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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시상식 거부한 백종원, 어떻게 봐야 하나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12. 31. 23:23

2015년 방송가의 핫트렌드였던 '쿡방'의 실질적인 주도자였던 백종원이 연말 방송사의 시상식에서는 철저히 배제됐다. 사진 왼쪽은 SBS '백종원의 3대 천왕' 표스터, 오른쪽은 MBC '마이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
올해 대종상 영화제에서는 초유의 '출석시상식' 포맷이라는 것이 등장했다. 즉 출석을 하면 상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상패에서 이름을 빼겠다고 했다. 대리수상을 방지해서 영화제의 흥행성을 높이겠다는 주최측의 꼼수(?)로 평가되었다. 

유명 배우들이 참가해야 영화제가 산다는 생각은 주최측의 이해관계를 전적으로 우선한 것으로 보여졌다. 배우들은 집단적으로 불참을 선언했고, 주요 수상자들이 없는 시상식은 단팥없는 찐빵이 되어 버렸다. 물론 통보 자체가 늦은 이유때문이라고 배우들이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연례 행사로 치러지는 방송사 시상식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에 수상이 아예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있었던 것인데 바로 백종원이었다. 그는 2015년 가장 언급이 많이 된 인물 가운데 한 명이었다. 쿡방 열풍에 주인공으로 트렌드를 주도해나간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느 방송국에서도 상을 받지 못했다. 

그는 방송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이미 밝힌 바가 있다. 이유는 자신이 방송인이 아니라 요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그는 방송사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은 때문인지 결국 수상을 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수많은 공동 수상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물론 이런 분석들은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근래에 방송 트렌드는 비방송인을 예능프로그램에 적극 출연시키는 방식이다. 그들이 각광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문 예능인들이 일정한 패턴의 재미를 주는 것과 달리 이들은 거칠지만 의외의 웃음을 만들어 준다. 정형화된 방식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방송에 활력을 준다. 

더구나 언제든지 다른 이들로 교체해서 활용할 수가 있으며 출연료도 저렴하다. 저비용으로 최선을 다하는 진실한 웃음들을 맛보게 해준다. 육아 예능과 관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주로 확인되었고, 올해는 쉐프테이너와 쿡방 프로그램에서 주로 관찰되었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바로 백종원이었다. 그는 최소한 지상파 방송국의 '마이리틀텔레비전'과 '3대 천왕'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백종원의 불참 선언은 고도의 마케팅 전략일 수도 있다. 다른 이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선택을 했기 때문에 찬사와 호평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 시상식의 출연 거부를 선언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한국의 미디어 환경을 볼 때 이렇게 출연을 하지 않는 이들이 많을 수가 없다. 

백종원이 스스로 요리하는 사람이라도 밝힌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선언 확인시킨 것이기도 하지만, 그의 독립적인 입지를 각인시킨 발언이었다. 불참을 하려면 방송과 독립적인 입지를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단순한 요리사가 아니라 요식업계의 큰손이라고 불리는 사회경제적 입지를 갖고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방송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재구축하거나 강화하는 입장에 있는 것과 다를 것이다.

불참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방송사 시상식 불참을 선언했을 때, 돌아올 막연한 피해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종원은 이를 배제해 버린 셈이다. 즉 그의 선택은 방송을 꼭하지 않아도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감수하겠다는 의도로 읽히기도 한다. 

백종원을 찬양하거나 호평의 대상으로 삼을 이유가 새삼 없는 지 모른다. 언제인가 그 대부분은 일상 자기 자리로 언제인가 돌아가야 하는 것이 방송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할수록 시상식의 수상자는 눈물을 쏟는다. 

여하간 방송사 연말 시상식의 핵심적인 본질을 보여준 사례였다. 출석을 해야 상을 준다는 것을 넘어서서 방송에 대해서 전적으로 피통제감을 주어야 한다. 비록 떠날 때는 떠나더라도 말이다. 여기에서 생각해 봐야 할 점은 시청자들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다. 설탕 논란처럼 말이다. 즉 2015년 한 해 동안 많은 시청자들이 쿡방 열풍을 통해 일상의 다른 면들을 접했다. 매년 별다른 일이 있기 힘든 환경에서 방송의 기여점이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그런 시청자들의 삶은 배제되었다. 결국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방송사 시상식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역시 잘 보여준 셈이다. 방송사들은 매번 시청자들을 위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2015년 최고 프로그램들은 대중적으로 쿡방이었지만, 방송 시상식은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