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노믹스

쇼루밍족 퇴치법?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4. 6. 13. 09:06

기업에 골치 아픈 쇼루밍족 퇴치하는 방법은....?!


교보문고는 국내 최대의 서점이다. 그러나 국내 최대의 책 전시장으로 전락했다. 왜 전시장으로 전락했을까. 일단 서점과 책 전시장의 차이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자. 서점은 책을 본 그 자리에서 직접 사야 매장을 연 의미가 있다. 물론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서점이다. 

온라인 서점 즉 인터넷 서점은 매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책을 따로 보관하는 대형 창고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소비자 처지에서는 책을 전혀 살펴 볼 수 없을 때, 책 구매를 주저할 수 있다. 인터넷 상에 드러난 표지와 목차 간단한 요약 내용만 믿고 책을 사기에는 부담을 느끼게 된다. 

이른바 정보비대칭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책은 한 번 사면 물리기 힘들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직접 책을 보고 사기를 원한다. 그런 점은 인터넷 서점이 충분히 채워주지 못한다. 이런 점 때문에 오프라인 서점이 훨씬 유리한 점이 있다. 하지만 인터넷 서점은 이를 좌시하지 않았다. 

바로 대폭적인 할인이었다. 매장을 유지하지 않으니 인터넷 서점은 저렴하게 책을 구입할 수 있게 했고 포인트나 마일리지 점수를 대폭 챙겨주었다. 비록 책을 볼 수 없지만 이 할인율 때문에 인터넷 서점을 이용자들이 자주 찾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인터넷 서점은 책을 만지게 할 수 없었다. 이런 점을 소비자들이 악용한 것이 바로 쇼루밍(Showrooming)현상이다. 

쇼룸은 말 그대로 보여주는 방, 전시실을 말한다. 전시실은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대상을 보기만 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상업적인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공간을 쇼룸으로 만들어 버린다면 영업수익을 올릴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인터넷 시대에 교보문고는 거대한 쇼룸 그러니까 책 전시실이 되었다. 많은 이용자들이 교보에서 책을 살피고 인터넷 서점이나 할인 사이트에서 구입한다. 최근에 입법을 통해 15% 이상 책을 할인하지 못하게 하여 다소 변화가 예상되지만 크게 낫지 않을 것이다. 무겁게 책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며 최대한 가격이 저렴한 곳을 찾아 구매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쇼루밍족들은 서점에만 있지 않다. 인터넷을 통해 구매 할 수 있는 상품 전체에 해당된다. 쇼루밍족들은 오프라인의 매장을 찾아 직접 물건을 접하거나 간단히 사용해 보고는 가격 비교 사이트를 통해 가장 저렴한 곳에 주문한다. 이런 소비 행태 때문에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은 골치를 썩고 있다. 물건을 이 매장에서 봤다고 해서 꼭 그 매장에서 상품을 구입해야 한다는 의무 사항은 없다. 쇼루밍족들은 정보비대칭 현상을 가장 적게 만들려고 하는 것이고, 매장에서는 기본적인 상품 판매기준 마비를 지적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정보비대칭 현상의 대표적인 예로 언급되어온 중고차 시장에서는 쇼루밍족들이 활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중고차들은 아무리 같은 기종의 차라고 해도 차의 상태가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차를 판 사람들이 차를 어떻게 사용했는가에 따라 상태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같은 차종의 가격을 알아봐도 반드시 오프라인 매장에 와서 확인을 해야 한다. 실제 차량을 보고 그에 적합한 가격인지 파악을 해야 한다. 이는 결국 상품의 유일무이함이 인터넷에 대응하는 오프라인 매장의 생존방법임을 말해준다. 

동대문에서는 역쇼루밍족들을 겨냥한 마케팅이 성공하고 있다. 이유는 바로 동대문에서만 나오는 의류가 있기 때문에 다른 매장에서는 구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동대문은 이른바 브랜드 양성소, 인큐베이터 기능을 하기 때문에 이런 역쇼루밍이 가능한 것이다. 쇼루밍은 동대문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얻을 수 있는 함의는 무엇인가? 쇼루밍족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다른 매장과 차별성 없이 똑같은 상품들을 진열한 매장들은 판매공간이 아니라 인터넷을 위한 전시실이 될 뿐이라는 것이다. 매장에만 존재하는 상품을 팔 때, 쇼루밍족들을 견제할 수 있다. 명품 업체들이 자신만의 브랜드와 상품을 통해서 쇼루밍족들을 막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디서나 누구나 다 접근할 수 있는 책들을 구비할 경우에는 필연적으로 쇼루밍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규모가 큰 서점일수록 어디서나 볼 수 없는 소수의 책을 구비하지 않고 대량 생산 책을 구비할 것이다. 만약 1인 출판을 통한 책들을 독점적으로 구비한다면 이런 책들은 인터넷 서점에서 따라 올 수 없다. 이른바 소수, 마니아 출판을 롱테일 전략으로 매장을 구축할 때 문제를 타개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전체 흐름을 볼 때, 대량생산 대량 소비 시스템에 맞춰진 상품매장은 모두 인터넷 매매를 위한 전시 룸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을 효율적으로 일치시킨 기업만이 유지가 가능할 것이다. 아니면 아예 특화 시킨 상품만을 갖춘 오프라인 매장만이 쇼룸으로 전락하지 않겠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