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추사랑은 꼭 귀여워야 하는 걸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4. 1. 14. 09:17


지난 1월 10일 방영된 SBS 웃찾사의 '초사랑'은 단 1회만에 폐지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초사랑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추사랑 가족을 패러디 했고, 그 패러디는 추사랑 가족을 폄하했다는 비판을 얻었다. 단순히 초사랑이 추사랑이의 가족을 다루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내용이 과연 적절했는가에 초점이 모아져야 했다.

세 명의 등장 인물은 모두 일본어 발음으로 희화화 되었다. 이런 방식은 일본 사람을 비난할 때 구사하는 것임에도 말이다. 또한 사랑이 어머니의 등장에 더 비중이 있었고, 어머니는 엽기적인 행동과 표정을 구사했다. 사랑이가 세간에 인기를 모은 이유는 바로 추성훈과 사랑이의 부녀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었음에도 이러한 점은 배제된 셈이다. 이렇게 특정 대상을 패러디할 때는 어떤 진실이 매개가 되어야 하지만, 그런 점은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랑이는 전혀 귀엽지 않았다. 사랑이가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이유는 귀엽기 때문이다. 추와 사랑은 대비 효과로 반대로 각인 시킨다. 사랑이는 단순히 귀여운 것이 아니라 언행이 움직이는 캐릭터 그 자체 같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더 이상 이보다 더 귀요미가 있을 수 없는 것이겠다. 하지만, '초사랑'에서 사랑이는 사랑스럽거나 귀여움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고, 오히려 엽기적으로 보였다. 이는 시청자들이 애초에 기대감과 관계가 없었다.

추사랑이라는 인물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하는 짓이 강력한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큰 눈에 다양한 표정, 그리고 순수한 행동들은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든다. 더구나 추성훈 선수의 거친 남성미와 매우 대비되어 더욱 각인 효과를 낳는다. 사랑이는 어른의 통제감을 벗어나지 않으며, 어른을 해하지 않는다. 저항하거나 벗어나도 곧 어른의 틀안으로 돌아오고 만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아이들이 귀여운 짓을 하는 이유는 살아 남기 위한 본능적인 행위라고 풀이 했다. 즉 생존경쟁이 심한 가운데 형제자매들도 부모의 더 많은 관심을 가질 때,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므로 어떻게든 주의집중을 끌만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귀여운 짓이다. 귀여운 짓은 자신의 욕심이 덜하며, 나아가 당신을 해칠 뜻이 없으며, 당신의 의도와 말이 순순히 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도를 담을 때 더욱 배가 된다.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의도를 맞추려할 수록 귀여운 언행을 보인다. 이는 다른 사람에 대한 의존적 관계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고양이보다 개가 더욱 귀여운 것은 이 때문이다. 고양이는 어린 시절에 귀엽지만, 성장할수록 자신의 주체적인 행태를 보이기 때문에 귀여움이 덜하다. 그들은 결국 대부분 자신의 길을 찾으며, 흔히 말하는 도둑 고양이가 된다. 하지만, 개는 어릴 때 성장해서나 인간과 의존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이 때문에 인간의 선택과 관심을 더욱 받고, 더욱 번성을 누린다.

인간을 개와 고양이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인간이 아이에게 기대하는 것도 귀여움과 예쁜 짓이다. 만약, 아기들이 귀여운 짓과 앙증맞은 행동들을 하지 않는다면, 그 힘든 육아를 버텨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추사랑과 같은 아이라면 많은 남여성들이 출산과 육아를 자진해서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에 사랑이와 같은 아이는 없다. 더구나 텔레비전 프로 그램에서 보여지는 것은 어떤 특정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부분, 부분 편집 한 것임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아이가 모두 귀여워야 하는 것도 분명 아닐 것이다.

만약 추사랑과 같은 아이를 기대한다면 많은 이들이 자기 자식을 비하하게 될 지도 모른다. 또한 보통 자신의 행동들을 누군가 관찰하고 그 관찰한 내용을 보며 웃고 즐기고 있다고 할 때, 기분이 그렇게 좋기만 할 수는 없다. 어쨌든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올 수 있는데 어린 아이일수록 이런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의 언행이 어떤 의미와 맥락을 갖는지 모르고, 미디어에 노출 되는 상황에서 유아의 의식구조는 성인들의 해석대로 빈번하게 왜곡되기도 한다. 이른바 우월 이론에 따라 그들은 한껏 훤히 보이는 비자아의 대상이 된다. 개그맨들이 구사하던 아이같은 모습들이 리얼리티 차원에서 그대로 투영된다.

아이에게 바라는 것은 그들의 주체적인 의식과 이성적인 행동이 아니라 비이성적이고 감성적인 행동들이다. 그것이 많을수록 인기를 많이 끌게 된다. 그러므로 이성적 주체적인 자율적 의식구조가 확립 되기 전까지만 추사랑의 유통 기간이 있을 뿐이다. 어른의 통제력을 벗어나기 시작하는 자울적인 존재가 될 때 사랑이의 상품성은 폐기 된다.

글/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