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와 문화 콘텐츠

스마트폰을 세로로 보면 안되는 거야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9. 1. 24. 12:47

 가로 본능과 세로 본능은 문화적 차이인가


스마트폰으로 모든 콘텐츠를 접하는 시대에 모두 스마트폰을 세로로 잡고 들고 다닌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에서 콘텐츠를 볼 때 세로로 볼까, 가로로 볼까. 아마 영화와 드라마를 볼 때는 제외하더라도 대부분 세로로 본다. 영화와 드라마를 세로로 보면 안될까? 

영화와 드라마를 가로 뉘어서 보는 이유는 텔레비전과 스크린이라는 가로 본능 미디어를 위해서 만든 것을 세로 본능의 스마트폰으로 보기 때문이다. 세로로 스마트폰에 맞게 영화제작사나 방송국이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할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뮤직비디오는 어떨까.


전혀 다른 아이돌 그룹 마마무와 에픽하이가 공통점을 갖게 됐다. 바로 세로 뮤직 비디오 때문이었다. 에픽하이는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듯한 화장실 공간을 세로 뮤직 비디오의 장으로 삼았다. 마마무는 노래방 버전으로 가로 뮤직비디오와는 다른 세로 뮤직비디오의 깊이감을 새롭게 선보였다. 모모랜드와 공원소녀도 뮤직비디오와 콘서트 영상을 세로 편집방식으로 제작했다. 2018년 10월 폴킴은 세로 직캠으로 신곡 라이브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유튜브에는 세로형 라이브 채널이 있다. 마치 영상 통화를 스타나 가수와 나누는 듯한 공감을 준다. 세로 라이브에 이어 세로 댄스, 세로 웹드라마까지 나오고 있다. M.net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 사람이 릴레이로 춤을 추게 하고 그것으로 세로 영상으로 전달한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더 각광을 받게 된 동영상 플랫폼은 어떨까? 

유튜브는 먼저 볼 수 없었던 세로 동영상 서비스를 열었다. 뿐만 아니라 신생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페리스코프와 메신저 스냅챗은 세로 동영상을 기본값으로 설정했는데, 사실상 이런 신생 업체들의 동영상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세로 동영상에 대한 주목이 이뤄졌다. 2018년 6월 인스타그램은 세로 전용앱 IGTV를 출시하기도 했다. 여백없이 세로콘텐츠가 가능하고 최소 4:5의 비율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원 스트레인지 락‘이라는 우주 공간에서 우주인들이 본 지구 다큐를 46분 분량의 세로 다큐로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심지어 스냅챗의 세로 영상 광고가 가로 광고보다 9배 정도 몰입감이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더욱 이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국내 업체의 2018년 11월 조사에서도 세로형 광고가 가로형 광고보다 더 기억에 잘 남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디어 플랫폼 NBT는 광고주가 가지고 있는 가로 광고 영상을 M.V.P(Mobie Vertical Optimizing Program)을 통해 자동으로 세로 영상으로 만들어준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고 접하고 있는 동영상은 모두 가로 중심이다. 텔레비전 화면과 영화 스크린은 모두 세로보다는 가로가 훨씬 넓다. 영화와 텔레비전 화면이나 스크린이 아닌 디지털 미디어 인터페이스에서도 똑같이 적용돼 왔다. 스마트폰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도 가로로 뉘어야 했다. 이 때문에 가로 본능을 강조하는 광고 카피도 한 때 유행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가로 위주의 콘텐츠 자체를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세로 본능의 동영상이 가로본능의 동영상을 밀어내고 있는 것일까. 단지 몇몇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의 성공 사례 때문일까. 

우선 웹콘텐츠의 세로 소비 현상 때문이다. 웹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세로로 소비한다. 물리적 공간에서 소설은 옆으로 넘겨 읽지만, 웹소설은 위아래로 읽는다. 만화도 마찬가지다. 침을 묻혀 옆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위아래로 내려 읽는다. 

이를 가리켜 스크롤 방식이라고 말한다. 아래로 읽어 내리기 때문에 세로 본능에 충실한 콘텐츠 방식인데, 카카오톡과 같이 메신저도 세로로 한다. 또한 페이스북도 세로로 읽거나 작성해간다. 따라서 웹은 세로콘텐츠에 충실하기 때문에 가로콘텐츠의 소비가 중심이었던 아날로그 시대와 결정적으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스마트 모바일 환경이 조성되면서 이런 세로 본능의 컨텐츠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텔레비전이나 영화도 이제는 스마트 모바일 특히 핸드폰으로 즐겨본다. 기본적으로 핸드폰은 가로길이가 길기보다는 세로로 길다. 핸드폰이 긴 것은 사람의 신체 공학 때문인데 눈의 초점과 손가락 조작이 가로에 좀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안의 콘텐츠도 세로 규격이 길어야 알맞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세로 인터페이스를 통해 가로 영상 등을 봐야 했다. 미디어 소비환경이 텔레비전과 영화중심이었기 때문에 스마트 모바일을 위해 따로 영상을 구성하는 것이 불필요해 보였지만, 이제는 이동간에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태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무시 못 할 상황이 됐다.

또한 스마트폰이 콘텐츠 소비만이 아니라 창작의 수단이 되기 때문에 세로 본능이 중요해졌다. 이제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은 세로로 이뤄진다. 가로보다는 사용자들이 세로에 익숙해지고 있고, 이는 스마트폰 세대일수록 더욱 강해지고 있다. 따라서 그것을 창작하고 소비하는 것이 모두 세로이기 때문에 가로와 세로로 나눠져 있던 이중적인 측면이 세로로 통합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영화가 제작되고 있고, 그와 관련한 영화제도 활성화되고 있다.

이러한 인터페이스 차원의 요인도 있지만, 가로 세로가 가진 기본적인 차이점도 작용하고 있다. 가로는 풍경이나 배경을 드러내주는데 적합하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등장할 수 있으며, 전체적인 분위기나 넓이감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풍경 사진이나 경주 장면을 담아내기 알맞다. 영상 콘텐츠면에서는 자연 다큐멘터리나 액션 추격씬이 가로 영상 촬영에 적합할 수 있다. 

반대로 세로 화면은 깊이감을 드러내준다. 원근점을 활용한 시각적 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 좀 더 좁은 범위에서 바로 앞을 더 주목하게 만든다. 마치 앞에 있는 사람만 주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마치 사람이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듯 싶다. 초상화에 주로 세로 형태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들의 화보나 패션 모델의 직캠등은 세로로 만들어 깊이감을 더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모델은 신체 사이즈를 길게 살릴 수있다. 춤이나 인물 인터뷰 영상도 가로보다는 세로 영상이 더 몰입을 증대시킬 수 있다.

따라서 세로 영상은 사람에 대한 좀 더 몰입감을 강조하게 된다. 과거에 연극을 보듯 텔레비전 영상이나 영화 콘텐츠를 제작했던 시대와 이제 완전한 결별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가로 본능의 콘텐츠가 완전히 세로 본능의 콘텐츠로 바뀌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로영상은 물론 세로 동영상에 맞는 컨텐츠의 특성이 적용되어야 할 영역이 구분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아이맥스로 봐야할 영상은 전용극장에서 봐야한다. 

한편, 세로 영상이 부각되는 이유를 사회경제문화의 특징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1인 가족증가와 개인주의 문화 심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도 많고, 활동도 혼자 하기 때문에 핸드폰에 등장하는 사람은 본인 혼자인 경우가 많다. 더 이상 나르시시즘이라는 단어는 적합하지 않은 듯 싶다. 

셀카사진이나 동영상은 너무나 빈번하게 SNS를 오르내린다. 또한 개인들이 즐겨보는 인터넷 방송에도 출연자는 혼자 등장하며 그 초점도 홀로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맞춰져 있다. 이 때문에 개인에 대한 감정적인 몰입을 이끌어내기 위해 가로보다는 세로 프레임의 콘텐츠가 더 알맞다는 것이다. 개인들의 자아중심성을 더 강화해주는 것이 세로 프레임의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너만을 위한다'는 느낌의 마치 한 사람을 위해 이야기하고 노래를 부르며 공연을 하는 듯이 가로 영상이 제작되는 것이다.

앞으로 개인주의 라이프 스타일속에서 개인 미디어와 콘텐츠 창작과 소비가 증가를 하면서 가로콘텐츠보다는 세로 컨텐츠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특히 스마트 모바일 환경의 증가는 세로형 컨텐츠의 연출 제작 노하우와 인력들의 필요성을 더 촉발 시킬 것이다. 이에 맞게 교육 프로그램도 구성돼야 한다. 다만, 가로본능에 맞는 콘텐츠와 세로 본능에 맞는 콘텐츠의 구분도 필요하다. 


지금 세대는 소통을 원한다. 유튜버들이 주목받는 것은 다른 미디어 콘텐츠에서 볼 수 없는 아이템이나 내용물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통에 있다. 서로 대화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반응이 오가기 때문이다. 이런 소통의 인터렉션에 적합한 것은 가로보다는 세로 디스플레이다. 모바일은 내밀함이 생명이기 때문에 세로 영상은 마치 사람이 앞에 있는 듯한 친밀감을 주기 때문에 이는 대세가 될 수 밖에 없다. 내추럴 커뮤니케이션의 운명이다.  


글 김헌식(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카이스트 미래세대 행복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