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분석

미디어가 '잉여들'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9. 29. 19:46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2013)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던 잉여인간, 잉여세대 컨셉을 모티브로 삼은 다큐영화다. 스스로 자신을 잉여로 부르는 네 명은 유럽 여행을 떠나지만 돈 한푼 없는 상태. 여행경비는 스스로 현지에서 벌어 충당하기로 하는데, 그 방법은 숙박 업소의 홍보영상을 만들어 주고 대가를 받는 것이었다. 숙박 업소를 대상으로 홍보영상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일단 잠자는 곳과 먹을 것이 해결됨은 물론이었다.

여기에서 그들은 스스로를 잉여라고 불렀는데, 이는 취직이 잘 될지 않는 젊은이들의 현실을 담아낸 말이다. 현실에 쓰임이 없는 남아도는 그 무엇을 가리키는 말이겠다. 사람이 쓰일 곳보다 더 많이 남아도니 잉여인간이라는 말이 성립하는 것이다. 이 다큐영화에서 네명이 1년동안 유럽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디지털 컴퓨팅을 잘 하는 이들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과 콘텐츠 제작 능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그들은 잉여가 아니었다. 현지들 특히 숙박 업소 자체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했기 때문에 1년동안 잉여가 아니었다. 그들의 잉여스런 능력은 누군가에게 잉여스러운 풍족함을 주었다.

추석 특집으로 방영된 MBC 예능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영화와 이름이 같고 그 포맷이 똑같았다. 이 때문에 논란이 되었다. 더구나 별도의 저작권 표기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참여한 인물들이 과연 잉여에 해당되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연예인들이 출연하면서 잉여라고 표현을 했으니 이러한 지적이 충분히 나올만 했다. 원래 잉여란 자신의 가치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채 배제되는 대상인데,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들은 자신의 일과 그 활동 영역이 이미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노홍철의 경우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자숙을 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잉여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올수 밖에 없어 보였다. 잉여스러운 능력을 지닌 존재들이 남아도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 잉여스러운 능력으로 다른 누군가가 풍요로운을 맛보는 것보다는 극적인 정서적 효과를 위해 잉여캐릭터들의 과거 스토리텔링에 더 기울었다.


MBC의 또다른 추석특집 '위대한 유산'은 잉여들의 또다른 버전일 수 있었지만, 그 방향성은 달랐다. '위대한 유산'은 가장의 생업을 체험하는 포맷으로 특히 자녀들이 부모의 일을 직접 겪어 보고, 이를 어느 정도 완성해가는 미션이 주어진다. 이른바 가업의 관점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자녀가 부모 세대의 일을 이어야한다는 의무사항은 주어지지 않는 일시적 미션수행일 뿐이다. 아마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 부모들이 가족을 위해 얼마나 고생하고 힘겨운 노동을 했는지를 느끼도록 만드는 효과도 꾀하는 예능기획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예능은 부모 세대의 노고를 젊은 세대에게 일깨우려는 교육적인 측면이 매우 강하다. 때문에 자칫 젊은이들을 피교육의 대상으로 간주하여 그들의 실제 현실과 그에 따른 고민을 간과할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젊은 세대의 상황을 부분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준다. 저성장, 구직난의 사회에서 젊은세대는 잉여인간인가, 유산인간인가 그 둘중에 하나를 정해야 하는 지 모른다. 잉여인간은 스스로 남아도는 여분이라는 자괴감 섞인 존재이다. 자괴감의 잉여는 철저하게 고용시장에서 인력의 과정에서 남아돈다는 말이다. 스스로 가치 없음에 고민하면서도 생존의 방법을 새롭게 모색해야 하지만 그들의 능력이나 기술은 전혀 잉여스럽지 않다. 뛰어난 성과는 산업시대처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 하기 보다는 히치하이킹 처럼 그때그때 효용성을 발휘할 뿐이겠다.

한편, 유산인간은 사회적인 고용시장에 진출하지 않고, 가족단위로 돌아와 스스로 잉여인간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일자리라고 하면 대개 다른 기업이나 직장을 구해야 하는 것으로 통상 생각했던 것과 달리, 부모 세대가 종사했던 일을 대를 이어 가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는 현상은 이를 말해준다. 즉 가업의 승계 세대가 본격화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업승계는 그간 단절적인 측면이 강한 잉여였는데 말이다.

요컨대, 잉여인간은 사회에 진출하여 불안정 일시적 잡에 종사하면서 자신의 잉여스러운 즉 넘쳐 나는 능력을 발휘 해야 하고, 유산 세대는 사회에 진출하여 외연을 확장하기보다는 가업을 이어 내실적인 면을 구축하려 한다. 그러나 그것은 반드시 재벌 수준의 가업은 아닌 것이 일반적이다. 어쨌든 그동안 사소하거나 가치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었던 것들에 대해 젊은 세대들이 진입할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그 분야는 발전하겠지만 젊은 세대의 꿈과 이상은 그에 맞게 적응되어야할 고통의 과정이 기다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