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헌식(중원대학교 특임 교수, 정책학/문화정보학)
제21대 대선은 문화 전쟁이라 지칭할 수 있는 현상이 있다. 기존 현상들이 심화하기도 하고, 새롭게 등장한 예도 있다. 몇 가지 유형이나 분야를 살피고 그 의미와 지향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애초의 전망대로 대선 후보들의 음성과 얼굴을 악용한 딥페이크 허위 영상이 늘었다. 공식적으로만 200여 건에 이른다. 이에 따라 전문적으로 걸러내는 업체도 부각하고 있고 일반 국민이 간파해 내는 법도 공유되고 있다.
예컨대, 보통 딥페이크 영상에서 사람의 눈 깜박거림이 중요한 판별 기준이 된다. 비정상적이거나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선 캠프에서는 딥페이크 영상을 삭제 요청하거나 당사자들을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개정 선거법에 따르면 제82조의 8(딥페이크 영상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운동을 위해 AI 기술 등을 이용해 만든 가상의 음향, 이미지, 영상의 제작·유포·게시를 금지한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정작 딥페이크에 대한 정책 이슈는 실종되었다.
딥페이크 영상의 빈번한 등장은 그만큼 온라인 홍보전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선거 운동방식은 디지털 콘텐츠와 SNS를 활용한 방식이 대세다. 홍보 인쇄물, 현수막 등은 수요가 연하게 줄었고, 온라인 유세 영상이나 광고, 콘텐츠를 만드는 업체들은 분주해졌다.
그런데 각 정당이 전문적인 업체에 의뢰한 것이 아니라 지지자들이 인공지능을 이용해 만든 홍보 영상을 주요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리는 경우도 잦아졌다. 이에 따라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었다.
여전히 각종 ‘선거 로고송(선거송)’이 주목받았는데, 이번에는 여야가 같은 노래라 혼선이 있었다. 유정석의 '질풍가도'는 이재명·김문수 후보가 모두 사용한다. 비록 가사 내용을 바꿨지만, 리듬과 멜로디는 같기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혼선을 주었다.
지난 20대 대선에는 이재명 후보와 심성정 후보가 같이 사용했지만, 두 후보가 극명한 대결 구도가 아닌 상황이라 별 혼선이 없던 것과 다른 상황이었다.
저작권자의 허용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다음 대선에서는 혼선을 줄이는 대처가 필요해 보였다.
선거로고송으로 윤수일의 ‘아파트’는 사용되고 있지만, 로제의 '아파트(APT)'는 들리지 않는다. 로제의 아파트는 여러 정당에서 원했지만, 사용할 수 없었다. 로제가 저작권 단체를 탈퇴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노래에는 국내외 공동저작자가 여럿 관여하고 있어 복잡했다.
대선 정국에서 극장가는 다큐 대결이 이뤄졌다. 부정선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이번 대선의 부정선거 가능성을 다루는가 하면,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묶어서 다룬 다큐도 등장했다.
지지자들은 N차 관람 등에 관한 인증샷을 올리고 있다. 이장호 감독의 작품이지만, 4월 이후 1만여 명 조금 넘는 관객을 동원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행적의 다큐멘터리 '건국전쟁'이 117만 관객을 동원한 것과 비교되었다.
하지만 부정선거를 제기하는 다큐에 대해서 국민의 힘은 바로 거리를 두었다. 오히려 역작용이 일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윤 인사들의 관람이 결정타였다. 친윤 그룹은 21대 대선 이후에도 부정선거 이슈를 문화 전쟁 차원에서 끌고 갈 심산으로 전망되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다큐멘터리는 수천 명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 상영됐다. 조국 전 대표가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을 했는데, 조국 혁신당 지지자와 영화 관객들이 여론조사에 적극 응하는 것이 이에 따른 문화 전쟁의 한 현상이다.
이준석 후보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일찌감치 3월에 개봉했지만, 별 다른 이슈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선거를 바로 앞두고 12.3 계엄 이후 규탄 시위와 탄핵까지를 다룬 다큐 '빛의 혁명, 민주주의를 지키다'가 개봉 일정을 잡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 대선 다큐멘터리 영화는 제작되고 있는데 대선 끝나는 가을쯤에 개봉 전망이라고 한다. 문화 전쟁이 대선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출판가에서는 이재명 후보 독주였다. 책을 낸 한동훈·홍준표 후보가 모두 탈락했고 김문수 후보는 자신의 단독 저서를 출간하지 않았다.
공동 저서는 반응도 미미한 수준이다. 이재명 대표의 책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은 지지자들의 후원 덕이다. SNS에 인증샷을 올리며 재판 비용을 뒷받침하려는 선택이다. 무엇보다 K팝처럼 차트 1위가 갖는 의미와 영향력도 고려 대상이다.
패션 관점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부드럽고 밝은 이미지 캐주얼한 복장을 하거나 김문수 후보가 안정적이고 유화적이고 활력의 배색 패션을 착용했다. 이준석 후보처럼 셔츠 차림의 젊게 일하는 스타일을 부각하기도 한다.
보통 때와 다른 패션 스타일을 구사하는 일이 잦은데, 이미 구도가 정해진 상황에서는 패션 스타일이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후발 주자나, 군소 후보의 경우 약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문화 전쟁이라는 말은 두 가지 차원에서 언급할 수 있다. 하나는 문화적 수단을 통해 다툼을 벌이는 현상이다. 예컨대 ▲방송미디어와 SNS 같은 홍보 수단 매체나 영화·책·음악(노래)·패션 등을 통해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행태들이다.
다른 하나는 문화적 가치나 세계관의 어필을 통해 지지세의 확산을 꾀하는 것이다. 그런데 둘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로 통합되거나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문화적 가치나 세계관이 방송미디어와 SNS 같은 홍보 수단 매체나, 영화·책·음악(노래)·패션 등에 담겨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문화 전쟁이 진짜 전쟁은 아니고 유화된 개념이다. 다른 사람을 상하고 해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문화 콘텐츠를 난사한다면 이는 정말 진짜 전쟁 이상으로 후유증을 남기고 본인 당사자에게 부정적인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예전처럼 일방향적으로 대중 매체 효과에 기대는 것이 아닌 쌍방향의 상호작용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적 음모론은 자기 진지에서 자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싸움터로 향해 갈 정도(征途)에 정도(正道)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