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이순신의 꿈, 수군의 한 그리고 천안함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7:50

<김헌식 칼럼>이순신의 꿈, 수군의 한 그리고 천안함

 2010.04.14 10:12

 




[김헌식 문화평론가]임진왜란에서 조선이 일본을 몰아낼 수 있었던 데는 이순신 장군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혼자만 있어 공을 세운 것은 아니다. 그의 옆과 뒤에는 수군 병사들이 있었다. 병사들만이 아니라 배를 움직였던 소중한 존재들이 있었다. < 난중일기 > 와 장계를 살펴보면, 격군(노군)의 존재가 매우 중요했다. 노를 젓는 군사들이 없는 상황에서 전투는커녕, 내왕조차 못하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그들의 어려움은 특히 날씨가 불순한 겨울이면 이순신의 눈을 항상 충혈하게 했다. 

< 난중일기 > 에는 개전 초기, 부하들을 참수하는 장면이 들어있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왜군의 기세에 도망병이 늘어났고, 기강을 잡기 위해서 일벌백계로 영을 세우려 한 것이다. 조정에 보낸 장계에서는 도망병 즉 탈영병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언급된다. 기강의 헤이라는 정신적인 측면에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병사의 이탈문제는 수군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배를 탄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바다와 풍랑은 언제든지 사람의 목숨을 위협했다. 습기는 각종 질병을 일으켰다. 파도의 요동 자체가 인간의 몸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이었다. 한 번 출정을 하게 되면 제대로 쉴 수도 없었고, 밤에 잠을 편하게 이루기도 용이하지 않았다. 보급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거나 음식초차 편하고 맛있게 먹기도 힘들었다. 흔들리는 배위에서 걷거나 그 위에서 활을 쏘는 것 자체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육지에서 전투하는 것보다 많은 체력이 요구되었다. 

그렇다고해서 수군 병사들에게 보급이나 예우가 남달랐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항상 노역과 전투에 시달려야 했고, 육군에게 밀려다녔다. 이는 이순신이 항상 고민한 것이었다. 그 전략적 중요성과 그 역할에 비해서 수군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바다 한 가운데에서 배가 깨어지면 집단으로 몰살당했다. 시체조차 제대로 찾을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힘든 수군 병사의 군역은 대대로 물려졌기 때문에 천형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기피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이순신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약간 나아지기는 했지만, 한사람의 리더가 지닌 지명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수군 병사들을 빼내어 육군으로 편제시키는 것이 일상화되었기 때문에 남아있던 수군 병사들의 고통은 몇 배가 되었다. 

부족한 인원에서 육군 부대로 병력이 이동했기 때문에 노동과 전투의 강도는 더욱 세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 가운데에서 이순신과 그 병사들은 왜군에 맞서 큰 공을 세우게 된다. 이순신은 임진, 정유재란 내내 이런 수군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문제였다. 하지만 그것은 이순신의 꿈이었다. 

7년간의 전쟁이 끝나고 이순신은 죽음으로 자신을 보호해야 했다. 이순신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시간이 꽤 지나야 가능했다. 하물며 혁혁한 공을 이끌어낸 지도자가 이럴진대 수군 병사들에 대한 기억은 더욱 희미했다. 이순신과 함께 큰 공을 세운 그들이 떼죽음을 당한 칠천량 바다에는 그들을 위한 진혼비도 제대로 없다. 그곳만이 아니라 승리한 해역에도 없었다. 이순신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지는 상황이다. 이름 없이 자신의 몸을 희생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해낸 그들을 기억할 필요는 충분히 있다. 

21세기 수군 병사들의 처지는 상대적으로 그 중요성에 비해서 나아진 것 같지 않다. 이순신의 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천안함의 한이 되었다. 여전히 그들은 파도에 풍랑에 밀리고 힘없이 안보정책에서 떠밀린다. 천안함의 희생을 보아도 그렇다. 그것은 내부의 안보 정책 탓도 크다. 좀 더 해군을 배려했다면 침몰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천안함에 관련한 기념관을 세우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어떤 식으로 그 콘텐츠를 채울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추상적인 국가담론이 횡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향기와 흔적을 채워야 할 것이다. 모금운동이 단순히 천안함만을 위한 활동이라면 좁을 것이다. 지금은 천안함의 침몰 이유와 군에 대한 불신과 의혹제기에만 미디어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무엇보다 천안함을 넘어서서 안보 정책에서 겪는 해군의 고충을 해결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