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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속 교장 행정실장은 현실에 없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8. 2. 7. 11:31

영화 <도가니>속 교장 행정실장은 현실에 없다

<김헌식 칼럼>영화가 아동 범죄 예방역할하려면 범죄자 얼굴 바꿔야

 

 

한국의 아이들은 영화 <아저씨>의 차태식(원빈)과 영화 <도가니>의 교장, 행정실장 중에 누구를 더 따라갈까. 아마도 차태식을 따라갈 것이다. 잘 생기고 멋진 차태식이니 말이다. 다행하게도 전당포 귀신이라는 아저씨는 악당이 아니라 오히려 끝까지 어린 송이를 지켜주는 영웅이 되었다. 하지만 만약 차태식이 정말 범죄자이었다면 어떠했을까. 그렇다면 송이 엄마의 예상대로 정말 이웃집 아저씨는 위험한 사람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현실에서 원빈 같은 인물이 범죄자라면 아이들은 많이 속아 넘어갈 것이다. 얼마든지 원빈 같은 마스크의 캐릭터는 아동 대상의 범죄를 저지르고 다닐 수 있다. 실제로 원빈과 같은 걸출한 미남자는 아니지만 많은 경우, 범죄자는 평범하거나 악당같이 안 생긴 경우가 많으며 친절한 행동을 보인다. 이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대처 교육은 너무 판이하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교육이 매우 위험스럽다는 점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바이다.

 

 영화 도가니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한국에서 아이들에게 범죄자는 흉악하게 생겼다고 가르친다. 동화책에서도 범죄자는 늑대나 괴물에 비유된다. 아동들이 태어나서 처음 만나게 된다는 미디어속의 악당들이 그렇다. 특히 애니메이션에서 악당은 정말 못되게도 흉악한 모습이다. 그래서 많은 한국의 아동들은 범죄자는 보통 사람처럼 생긴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많다.

 

미국은 범죄자가 보통 사람, 평범한 사람일수 있다고 가르친다. 이 때문에 평범한 용모의 사람이 와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도록 교육을 받는다. 이러한 차이는 유괴범이나 성폭행 범에게서 아이들을 지키는데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의 아이들은 평범한 외모 혹은 호감을 줄만한 범죄자들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위험한 사람은 외모적으로 흉악하다는 선입견의 교육을 받는 한국의 아이들이 더 범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잘 생기고 훤칠한 사람은 범죄자나 위험한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는 경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한 경향성이 강할수록 그들의 요구에 쉽게 응하고, 범죄의 희생자가 된다. 또한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어른들의 요구에 쉽게 응한다. 어린 시절부터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교육을 받기 때문이다. 착하게 행동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것이다.

 

영화 도가니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영화 <도가니>는 사회적 무관심속에 은폐된 아동에 대한 성폭행 사건을 다루고 있다.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는 아동을 교육하고 선도해야 하는 교장과 학교행정실장이었기에 소설 <도가니>가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더구나 그 아동들은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장애인이었다. 아동이면서 장애의 상태에 있는 아동을 교육자가 성적으로 유린한 사실을 적나라하게 다룬 영화이기에 공분을 살만하다. 재수사와 감사가 이루어지고 법원이 해명을 하는가 하면, 사회복지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이루어지고 있다. 해당 학교는 문을 닫게 한다는 교육당국의 발표도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극단적인 분노감을 이끌어내려는 듯이 이분법적인 선악의 구도속에서 범죄자를 악당의 이미지로 굳어지게 했다. 즉 교장과 행정실장, 생활 교사처럼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진 사람만이 성추행과 성폭행을 일삼는 것처럼 생각할 여지를 남겨 준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면 범죄자로 추정되는 인물은 곱상하고도 여린 젊은 청년이었다. 이는 단순히 역발상이 아니라 감독이 현실을 잘 반영한 덕분에 형상화 할 수 있는 리얼한 설정이었다. 많은 성폭행자들은 체구가 작거나 여린 얼굴에 평범이상의 외모를 가지고 있다. 이는 연쇄살인범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이러한 외모적 특징을 가진 이들에게 보통 방심을 하기에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기 쉽기 때문이다.

 

장애 아동만이 아니라 일반 아동에게도 이는 마찬가지여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오류가 될 것이다. 오히려 영화에서는 교장과 행정실장, 생활교사는 평범하거나 부드럽고 여린 미남자들이었어야 한다. 오히려 그런 점이 현실에 대한 실제적 형상화를 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겠다. 더구나 이런 점은 아동의 심리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여겨진다. 영화 <도가니>는 비장애인의 각성과 인식의 확대와 재판정의 진실게임에 초점이 맞추어진 한계로 장애아동의 심리적 분석이 배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애아동의 비주체화라는 기본적인 소설의 특징은 여전히 영화에서도 반복된다.

 

다만 장애아동에 대한 인권의식 제고와 인화학교 사건 재수사를 촉발한 공로에만 박수를 쳐야할 듯싶다. 보통 평범한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자신을 지킬수 있는 방안은 아동의 심리분석에서 기인해야 한다. 이는 장애 아동에 대한 심리분석이 영화< 도가니>에 반영되었어야 하는 이유와 맞닿아있다. 여하간영화 속 악당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현상을 극복하는 것이 영화가 아동 범죄영화를 막는데 근본적으로 일조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김헌식 평론가/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