환상이 남아 있다. 중요한 것은 예술이 사람들 사이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저 들의 푸른 소나무처럼 혼자 서 있는 예술가의 자세와 작품이 오히려 그것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활동이다. 최소한 대중음악은 끊임없이 대중의 취향과 기호에 부합하게 노력한다. 이를 위해서 기획이 필요한데, 사실 기획이 없는 분야는 거의 없다. 음악만이 아니라 음악, 뮤지컬, 오페라 등등 예술 전반이 그렇고 문화 콘텐츠 분야 전반에서 그런 요청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그만큼 수용자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취향이 다양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프랑크푸르트 철학자 아도르노는 대중음악산업을 문화산업에서 표준화, 규격화, 상업화하여 저급한 취향으로 수동적인 감상자를 만들어 낸다고 했다. 맥도날드, 그린버그 등도 대중예술이 저급하다고 했다. 한편 미국 뉴욕시립대 철학과 노엘 캐롤 교수는 우리가 대중예술과 소통하는 그 자체에 주목해 대중예술은 사람들의 정서적 반응을 유발하고, 사람들은 정서적 경험을 위해 만들어지고 소비하는 현상에 주목한 바가 있다. 케이 팝은 철저하게 대중 지향적이고, 철저하게 팬 중심으로 창작되고 유통된다. 우리나라에서 아이돌 음악이 인정을 못 받는 것은 초기 대형 기획사들의 행태 때문이기도 하지만, 프랑크푸르트학파의 견해가 문화 분석을 하는데 큰 영향력을 미쳐왔기 때문이다. 또한 자본주의에 저항하고 새로운 사회 대안을 모색하는 관점이 강하게 작용했다. 어떻게 보면 음악 자체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운동을 통한 사회 변혁의 수단으로 본 것이고 이러한 태도는 지식인 사회에서 아직 많이 남아 있고 이것은 결국 음악 아니 노래에 대한 담론이 대중 나아가 국민에게서 멀어지게 했다.

 

한국에서 진보적인 음악 견해를 가지려면 포크송이나 록음악을 좋아해야 한다. 적어도 비틀즈 같은 영국의 리버풀 음악을 해야 바람직해 보인다. 비록 힙합을 좋아한다고 해도 사회 저항적인 가사를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기획사 소속이 아니라 개인이 활동하거나, 인디 음악을 해야 지식인의 찬사를 받기 쉽다. 반드시 기획사 가수를 멀리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 저항적인 태도가 있으면 인정할 수도 있는데 그런 담론이 SM보다 YG의 주식을 비싸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YG의 한계는 이니 승리 사태를 통해 여실히 증명된 바다.

 

어쨌든 케이 팝은 한국이 아니라 해외에서 자신들의 팬을 얻어가고 있고 하나의 문화 공론장이 되어 가고 있다. 수많은 세계의 대중예술 창작자들이 케이 팝 창작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하나의 예이다. 그 속에 트렌드한 음악 기교만이 아니라 전세계 청년들의 세계관을 담아낸다. 이 책에서 자세히 설명한 NCT, 블랙핑크, 이달의 소녀, 레드벨벳,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데이식스 등 같은 아이돌 그룹과 태민과 태연, 그리고 아이유와 같은 솔로 가수를 들 수 있겠다. 물론 이외에도 엑소, 세븐틴, 몬스터 엑스, 엔하이픈과 같은 그룹도 상당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솔로 가수로는 씨엘 등을 빼놓을 수 없다. 요컨대 이 책은 케이 팝 아이돌의 음악에 대해서 자세하게 대표곡을 설명하거나 앨범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는 장점이 있는데, 저자의 음악적 취향을 내포하고 있지만 케이 팝의 특징에 대해 개별 곡을 중심으로 이해의 폭을 상당히 넓힐 수가 있다.

 

하지만 케이 팝의 한계와 가능성도 분명하다. 케이 팝 전부가 방탄소년단과 같은 민주적 글로벌 공론장을 제공하지는 못하고 있다. 여전히 문화산업의 한계 속에서 존재하기도 한다. 주식 가격을 올리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기 일쑤이다. 이는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나 대형 기획사의 대표주자인 SM을 막론하고 동일하다. 또한 케이 팝의 장점은 노래 자체가 아니라 팬덤 활동과 문화에 있다. 새로워진 아이돌에서 너무 예술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또하나의 열등감일 수 있다. 우리는 왜 케이팝을 알아야 하는가. 케이 팝의 정의도 불분명하지 않은가. 맞다. 케이 팝은 개별 아이돌 음악으로 존재하고 판매 상품이다. 다만 상품이 아닌 음악이 어디 있는가. 그렇다고 케이 팝이 한국을 대표하는 상품은 아니다. 세계 음악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할수록 그 정체성에 대한 물음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고 단순 입문서에서 벗어나 철학으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