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신해철 떠난 뒤 법적 문제들 어떻게 되고 있나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10. 26. 22:08

고 신해철의 사망은 그의 음악적 성과에 대한 평가 뿐 아니라 국내 의료 사고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제공했다. 사진은 지난 25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열린 '신해철 1주기 추모식 및 봉안식' ⓒ연합뉴스음악적인 방송 행사나 공연으로 고 신해철의 음악적 활동과 의미를 살피고 있는 가운데 법적 제도적인 논의도 여전하다. 고 신해철 의료사망 사건 이후 여러 법적인 이슈가 있었고, 소기의 성과도 보이는 듯 했지만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은 답답하기도 하다. 

우선 검찰은 지난 8월 업무상 과실 치사혐의로 강모 원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위장관유착박리술 등 시술 뒤에 복막염증세가 있었지만 후속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첫 공판이 열렸지만, 강모 원장은 혐의를 부인했다. 쟁점은 세가지였다. 위축소수술 동의 여부, 복막염의 원인, 진료와 수술기록의 업무상 비밀누설, 환자 정보 유출 혐의들이다. 

이에 대해서 강모 원장은 모두 부인했다. 위축소수술동의서를 사전에 받았고, 복막염의 원인은 평소 환자가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해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천공이 평소의 음주와 스트레스로 인해 만들어졌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자료는 이미 유족이 언론에 노출시킨 바가 있기 때문에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다음 공판은 11월 18일로 핵심적인 쟁점에 대한 진실공방이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강모 원장의 S병원은 90억 원의 빚을 이유로 법정관리신청을 했지만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유가족은 23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돈을 현재로서는 S병원이 지급할 수 없는 불능의 상태라는 항변이다. 그런 와중에 강모 원장은 따로 병원 이름을 바꿔 개업진료를 하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을 지지 않고 다른 병원으로 이름을 달리하여 진료를 하는 것이 과연 도의적으로도 맞는 일인지 편법 논란이 있다.

신해철 사망 사건 때문에 의료중재원에 대한 주목이 있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과실 판정 결론으로 검찰이 강모 원장을 의료과실로 기소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의효과실 감정의뢰건수가 대폭 늘었다. 중재원을 통해 의료과실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는 사례는 그렇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의료분쟁 조정 중재에 병원들이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참여를 거부하고 무과실을 주장하는 경우가 9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예 참여를 거부하는 비율은 80%였다. 중재율은 47%밖에 안 된다. 따라서 이러한 중재율을 높이는 노력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병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의무조항을 법에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해철 법이라 불리는 강제조정 내용의 의료분쟁법안(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기는 하다.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가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형국이다. 국가가 병원을 중재에 강제로 참여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의료사고를 의식해 의사들이 소신 진료를 하지 못하고 수동적 방어적인 의료조치를 취하여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실에 직접적으로 해당하는 책임은 외면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강하지 못하다. 

신해철 의료 과실사건은 해당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계 전체와 환자의 대리전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이 법안이 의료사고 피해자나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자동조정 시 신청자가 제한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측이 원하는 이들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 예가 ‘의사배상책임보험’이다. 의사가 감당하기 힘든 배상금을 보험사가 내주는 것인데 미국, 프랑스, 스웨덴 덴마크 등 14개국에서는 의무가입조항으로 실시하고 있다. 

의무가입조항에서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다. 아울러 여전히 의료보험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을 수술하는 행태의 위험성은 여전하다. 쇼닥터(Show Doctor)에 대한 제재는 강화된 면이 있다. 

강모 원장이 위밴드수술에 관해 방송에 나와 안전하다고 주장했던 바가 있기 때문에 그는 쇼닥터로 분류되었다. 쇼닥터 현상은 아직 완전하지 않은 의료정보를 과시하듯이 방송에서 긍정적으로 알리는 이들을 말한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쇼닥터' 제재조치는 올해만 56건으로 전년비 11배 급증이었다. 쇼닥터를 제재할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기는 했다.‘의료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에 따르면 의료인이 방송, 홈쇼핑, 신문, 인터넷신문, 정기간행물 등을 통해 잘못된 건강, 의학정보를 제공하면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신해철 의료사고의 성과라면 이것이겠다.

아직도 해결해야할 법적 제도적인 과제들이 있기 때문에 이조차 씁쓸할 수밖에 없다. 의료모순을 해결하는데 신해철의료 사망사고가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격려가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음악적 활동의 가치 평가 외에도 중요한 작업들일 것이다. 단지 뮤지션이 아니라 사회변화를 위해 경주하려 했던 신해철의 정신에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