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분석

왜 환생 전생이 각광받을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7. 2. 9. 20:55

-전생 환생의 문화심리


1989년 장예모와 공리의 영화 '진용'은 전생이라는 소재로 진나라와 현대를 오가는 무협 로맨스를 그려냈다. 대체로 줄거리는 진시황 시대에 불로초를 먹고 30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주인공이 현대에 깨어나 환생을 한 여성과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로맨스 이야기가 중심이다. 한국에서는 1996년 영화 '은행 나무 침대'에서 천년을 넘어서 환생을 한 남자 주인공과 은행나무에 깃들어 있던 여자 주인공의 사랑을 다뤄 눈길을 끌었다. 앞서 1995년 양귀자의 소설 '천년의 사랑'은 천년전 전생의 인연이 현재에도 이어진다는 이야기를 담아냈는데 무려 200만권이 팔렸다. 



영화 진용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이런 전생에 관한 영화와 드라마는 꾸준히 제작되어 왔다. 여성 주인공이 전생의 복수를 한다는 '아랑사또전'이 있었고, '옥탑방 왕세자'에서는 300년전의 못다이룬 사랑을 다시금 이루는 내용이다. 가까운 예로 공전의 히트를 한 '별에서 온 그대'도 전생과 현생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푸른 바다의 전설'이나 '도깨비'의 경우에도 모두 전생에 관한 이야기다. 앞으로 방영되는 이영애의 복귀작 '사임당'도 전생에 관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런 전생 관련 콘텐츠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두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은 불멸의 존재이거나 여전히 오랜 시간을 생존해왔다는 점이다. 물론 두 주인공이 현생에서 전생의 인연을 함께 다시 이어간다는 기초적인 설정도 있다. 요즘에는 무엇보다도 타임슬립이나 타임워프의 방식을 적용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 즉 환생한 사람의 시공으로 들어간다. 이런 경향은 시간 여향에 대한 인식이 유연해졌기 때문이다. 

영화 진용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한국인은 전생에 관심이 많다. 물론 한국인들만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환생에 관심이 많은데 동양의 윤회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보편적인 문화 코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만약 전생이 좋지 않다면 전생에 관심이 있을까. 당연히 없을 것이다. 일상에서 만약 전생이 개였다면 아니 돼지였다면 이를 다시금 반추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전생이 만약 노비나 몸종이라면 기분이 나쁠 것이다. 그래서 전생을 알아맞힌다는 이들은 하나같이 고급 혹은 상류층 이상의 직업군을 전생이라고 말한다. 왕이나 장군, 관리, 선비, 공주, 마님 등 이런 지배층 직종들이 많다. 물론 당연히 드라마에서도 주인공들은 하찮은 존재들이 아니다. 비록 극중 현생의 직종이 변변치 않아도 말이다.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이런 직업들은 당연하게도 받아들여진다. 대리만족이나 현실 도피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도깨비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출생의 비밀이 드라마에 많은 것도 현실의 탈출에 있다. 현재의 부정을 통해서 뭔가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찾고 싶은 것이겠다.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은 시청자들의 대리자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전생이 결코 누추해서는 안되는 셈이다. 고귀한 존재 이어야 한다. 전생에 관한 드라마와 영화가 많아지는 것은 단순히 호기심이나 흥미 때문만이 아니라 현실의 무기력과 무가치함에 대한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는 것일 수 있다. 현실에서는 비록 이렇다해도 전생이나마 고귀한 존재였다는 점에서 마음의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일상생활에서도 전생에 관심을 갖는 이유일 것이다. 손금이나 사주 명리학에 집착을 하는 것도 원래는 이런 현실에 처할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부여잡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몸종이나 다름 없어도 전생에는 장군이고 왕이며 공주에 귀족이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으려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니 관련 콘텐츠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우리는 모두 그래도 고귀한 사람들이었음을 전생을 통해 다시금 가치 부여하며 삶을 견디고 희망을 찾고자 하는 의지가 투영되어 있을 것이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