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분석

영화 '밀정-고산자' 공통점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9. 9. 15:31

영화 '밀정'과 영화 '고산자-대동여지도'의 공통점은 추석 연휴에 맞서 시대극을 표방했다는 점이다. 또다른 공통점은 모두 남성들의 로망을 투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대를 넘어 자신들의 일에 빠진 남성들이 중심에 전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두 영화들은 모두 남성들이 주인공인데 여성들의 세계관은 뒤로 밀려나 있다. 이러한 점은 추석 영화에 이례적인 코드라고 읽힌다.

영화 '밀정'에서 주요인물들은 남성들인데 그들은 가족보다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움직인다. 이는 의열단과 같은 독립군들에게 해당될 것 같지만 일본 순사 경부 이정출(송강호)은 아내와 아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데 경부의 삶에서 이탈해 전혀 다른 삶을 선택한다. 가족에게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의열단의 정채산(이병헌)과 김우진(공유)은 자신의 연인인 연계순(한지민)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여성들은 모두 주변부에 머문다.

배우 공유가 김지운 감독의 신작 '밀정'으로 쌍천만에 도전한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배우 공유가 김지운 감독의 신작 '밀정'으로 쌍천만에 도전한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 '고산자ㅡ대동여지도'에서 고산자 김정호는 지도에 미친 사람으로 그려지는데 가족은 뒤로 하고 팔도를 떠돌아다닌다. 그에 따른 어려움을 겪는 것은 가족일 수 밖에 없다. 그는 지도를 그리기 위해 3년 반 동안 집을 비워, 자신의 딸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남의 집 처자 대하듯 한다. 김정호를 기다리는 여주댁은 마음을 졸이고, 딸 순실도 그런 아버지가 마음에 들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어려운 살림과 불안정한 일상 속에서 순실이 천주교를 선택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자칫 지도를 제작하거나 독립운동을 하는 남성들의 모습은 폭넓은 관객층을 확보할 수 있는 측면이 적다고 할 수 있다.

시대극이면서 천만관객 동원에 성공했던, 영화 '암살'에서 독립군들은 주로 남성들이라 할지라도 중심은 여성, 안옥윤(전지현)이었다. 영화는 쌍둥이까지 등장시켜 여성 캐릭터와 그들의 서사를 더욱 부각시켰다. 아울러 적극적인 여성 캐릭터로 여성이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사회적으로 적극 환기시켰던 공헌점이 있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아버지에 대한 복수극이기도 했다. 자신의 일에만 미쳐서 가족을 도외시 하는 아버지에 대한 질타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이 영화는 외연 확장에 성공했다.

최근에 롱런을 하고 있는 영화 '터널'에서 남자 주인공은 오로지 아내와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 무너지는 터널에 갇히고 만다.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가기 위해 터널을 필사적으로 탈출하려고 노력한다. 당연히 터널에서는 아내와 지속적인 연락을 취한다. 만약 아내가 없었다면, 터널안에서 생존을 할 수 있었을 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결말도 아내와 나누는 해피엔딩이었다.

영화 '밀정'은 이정출이라는 인물이 독립운동에 다시 나서게 되는 과정을 중심에 두고 있다. 이러한 점은 상대적인 관점을 부각시킨다. 어떻게 보면, 남성들의 사회적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물론 과연 이정출이라는 인물의 행동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 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고산자....'에서 김정호는 자신의 지도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데, 그 지도가 백성들의 삶을 더 편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명분을 내세우지만, 역시 그것에 대한 공감을 얼마나 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어쨌든 가족의 관점보다는 자신의 욕망을 중심에 두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유와 자아실현이 강해지거 있는 사회상은 대중적 흥행을 좌우한다. 한편, 사회적 공공적 명분을 내세우는 것은 겉으로 맞아 보이지만, 그 고통을 누가 온 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지는 명확하기 때문이다. 관객은 갈수록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한다. 큰 명분과 자신의 존립이 교차하거나 공통분모 속에서 공감을 한다. 그러한 점들은 송강호 연기의 탁월함과는 별개다. 영화 '고산자ㅡ대동여지도'도 역시 신파적인 코드를 통해 올드 세대를 커버하려는 것과 별개다. 사회문화 코드는 변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개인의 신념이나 꿈이 자신과 가족은 물론 사회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지 전체적인 인과 관계를 보여 주었어야 한다는 점이다. 장르적 속성과 그 속성에 맞는 관객들의 선택이 중요할 수 있지만, 여전히 영화의 사회적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멀티플렉스를 거의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스크린 독점 영화들일수록 이러한 사회적 의무가 환기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언제나 친일파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국내외 극찬에도 불구하고 영화 '밀정'에 요구되는 것이기도 하다. 친일파에 대한 상대적 캐릭터의 구성은 아직은 일러보인다. 드라마 '각시탈'처럼 갑자기 친일 경찰이 마음을 바꾸는 것이 가족의 죽음이 작용한 것이라면 모를까 말이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