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캣맘 사건의 본질을 생각해보자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10. 19. 09:45

용인 '캣맘' 벽돌 사망사건 용의자가 검거된 16일 오후 사건이 발생했던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 사건 현장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무심코 던진 돌이 개구리에게는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 캣맘 사건은 이를 어이없게 보여준 사례였다. 그런데 이를 둘러싼 논의들이 산으로 가는 모드가 발견된다. 과연 이러한 논의들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점이 제기된다.

애초에 캣맘 사망 사건은 캣맘에 대한 적대감이 일으킨 범죄라고 추정되었다. 애초에 경찰이 낙하된 벽돌이 고의성을 가지고 떨어뜨린 자의 소행이라고 추정했고, 이에 맞추어 수사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인터넷은 물론 일반 언론매체에서도 캣맘 사망 사고는 캣맘의 행위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던 이들의 공격이라는 프레임이 형성되었다. 

고양이를 둘러싼 적대감을 표출한 실제 사건들이 도마에 올랐고, 캣맘에 적대적인 이들을 색출하기 위해 집중되었다. 마치 어떤 거대한 세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도심 속에 대규모로 증식한 고양이에 대한 분석부터 반려동물에 대한 문화적 지체현상도 다뤄졌다. 

그러나 이는 결국 별개의 사안이었다. 캣맘 사망 사건에서 벽돌은 자연스럽게 떨어진 것이 아니라 사람의 행위가 맞았지만 캣맘에 대한 적대감이나 분노의 감정과는 관계도 없었다. 처음부터 잘못된 프레임이 형성되면서 논의가 매우 확장되어 버렸다. 이제는 다시 그 벽돌을 떨어뜨린 행위자가 초등학생이라는 점에 집중되고 있다. 

미성년 소년의 처벌연령 문제가 뜨거운 화두가 되었다. 미성년 소년들의 강력 범죄가 근래에 매우 증가했고, 이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관점들이 적극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상에서 이에 대한 청원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초등학생들의 부모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언론에 전면 등장하고 있다. 

억울한 죽음에 대한 책임을 강조할 수밖에 없지만, 그러한 관점에만 집중할수 없는 점도 분명 존재한다. 특히, 미성년 소년들의 강력 범죄의 사례와 기계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이번 사건은 고의성이 아니라 비작위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즉, 고의성을 가진 악질 범죄와 부주의에 따른 사건을 동일하게 접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상습적으로 미성년 소년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들과도 달랐다. 그 경중을 따져봐야 하는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주장과 논의들은 누구나 범죄자가 될 수 있는 구조에 대해서 외면하고 그에 대한 처벌 강화만 강조하고 있는 접근에서 비롯한다. 도시 공간은 갈수록 고층 빌딩으로 뒤덮이고 있다. 이렇게 치솟는 건물은 주거공간도 다름이 없다. 

그만큼 공간밀집도가 높아지는 것이고 이는 공간의 집중성을 통해 주거 공간이 위험해지는 것을 말한다. 하늘로 치솟는 빌딩에서 떨어지는 물체는 점점 지상에 있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비단 아이들의 행위때문에 일어나는 가해행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근본적으로 공간의 밀집성은 동물과 인간의 다툼을 야기한다. 그 다툼이 바로 고양이에 대한 적대감을 낳게하고, 캣맘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이들을 낳는 원인이 된다. 즉 고양이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우리의 주거공간의 밀도가 너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삶의 각박함이 증가하고 있고 고양이와 주거공간의 쾌적함을 다투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환경적인 조건을 살피고 개선하지 않으면서 법률적인 조치만을 부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즉 논의의 핵심이 빗겨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고 아이들은 공간 밀집도가 높은 도시공간에 방치되고 있다. 도시공간의 과밀현상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고,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관심도 없다. 

가정은 물론 사회나 국가는 더욱 그렇다. 빌딩을 높게 올려 수익을 최대한 끌어올리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이다. 그런 환경에서는 누구나 이번 사건의 아이와 같이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나아가 과연 우리는 이러한 도시공간에서 어떤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성찰해야 한다. 그것이 비단 이번 사건에서 미성년 소년 범죄 문제에만 프레임을 고착화시키는 일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이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