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국가 만들기

좌파 영화가 극장을 점령했다는 게 사실인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8. 12. 10. 12:27

최근 정치권에서 극장가가 좌파에게 장악당했다고 비판했다. 그 대표적인 영화가 '국가부도의 날'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영화를 들어 좌파 영화가 극장가를 장악한다고 한다면 견강부회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애써 좌파 우파 영화라는 이데올로기 프레임으로 본다면, 우파 영화라고 해야할 듯 싶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다른 정의감 넘치는 영화와 다른 점은 유아인이 연기한 윤정학이라는 인물이다. 이전 정의감 만땅인 영화라면 한시현(김혜수) 캐릭터가 부각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이 영화가 대중적 흥행을 하기 힘든 21세기가 되었다. 왜냐 일반대중들은 한시현보다는 유아인이 더 현실적으로 느끼고 오히려 그런 캐릭터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한시현은 국가 부도 사태를 막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한다. 특히 IMF행을 막기 위해 과격한 발언이나 항의도 마다하지 않는다. 과연 얼마나 그런 액션이 가능할지는 관료제에서 알 수가 없다. 더구나 모든 관료가 한시현의 말을 외면한 것은아니고 정책 라인에서 이미 한시현과 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분법적으로 정책 상황을 구획한 감이 있다. 왜냐하면 대중의 정서를 건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적 정서는 그런 분노감 촉발의 다른 면으로 유아인에 감정이입을 한다. 유아인의 캐릭터인 윤정학은 국가 부도 위기 사태를 이용해 큰 몫을 잡기 위해 투자자를 모집한다. 이러한 점은 위기 상황에서 개인의 서바이벌을 강조하는 것이고 지난 시기에 얻은 대중적 깨달음이 되는 셈이다. 위기는 기회. 다른 이들이 그것을 잘 보지 못할 때 예지할 수 있는 능력으로 돈을 많이 벌자. 그러한 위기가 오니 절대로 국가에 속지 않고 나는 살아남아 성공하리라는 태도가 더 각인되는 영화인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 윤정학이라는 인물처럼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 개인들의 소망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가장이자 작은 공장을 운영하던 갑수(허준호)는 결국 한국은행에 다니는 동생에게 불법 대출 청탁을 하고, 살아남지만 결국 20년이 흐른뒤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하는 사업주가 되어 있다. 결국에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는 개인들의 행태를 강조한다. 적어도 좌파라면 개인의 서바이벌과 성공만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만약 분배를 강조하는 것이 좌파라고 규정한다면 영화 속의 내용이나 인물들의 행적은 좌파와는 거리가 멀다. 


중요한 것은 지난 10년 시기에 투자와 투기의 구분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것이 거품과 버블을 키운 감이 있고 그것이 국가의 위기를 가속화한 점이 크다. 실질적인 투자와 생산보다는 허구의 차익만을 노리는 행태는 결국 투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영역이 블록체인을 매개로한 암호화폐나 부동산의 갭투자나 임대업자등록현상이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IMF외환관리체제는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단지 위기가 언제든 올 수 있다는 맥락과는 다른 것이다. 특히 개인의 삶이나 가정, 조직, 경영 그리고 문화적으로 무엇이 바뀌었는지 디테일하게 다룰 수 있는콘텐츠가 많이 제작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진실을 통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당연히 그것은 경제를 넘어 공공정책이 무엇을 해야하는 지를 탐색하고 확립하는 것이다.  개인만이 각자 도생하는 것은 대부분 환타지이며 투기의 제물이 되기 때문이다. 

글/ 김헌식(평론가, 박사 드라마스쿨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