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왜 차례는 다 지내게 되었을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9. 22. 01:00
명절이후에 이혼하는 부부가 증가한다는 통계가 주목을 받아왔다. 끼인 세대의 고통이 크다는 말도 자주 오르내려왔다. 이는 주변에서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말못할 고민이 있기도 하고 실제로 갈등이 폭발 하기도 한다. 명절에 차례를 지내는 풍습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차례를 지내기 위해서는 고향이나 부모님 집, 혹은 큰집을 방문해야 한다.

제사에 사용해야 할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서는 미리 가야하며, 차례를 아침 일찍 지내야 하기 때문에 대개 그 전날 하룻밤 같이 자는 것이 통례이다. 이럴 경우 잠자리 문제부터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고 이것이 갈등을 일으킨다. 만약 음식을 장만하는 데 참여하지 않으면, 눈치를 받게 된다.

추석연휴 막바지인 17일 오전 서울역에서 귀경객들이 열차에서 내려 역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추석연휴 막바지인 17일 오전 서울역에서 귀경객들이 열차에서 내려 역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또한 전날 오지 않고 해당 아침에 오는 것도 불편한 시선을 받게 한다. 제대로 참여하지 않으면 하나의 부정적인 평가가 가해진다. 문제는 이런 일을 한 두번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중장년층은 수십년 동안 참여해야 한다. 이들은 고통은 말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이를 젊은 자녀들이 이를 목도하며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떻게 하더라도 해결책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명절 풍습에서 어떤 점이 갈등을 주는가를 봐야 한다.

여기에서 생각해 볼 점은 왜 이런 불편할 수 있는 차례를 계속 지내는가 하는 점이다. 본래의 한가위나 설 풍습과 과연 관련성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설이나 추석에 차례를 지내는 것은 유교적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조선 시대 유교 질서가 국가적으로 확립되면서 본격화 되었다.

조선 시대 이전에는 유자들만이 명절에 차례를 지낸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조선시대에 통치세력이나 상류층이되면서 명절 차례는 권력과 부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이를 아무나 지낼 수 없는 것이었다. 전체 인구의 5%만이 양반이었다는 점은 이를 말해준다. 조선 시대로 들어서면서 불교 기반의 고려시대의 귀족들은 붕괴되고, 유학을 기본으로 한 양반 세력의 부상은 명절의 풍경을 크게 바꿔 놓았다.

그런데 이 조선 시대가 500년 이상 지속이 되어 다른 명절 문화는 존립할 수 없고, 유교식 전통 명절 풍습만 남았다. 무엇보다 차례를 지내는 이들은 양반들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전체 인구가 이를 따라할 수 밖에 없었다. 차례를 지내지 않는 이들은 다른 종교가 없는 이상 이런 유교적 차례를 지내야 했다.

이것이 전체적으로 확산되면서 하지 않으면 안되는 필수코스가 되어 버렸다. 하지 않으면 쌍놈의 후예라는 인식이 기성 세대에 각인되어 있던 측면이 있다. 조상을 생각하여, 묘를 관리하고 차례를 지내는 것이 유학자들의 풍습이라는 인식조차 없이 그대로 따르는 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특히,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명절을 차례 문화는 전통 문화의 핵심으로 읽혀졌다. 그렇기 때문에 해방이후 국가적으로 전통 문화를 진흥하는 차원에서 장려되기도 했다. 다른 롤 모델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유교적 질서는 붕괴되었고, 개인의 권리가 더 중요하게 생각되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명절의 풍습은 그 가치를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꼭 양반의 후예라는 점을 강조하는 사회가 아니고 그런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줄어들었다. 개인의 행복과 즐거움을 중요시 하는 문화가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교통의 발달도 언제든지 고향집이나 부모님 집을 찾을 수 있는 상황에서 명절에만 가족 모임을 할 필요도 없어졌다. 지역과 공동체 차원의 행사는 갈수록 줄어들어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고 있다. 결국 불편함을 감수하며 명절 행사를 할 필요가 있는 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명절을 없앨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만약 유교적 질서를 따를 필요가 없다면, 그에 대체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차례상에 어떤 음식이 올라가야 하는가보다 더 근본적이어야 한다. 예컨대 차례를 반드시 아침에만 지내는 것이 아니라 저녁에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낮에 준비해서 차례를 지내고 저녁식사를 할 수 있다. 벌초도 당일날 할 수도 있고 성묘도 같이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음식의 내용도 앞으로 크게 변화할 것이다. 지금도 그것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 사항이다.

명절을 없앤다고 될 문제도 아니고 이미 전통을 반대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사람들의 불편함을 최소하여야 한다. 더구나 명절 이후에 이혼 등 갈등이 폭발하는 것은 반드시 명절 때문이 아니라 평소의 문제들이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명절이 트리거 (방아쇠)역할을 해서 터진 것이다. 모든 것이 명절 때문만은 아니고 그것이 이혼을 위한 명분이 되고 있기도 하다. 명절이 이런 트리거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당연히 평소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