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에 대한 오해는 벗어야
김헌식( 중원대 특임 교수, 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애초에 김성수 감독은 영화 ‘서울의 봄’이 젊은 세대에게 외면받을 것을 염려해 편집 과정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기성세대들은 좀 익숙한 소재이기는 하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는 먼 과거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젊은 세대들은 가볍고 짧은 콘텐츠만을 선호하는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에 2시간이 훌쩍 넘은 분량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모두 기우에 불과했다. 10대 물론이고 20~30세대가 기성세대보다 더 많이 관람하는 현상을 분석해볼 수 있다.
우선 공정세대의 특징이 작동하고 있다. 불공정에 분노하고 이를 널리 공유하려는 것이 20~30대의 특징이다. 룰이나 원칙을 어기는 행태에 대해 분노한다. 이는 ‘정치적 올바름’과 맞물려 있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은 반드시 사회적 약자나 사회적 소수자에게만 적용되는 것만은 아니다. 사회적인 것은 물론 정치적으로 공정하지 않은 점을 바로잡으려는 것이다.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침탈은 더욱 그러하다. 영화 ‘서울의 봄’은 12.12 군사쿠데타가 이런 헌법적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도 명분이나 절차적으로 모두 문제가 있는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세력이 이후 기득권을 잡고 호의호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 진실조차 제대로 공유되고 있지 않은데, 영화 ‘서울의 봄’에 이것이 담겨 있으니 보지 않을 수 없다.
디깅(digging) 문화도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디깅 문화는 본래 음악 분야에서 자신의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완성하기 위해 음악을 깊이 찾아 듣기 시작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일반 대중문화는 물론이고 라이프스타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디깅 컬처는 자신이 관심이 있게 보는 것은 깊이 파고들어서 누리는 문화적 경향을 말한다. 가벼운 콘텐츠를 보는 것은 탐색의 단계에서 이뤄진다면, 디깅은 자신의 관심사가 확립되고 확장하는 경우에 일어난다. 일단 탐색이 끝나고 목적의 대상이 되면 개의치 않고 끝까지 파고 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특징은 ‘서울의 봄’ 관람 이후에 현대사에 대한 학습 열기로 확장되는 현상에서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일반적인 지식 검색만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그리고 관련 논문까지 섭렵하고 있기에 가히 디깅 문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가치 소비라는 점도 생각할 수 있다. 가치 소비는 자신이 선호하는 최근 영화관을 가지 않는 현상과는 반대로 ‘서울의 봄’은 영화관에 폭발적인 관람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화관에 갈만한 영화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12.12 군사쿠데타의 전모를 한편의 작품에 요약해준 작품은 없었다. 더구나 공정이나 정의, 올바름에 대해서는 혼자만의 콘텐츠로 즐길 수가 없고 같이 공유할 때 그 느낌과 감정은 더욱 증대할 수밖에 없다. 영화관이 이런 공유와 증대의 공간일 수 있는 점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모바일 문화와 비대면 문화에 반강제로 노출되어야 했던 젊은 세대에게 소구할 수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관에 볼만한 작품이 오르면 불편해도 반드시 보고야 만다. 영화관의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콘텐츠 현상인 것이다.
아울러 인증샷 같은 SNS 문화도 일조하고 있는데, 볼만한 작품을 같이 공유하는 문화가 있는 것이 일단 정리될 수 있다. 또한, 이는 ‘심박수 챌린지’라는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영화 관람 중이나 관람 이후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았는지 워치 수치를 인증하는 것이 ‘심박수 챌린지’다. ‘심박수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는 점은 색다르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점이다. 직접적으로 의견을 표하는 것이지만 간접적인 수단을 통해서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점이다. 당장에 정치적인 메시지를 통해서 직접적인 의견을 표출하기보다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을 통해서 영화에 대한 평가는 물론 사회적 중지를 모아가는 공론장 경향도 보여주고 있다. 팩트 체크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것을 활용하는 정치적 구도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영화를 많이 보는 젊은 세대들이 기성세대의 관점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젊은 세대들은 이런 점에서 너무 해석이나 담론이 과잉이거나 가르치려는 태도에 대해서 거리를 둔다. ‘88만 원 세대’의 저자들이 언급하는 짱돌을 들라는 부추김은 있을 수 없다. 질서와 규칙을 지키지 않고 반칙하는 이들에 대해서 객관적 판단과 태도를 유지하며, 미래세대의 삶을 일구어 갈 수 있는 방향성에 대해 고민할 뿐이다.
영화 콘텐츠 자체의 흥미도 생각할 수 있다. 영화는 주로 군사쿠데타를 두고 성공시키려는 자와 이를 물리치려는 자 사이의 갈등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대중적인 서사 전략으로서 대중 중심의 관점에서 스토리라인과 그에 따른 효과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의 가치가 인정을 받는 셈이다. 역사적 줄기의 골간은 유지하고 그 외에 상상의 설정은 충분히 감내하면서 충분히 메시지를 공감시키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역사에 관심이 많고 현대사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다만 대중적 공감과 이해를 시킬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영화 ‘서울의 봄’이 잘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K 콘텐츠가 글로벌 젊은 세대에게 어떤 방향에서 과거를 통한 미래 비전을 공유해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