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자매 프리미엄의 대안을 묻다.
글/김헌식(중원대학교 특임 교수, 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예전에 막내 가운데 천재들이 많고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는 경우가 흔했다. 여러 형제 사이에서 왜 막내가 이렇게 독특해질까 봐 궁금할 수 있었다. 이런 점에 대해서 분석을 시도한 학자가 있었는데, 바로 정신분석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였다.
아들러(Adler)는 개인 심리학 관점에서 출생 순위에 따라서 성격과 재능이 발현되는 점을 지적한 바가 있다. 그는 막내에 대해서 다른 형제자매에 자극을 받고 경쟁에서 이겨내야 하는 환경에 처한다고 보았다. 물론,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 있기에 쉽게 그 상황을 빼앗기지 않는다. 아무래도 막내이기에 좀 더 편애(偏愛)할 수 있다.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부모나 다른 가족에게서 보호를 더 받을 수 있다. 이런 점들이 나이가 어리고 약할 수 있는 막내들의 약진을 낳을 수 있었다. 막내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다.
막내가 약진했던 이유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런 막내들이 많이 없어지고 있다. 더구나 외동아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는 미래에 인구가 줄어든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태어난 아이가 외동이라는 점은 쉽게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세대로 부각하고 있는 알파 세대들은 바로 이러한 외동들의 집단 군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선 구체적인 자료를 보자. 통계청의 '2022년 출생·사망 통계(잠정)'에 따르면 2021년에 태어난 아이 가운데 첫째 아이는 15만6천 명으로 전체 출생아(24만9천 명) 가운데 62.7%였다. 출산 순위별 통계작성이 처음 이뤄진 1981년 이후 역대 가장 높았다. 이전 최고치였던 2021년 56.8%를 넘었는데, 처음으로 60%를 돌파했다. 이는 이제 한 자녀 가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둘째가 있는 점도 있기는 있는데 둘째는 9.1%를 차지한다. 그런데 보다시피 첫째와 둘째의 비율 차이가 월등하다.
이는 만혼과 노산에 밀접하게 연결된 현상이다. 2021년 기준 여성이 첫째 아이를 낳는 나이는 평균 32.6세로 1년 전보다 0.3세 늘었다. 이는 1993년(26.2세) 이후 매년 높아지고 있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이렇게 늦게 낳으면 둘째 아이조차 낳을 수가 없다. 이렇게 되면 한 가정에 아이가 한 명밖에 없다. 뒤늦게 아이를 낳고 싶어도 생물학적인 한계 때문에 낳지 못하게 된다. 아이를 낳을 의사가 아예 없으므로 출산이 없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가졌을 때는 늦는 것이다.
만혼과 노산으로 막내 급격히 줄어
그런데 셋째는 2.1%의 비중을 보이게 되었다. 아이를 낳아도 한 명만 낳고 있다. 어떻게 보면 막내 아이는 이제 멸종하고 천연기념물이 될 것이다. 수치상으로 볼 뿐 일상생활에서는 보기 힘들어진다. 앞서 아들러는 막내 아이가 자극받고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존재라고 했고 그에 따라 열등감이 있다고 했지만, 그것은 개인주의가 강한 서양의 상황에 해당한다. 한국 등은 가족주의가 문화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막내는 다른 상황을 맞게 되었다.
과거에는 형제자매 프리미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없다. 형제자매 프리미엄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하다.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 있어도 본인 이외에 한 명이다. 예전에는 막내를 두고 부정적인 평가가 앞설 수 있다. 어른답지 못하고 막내티가 난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연애나 결혼 상대자로 부적합할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 개인으로 보면 풍족한 삶을 누려 왔다는 것을 내재하고 있다. 그에 상응해 부잣집 도련님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막내들의 풍족함은 비단 여유 있는 집이 아니라 가난한 집에서도 관찰할 수 있었다.
왜 그럴까? 적어도 1970년대생까지만 해도 형제자매가 대여섯 명인 경우가 그래도 있었다. 물론 이전 시대에는 더욱 많았다. 가난한 집에서 이렇게 많이 태어나면 어떻게 다 먹여 살리고 교육을 하냐 싶다. 하지만 가난한 집일수록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한다. 이렇게 많이 낳은 것은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막내는 돌봄을 받는 프리미엄 있었다
일단 장자에게는 유산 상속을 전제로 한다. 이 때문에 동생들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다른 동생에게는 덜 유산을 배분하지만, 재산을 많이 주는 것은 부모를 봉양하는 효도 행위 외에도 가족의 부양 의미도 있는 것이다. 거꾸로 장자들은 그렇게 성공적인 인물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기본적으로 장자는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많기에 막대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앞에 전례가 없으므로 온몸으로 헤쳐나가기도 바쁘다.
그런 데다가 재산을 지키고 가족의 근간을 유지해야 하므로 보수적인 태도를 더 취할 수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작아진다. 하지만, 장자들이 특정 의사결정에 '몰빵'을 하면 그것이 잘못된 결과를 낳았을 때 막을 방법이 마땅히 없다. 이 때문에 가문이 살기 위해 모험적인 시도를 하는 것이 꺼려진다. 하지만, 이런 수동적인 자세일 때 시대적 흐름에 뒤처질 수 있고, 자신의 분야를 만들어 새로운 제국의 건설을 담당하는 예가 흔하지 않다. 성공해도 전통적인 산업에 그쳐 장인이 되거나 아니냐는 사양 산업에 종사할 가능성이 크다.
누나가 두 명이면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는 말이 있다. 누나들이 살뜰하게 챙겨주기 때문이다. 장녀들도 예전에는 동생들을 위해 희생하는 면이 있었다. 도시 공장에 가서 월급을 타면 부모님은 물론이고 동생들의 학비를 보탰다. 막내가 도시에 진학하면 먹을 것 입을 것을 큰 누나가 담당을 했다. 사실상 어머니 역할을 했다.
한편, 형제들이 4형제 5형제가 되면 막내와 장남 장녀와 나이 차이가 크게 난다. 이들은 이미 사회에 자리를 잡았을 가능성이 크다. 산전수전 다 겪고 진학이나 진로에 대한 정보를 좀 더 많이 알 수 있다. 더구나 아이를 키우고 잇기 때문에 막내와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도 않는 경우가 잦았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형제들의 경험이나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사회생활의 자극을 받을 수 있다. 막내들은 다른 형제자매가 하지 않는 것을 할 가능성이 크고, 그것을 한다고 해서 가족이나 가문에 크게 해가 되지는 않는다. 어차피 그들은 실권이 없기에 비록 망한다고 해도 타격이 덜하다. 물론 형제자매들이 실패하지 않도록 가용자원을 통해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
알파세대는 막내이자 장자
이제 알파 세대로 일컬어지는 이들은 모두 장자이면서 막내가 된다. 한 가족이 아니라 전 가문에서 몇 사람이 안 되거나 혼자일 수 있다. 결혼을 안 한 거나 딩크족이 많기 때문이다. 아들러는 외동아이의 경우에는 자부심이 강하고 독립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혼자 시선을 끌고 애정을 받아왔기 때문에 자기중심적이며 유아독존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공주병이나 왕자병과 같은 말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형제자매들의 프리미엄은 없다. 부모가 온전하게 담당을 다 해주어야 한다. 부모들은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없고 처음일 가능성이 크다. 검색한 정보는 많아도 막상 서투를 수밖에 없다. 실패에 대한 위험부담을 상당히 느끼고 있다. 그 때문에 상당한 정보력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아이를 양육하거나 교육을 시도한다. 상당히 계획적이고 주도적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아이를 낳아 키우기로 했다면 로드맵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거꾸로 웬만큼 주도면밀에서는 티가 나지 않음을 의미한다.
붉은 여왕 효과에서 말하는 것처럼 보통 뛰어서는 제자리 유지하기도 힘들다. 그런데 부모들은 아이가 하나이기 때문에 자녀 양육에서 온전한 관계성을 맺는다. 한 사람과 내밀한 관계를 맺는다. 이런 점에서 형제가 많으면 갖게 되는 트라우마나 열등감이 적을 수 있다.
외동은 가족보다 타인과의 관계 더 중요시
관계의 신뢰성과 지속성을 완전히 체득하게 된다. 자녀가 많으면 돈독할 때 좋은 점이 있지만, 갈등도 많을 수 있는데 외동아이는 그렇지 않다. 그들은 이제 형제자매 등 일가친척에 대한 관계성보다 타인과 맺는 관계성에 더 적극적이고 유연하게 된다. 그들은 언제나 혼자 자랐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관계성에 갈급하게 된다.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체득하게 된다.
그들이 실패하지 않게 형제자매가 맡았던 역할을 사회와 국가가 해주어야 우리나라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 한편, 형제자매가 북적이는 가정에서 자란 이나 가족 부양 때문에 고생한 이들은 결혼이나 자녀 양육에 관해 관심이 없을 수도 있지만, 알파 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워낙 조용한 가정환경을 보냈기 때문에 결혼이나 자녀 양육에 대해서 다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즉 이른 나이의 결혼을 생각할 수 있다. 당연히 이를 위한 경제적 요인 법/제도적인 장치가 구비되어야 한다. 생존의 위기가 닥친다면 더욱 그런 경향이 강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