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책

저서 언론 인터뷰 -"K팝 기원이 미8군? 말도 안 되는 소리"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7. 6. 26. 11:02


■'케이팝 뮤직의 DNA' 출간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뽕필'이라고 하면 트로트나 엔카 음계라 불리면서 폄하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 ‘뽕필’ 혹은 ‘뽕끼’가 우리의 전통음악 사상과 연관이 깊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최근 '케이팝 뮤직의 DNA'(북코리아)를 출간한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 박사다.

김헌식 평론가는 "뽕짝 같은 경우에는 주로 트로트라고 이야기하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뽕짝은 폭스트롯(foxtrot)에서 가져와서 대중적인 풍류 코드와 결합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K팝 기원이 미8군이라는 발표를 접하고 충격을 받아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우리 고대 이래의 음악코드가 삼국 시대를 거쳐 고려, 조선, 그리고 근현대에 이르러 대중음악에 어떻게 관통하고 있는지 살폈다. 특히 바람의 흐름이라는 자연 미학 관점에서 최치원의 풍류(風流)사상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음악적인 해석과 적용을 했다.

"케이 팝에 흐르고 있는 음악적 계통과 코드를 풍류라 하면서도 대중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대중음악들을 분석하면 구한말 이래로 모두 이런 풍류 미학의 연장선상에서 대중적인 특유의 음악적 코드가 있다는 점에서 볼 수 있다."(14쪽) 
김 평론가는 풍류의 대중적 코드인 뽕끼 때문에 발라드나 트로트가 미국보다 한국에서 흥행하고 대중적 장르로 정착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에서 폭스 트로트는 춤곡에 불과했고, 발라드는 원래 미국에서는 많이 안 부르는 장르인데 뽕끼 때문에 한국에서 유독 많이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락이나 레게, 소울, EDM, 힙합도 이런 대중적 풍류코드인 뽕끼와 결합해 한국화 되어야 대중인기 장르가 됐다고 한다. 마치 쌀국수나 짜장면이 한국화 되었듯이 말이다.



"미 8군이 케이 팝 시초라는 것은 맞지 않다. 그럼 그 전에는 케이 팝이 없었냐. 케이팝 기원은 미8군이 아니고 우리다. 케이 팝이라는 말을 풀면 ‘인기 곡’인데, 인기곡은 상고시대 이래로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계속 있었다. 구지가(龜旨歌)에서 방탄소년단의 노래까지 생각할 수 있다. 인기 노래 관점에서 케이 팝 기원을 찾아봤더니 공통적으로 풍류코드가 흐르고 있었다."

즉 뽕끼나 뽕필은 대중적인 풍류코드라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의 미학과 사람의 본능이 갖는 공통분모라고 본다. 그가 말하는 대중적인 풍류 가요인 뽕끼 가요의 특징이 청승맞고 감정을 자아내기 때문에 거꾸로 치유 내지 힐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바람의 움직임처럼 음을 떨거나 곡선의 변화를 유장하거나 진폭의 주기를 길항해 배치한다. 

박자는 4분의 2나 4분의 4박자 계통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발성법 자체가 서양의 미성의 두성음보다는 흉성, 진성을 기본으로 한 울림을 중심에 둔다. 서양은 새가 기본 롤 모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산과 들에 부는 바람의 소리가 기본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류 열풍을 일으킨 케이 팝은 어느 한 시기 외부 음악 유입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음악 유전자 안에서 새롭게 창작된 것"이라며 "대중적으로 흥행한 노래들은 뽕끼가 많아야 성공했다"고 했다.

"흔히 풍류와 뽕끼는 별개로 생각하기 쉽지만, 바람의 음악이라는 점에서 같다. 풍류는 단지 국악 유형의 음악에만 사용되는 것으로 여기지만 보통 사람들이 쓰는 말은 '뽕끼'다. 풍은 일어나는 것이고, 류는 흐르는 것이듯 뽕은 일어나는 것이고 끼는 흐르는 것을 말한다. 뽕끼를 뽕필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뽕필에서 필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느낌이라는 것도 이성적인 요소와 달리 흐르고 전해져야 한다. 그렇게 할수록 멋이 흐른다고 한다."
그는 책에서 수많은 뽕끼 가요들의 사례들을 집대성했다. 특히 한국인이 좋아하는 가수와 노래에 주목한다. 단적으로 2016년 갤럽조사에서 최고의 가수 1위를 차지한 가수 임창정 노래를 들기도 한다. "2016년 갤럽조사에서 임창정씨가 최고의 가수 1위를 차지했는데 그의 노래는 항상 뽕끼와 뽕필이 담겨 있다.” 

그가 1위를 했다는 것은 한국인들은 대체로 이런 노래를 선호한다는 의미이다. 대체로 전국적인 음악 조사에서 인기 있는 가수와 노래들은 뽕끼가 있는 노래들인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돌 가운데 일부러 뽕필을 추구하고 있는 뮤지션들도 상당히 많다고 한다. 

“다비치는 물론이고 엑소와 방탄소년단은 물론 걸그룹 노래에서도 뽕끼는 수시로 확인될 수 있다"고 하면서 그는 "실제로 뽕끼 음악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작곡가도 많다"며 "백지영씨 경우도 뽕 발라드라고 한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요즘에는 젊은 작곡가들조차 자신의 노래가 우리 음악 코드인 뽕끼 가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례가 잦다고 한다.



하지만 옛날보다 좀 나아졌지만 학계에서는 뽕끼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직 뽕끼를 왜색 음악관점에서 보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엔카 영향을 받아서 뽕짝이 만들어졌다며 일본 음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뽕끼 음악이 일제의 잔재라고 보는 경향이 강한 것이다.

그는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른바 '엔카'라고 불리는 뽕짝을 부정하고 한국에서 왔다고 한다"며 "450여곡의 엔카를 취입한 일본엔카협회장 다카기 이치로는 여러 매체를 통해 "엔카는 일본 음악이 아니라 한국에서 왔고, 역수입됐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엔카를 창시한 고가마사오(古賀 政男)는 한국에서 선린상고를 나왔고 한국전통음악을 배웠으며, 당시 한국의 작곡가가 만든 노래를 몰래 가져간 것으로 알려져 최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무엇보다 김 평론가는 "풍류코드는 사회적 약자, 애환이나 고통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며 "상처입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정서적 관점에서 풍류 코드가 있는 음악이 많이 창작됐으면 좋겠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청춘들에게 호응받는 풍류 코드의 음악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snow@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