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예쁜남자> ⓒ KBS |
[김헌식의 문화비빔밥] '육아남'의 부상과 남성육아휴직 2.8%의 현실
드라마 <예쁜 남자>가 기록한 2%대 시청률은 장근석과 아이유에게도 충격이었다. 장근석은 한류스타이고, 아이유는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을 통해 주연 연기자로 잘 변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구나 <최고다 이순신>은 평균 시청률 25%를 보였고, 30%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그럼에도 드라마 <예쁜 남자>가 2%대 시청률을 기록했으니 그들의 이미지를 여지없이 구기게 되었다.
더구나 2%대의 드라마가 다시 등장한 것은 2005년 <가을 소나기> 이후 처음이었다. <가을 소나기>는 당시 너무나 빤한 설정 때문에 시청률이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었다. 한 남자를 두고 벌이는 두 여자의 사랑이야기였다. 그러나 텔레비전 드라마에 그렇게 심오하고 유별난 소재는 많지 않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작품 분석을 떠나 <가을 소나기>의 남자 주인공은 자신의 친구와 나눈 우정을 포기할 만큼 매력적이지 않았다. 만약 그가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였다면, 빤한 소재의 이야기라도 그렇게 낮은 시청률로 드라마를 곤두박질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예쁜 남자들의 몰락, 육아남의 부상
적어도 남성 캐릭터의 관점에서 드라마 <예쁜 남자>는 더 이상 예쁜 남자가 선택받지 못하게 됨을 확증했다. 영화 <너는 펫>에서 장근석은 애완남에 적합한 외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지만 그 조각 같은 얼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더 주목을 받았던 이는 오히려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F4였던 이민호가 아니라 김우빈이었다. 김우빈은 예쁜 남자와는 거리가 있었다. <상속자들>에서도 단지 예쁜 남자만 등장한 한 것이 아니라 기업 경영권을 둘러싼 다툼과 그 와중에 여주인공(박신혜)이 빠진 난감한 상황의 설정이 시청자의 흥미를 끌었다.
이제 단지 예쁜 남자는 흥미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루밍족이나 꽃미남은 핫 캐릭터에서 벗어났다. 예쁜 남자들은 초식남처럼 자기 자신에게 더 투자를 하는 존재들이다. 오히려 겉으로 보면 이제 텔레비전에서 주목받고 있는 남자는 육아남, 육아하는 남자들이다. <아빠 어디가>를 비롯한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냐오냐>, <아내가 사라졌다>, <오마이베이비> 등은 남자들의 육아를 다루고 있다. 불과 얼마 전 일었던 요리하는 남자 트렌드보다 더 현실적인 화두다.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는 남자, 누군가를 양육하는 남자가 더 주목받는다. 누군가를 위해 얼굴단장, 화장을 하는 남자는 낯설다. 소녀적 선망이 투영되는 예쁜 남자만 바라보기에는 현실이 차갑다.
이런 유형의 프로그램은 육아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부각한다. 따라서 여성들이 담당하는 육아의 중노동적 본질을 남성들이 잘 해낸 다면 이 프로그램들은 성립할 수 없다. 남성들은 미션을 잘 하지 못해야 한다. 귀여운 아이 추사랑과 같은 유아캐릭터의 등장은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유아 스타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온가족들이 지켜보는 그들은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지 못하게 한다. 그 유아 캐릭터만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롤 플레이로 남이 애를 키우는 장면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켜보게 만든다. 다른 집 아이를 바라보며 즐기는 것은 관음증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아이는 이때 관찰과 즐김의 대상이다. 사람이 성장하고 자율적인 존재로 성장하는 과정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면들이 있고, 그것은 관찰은 물론 예능적인 코드로 접근할 수 없는 면이다. 그럼에도 남의 집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을 왜 우리는 지켜보고 있는 것일까. 자본의 동학을 통해 아이가 결핍된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를 이미지로 충족하고 있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목표달성을 위해 주어지는 미션에 초점이 맞춰지는 육아 프로그램이 그 시각과 관점애서 매우 좁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KBS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 KBS |
육아는 여성에 한정되는 것이 아닐뿐더러 각 개인의 힘으로 충족되지 않는 면이 강하다. 이런 육아예능프로는 국가적인 정책과 기업의 제도가 담당해야할 조치들을 외면하게 한다. 육아는 남성들의 힘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남성 개개인의 능력이나 의지만 가지고는 힘들다. 육아휴직 등은 여성에게만이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주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출연하는 남자 연예인들에게 이런 육아 환경이 제대로 갖추어질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비정규직보다 더 심한 불안정성이 남성육아를 안정적으로 가능하게 할 지 의문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연예인들이 육아의 주체로 등장하는 것은 더욱 맞지 않는다. 그래서 스타 2세들만 육아 프로에 등장시키는 것은 일반인 참여의 가능성을 언제나 열어두게 한다. 근본적으로 48시간이나 1박 2일이라는 제한된 시간의 육아 미션 수행은 실제 육아남들에게 실제적인 액션플랜을 제공하기도 힘들다.
육아는 제도와 복지의 문제
육아는 사회제도적으로 안정감 있게 보장되어야할 권리다. 그렇기 때문에 육아를 개인들의 능력에 가둘 때, 육아의 사회 정책적 지향점을 호도하는 것이 된다. 이런 프로그램에서는 육아는 가족, 남편, 아내가 육아 테크닉만 습득하면 해결될 것으로 비춘다. 더구나 결국, 이런 프로그램의 귀결은 여전히 육아의 중심은 여성임을 재확인한다. 잠시 육아 미션을 남자가 시도할 뿐이다. 현실에 있는 근본적인 육아 환경은 보여주지 못한다.
육아휴직 제도는 세계적으로나 우리나라에서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기업에서 육아는 여성에 한정하고 있으므로 남성의 육아휴직은 매우 낯설게 대한다. 문화적 인식은 육아에 매진하는 남성은 남자답지 못하게 여긴다. 남성이 육아를 담당하는 것은 기업의 조직문화와 수익을 해치는 것으로 생각한다.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우려하듯이 남성들은 육아로 인한 승진단절을 두려워한다. 만약 이런 우려를 불식시켜 남성들도 육아에 나설 수 있게 보장한다면, 여성의 육아는 덜 부담스러울 것이다. 육아를 둘러싼 고민은 생산성을 저하시킨다. 수많은 남성과 여성의 관계는 물론 가정을 불화의 상태로 만들어 조직생활에 다시 해가 된다. 또한 코넬대의 연구에 따르면,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오래 할수록 여성들의 경력 단절이 덜했다. 남성 육아 휴직이 조직에 긍정적이라는 연구도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육아 휴직 제도를 신청하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지만 2.8%(2011) 되지 않으며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을 뿐 전체적으로 아주 미약하다. 일반 기업에서는 생각하지 못하는 측면이 많다. 스웨덴은 육아휴직에서 남성 할당제를 시행하며 이를 남성이 하지 않을 경우 부모 휴가가 줄어들게 만들었다. 스웨덴 남성의 육아휴직제도 이용률이 20.8%(2007년 기준)이었다. 육아는 인식의 변화이전에 돈과 자본의 문제이다. 노르웨이의 남성들이 95% 이상 쓴다는 '파파 쿼터제(papa quota)'는 59주를 모두 쓰면 월급의 70%, 49주를 쓰면 100%를 준다. 수당은 '폴케트리그든(Floketrygden)'이라고 국가보험에서 나온다. 높은 휴직 급여는 높은 세금을 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오냐오냐>와 <오마이베이비> 등은 남편 개인도 모자라 조부모의 역할을 강조한다. 한국적 현실에서 이러한 점은 이해가 갈 수 있지만, 국가나 사회의 제도적 확립의 관점을 간과하고 만다.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를 한명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는 현대사회에서는 국가, 자본의 협조가 유기적이어야 함을 암시한다. 북유럽의 유아휴직제 활성화와 대체인력장려금, 국가보험 같이 정부나 기업이 같이 '스칸디 대디'가 나올 수 있도록 제도적 확립에 적극 나서야 한다.
자본의 변화를 이끌어야
북유럽처럼 육아하는 좋은 아빠가 회사일도 잘하고 승진도 한다는 인식이 중요할 것이다. 육아예능의 역할은 재미를 통한 이런 육아남의 대중적 인식의 확산에 있다. 문제는 육아남이 아닐 것이다. 그 확산은 육아남에 개인적 사회적 거부감을 해소하고 남성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육아는 집에서 개인이 하지만 그 토대는 사회, 국가적이다. 여성을 넘어서 남성들에게도 자본과 기업이 육아휴직제 등 육아에 적합한 조치들을 보장하도록 문화적, 제도적 조치들의 확립을 유도하는 것이 근본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육아예능이 개인적인 차원에 초점을 맞춰 제작하는 것보다 좀 더 외연을 사회와 조직, 국가적으로 넓혀야 한다. 예컨대 육아하는 아빠의 회사 생활을 같이 보여주어야 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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