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심리와 의사결정

한국 스포츠계 성폭행 의혹 왜 반복될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9. 1. 13. 09:48

-반복되는 스포츠계 성폭행과 문화요인

 

20181월 벽두부터 조재범 전 코치의 성폭행 의혹이 연일 언론매체에 쏟아져 나왔다. 당시 피해자인 심석희 선수는 고2 학생이었기 때문에 더 충격적이었다. 또한 피해자가 한명이 아니고 여러 명이었다. 물론 조재범 전 코치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유도 선수 신유용씨는 고등학교 1학년때 코치에게서 성폭행을 지속적으로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 코치는 이제 막 메달을 따는 데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 끝장이고 유도계를 떠나야 한다고 겁을 주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같은 폭로가 처음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10년 전 상황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대한 체육회에서는 다른 사례에서도 그렇지만 오히려 이런 사실들이 밝혀져도 처벌이 미약하거나 처벌이 일어나도 경감조치를 취했다. 문체부에서도 한해 400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면서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개선이 되지 않는 것일까. 분명히 인식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하게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재발이 되는 것은 관련 시민단체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기 때문일까. 적어도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도 보편적인 상식의 인지는 분명하게 있을 것이다.


여전히 희한한 일은 가해자는 조재범인데, 심석희 선수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는 유명인의 이름을 통해 주목을 받으려는 언론 행태이다. 조재범이라는 코치는 모르지만 심석희 국가 대표 선수는 국민들이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눈길을 끌기 위한 것인데, 이러한 것이 결국 본질을 더 흐르게 만든다. 성폭행 피해자들이 겪은 어려움 중에 하나는 가해자만이 아니라 그 주변사람들이 압박을 가한다는 사실이다. 가족만이 아니라 선후배, 지인들이 피해자들에게 합의나 철회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스포츠계에서 발을 못 붙이게 하겠다는 폭언과 협박을 일삼고 오히려 피해자가 떠나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이 의리이고 온정주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문화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어쩌다 잘못한 것 가지고 인생 앞길을 망칠 일 있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문화적 인식은 더 이상 문화라고 할 수 없으며, 범죄이거나 범죄 행위를 방조하는 행위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더 문화적인 관점에서 보면, 금메달을 선호하는 스포츠 문화와 인과 고리가 깊다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인식하고 있듯이 한국은 엘리트 스포츠를 장려했다. 이는 곧 국가주의 스포츠라는 평가와도 연결된다. 국제 경기 대회에서 금메달을 얼마나 많이 따는가가 중요해져왔다. 마치 경기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면 우리나라 전체가 이긴 것으로 생각되기 쉬웠다. 일제 강점 시기를 거치고 분단이 된 상태에서 위축되고 작은 나라라는 콤플렉스는 이러한 국제 경기 대회 우승을 통해 불식시키려는 심리가 존재했다. 국제 경기 대화 예컨대 올림픽, 세계 선수권대회, 아시안 게임 등은 바로 전쟁터와 다름이 없었고 금메달은 마치 그 전투에서 거둔 승리였다. 승리자를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보상금이나 연금을 주고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게 하는 특별한 기회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금메달은 개인의 인생 역전이면서 가문을 일으키는 방식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배고프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이 이런 국가대표 선발전과 국게 경기를 위해 운동을 했다. 물론 정말 스스로 즐겨서 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사실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가 않았다. 1등을 한다는 것은 세계의 국력과 같은 취급을 받게 했다. 이는 주지하다시피 박정희 정부 시대에 확립되었다. 어느 국가이든지 권위주의 정부일수록 이런 국제경기대회를 잘 활용하고, 그것이 나라 전체의 스포츠 문화를 좌우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은 중앙집권적인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권위주의 정부 시대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인들은 엘리트 스포츠를 선호한다. 국제 경기 대회에서 다른 메달보다 금메달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금메달 선호 문화가 원인인데 이는 2위나 3위보다 1등을 우월하게 선망하는 심리가 작동한다. 그 과정 자체에 대한 즐김은 중요하지 않는 결과 중심주의가 쉽게 연결된다.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특정 코치가 필요하고 합숙 훈련이 이뤄진다. 국가 대표 선수단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만약 보통 상식적으로 판단으로 성희롱이나 성폭행 등 부당한 일이 있으면 나오면 그만이다. 그것이 개인의 판단을 연구하는 이들의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을 포기할 수 없는 요인이 있는 것이다. 금메달을 땄을 경우에 주어지는 보상 때문이다. 단순히 이는 경제적인 차원의 보상 기제 때문에만 가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선수들은 자신의 진로가 있는 상태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운동만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추어에 기반을 둔 생활 스포츠 문화에 기반하고 있지 않은 엘리트 중심의 선수들인 것이다. 아마추어 차원의 활동을 사실 대중적으로 주목을 하지 않으며 엄두를 낼 수도 없다. 오로지 큰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스포츠를 바라보는 문화가 강하다. 평소에 관심이 없는 종목이라도 국제 경기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주목을 받는다.


만약 한국 선수단이 금메달 성적이 저조하면 비난이 가해진다. 그렇다면 문체부나 대한 체육회에 비난이 가해진다. 그것은 당연히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덮고 아무리 문제가 있는 인사라고 해도 묵인하는 일이 벌어지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지상주의가 항존하게 되고 모순과 문제를 여전히 발생시키거나 강화하게 된다.


해법은 금메달 선호 문화를 없애거나 줄어야 한다. 이는 당연히 엘리트 스포츠 문화를 일상 스포츠 문화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일상 스포츠 즉, 생활 스포츠로 바꾸어서 생활인들이 국제 경기 대회에 나가도록 해야 한다. 그들은 성폭행 같은 문제가 불거진다면 당장에 그만두고 그 같은 사실을 알릴 수가 있을 것이다. 자신만이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다 걸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스포츠를 단순히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 스포츠 문화가 있을수록 어떤 법이나 제도를 마련한다고 해도 그 음지에서 성폭행 문제는 계속 일어날 것이고 그 구조에서 기생하며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자들은 여전히 존재할 수 있게 된다.


금메달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묵인할 수 있다는 것은 파쇼집단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그런 스포츠 문화가 과연 스포츠 정신에 부합한다고 말을 할 수는 당연히 없는 노릇이다. 국민들 스스로가 스포츠 문화에 대한 각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또 아시안 게임, 월드컵, 올림픽에서 금메달 수를 따질 것이다. 그걸 따질수록 피해자는 여전할 것이고 그들은 우리의 딸과 아들들이다. 그들은 또 자라 똑같은 행위를 할 클론이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부모들은 결과만 좋으면 되고 그날을 위해 참아야 한다고 가르칠 것이다. 반복 되는 피해당사자가 될 때 할 수 있는 것은 해당 개인에 대한 처벌 요구일 텐데, 그것은 당연히 단편적인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꾸로 체육계 이런 폭행 행위들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글/김헌식(카이스트 미래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박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