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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가요제를 정말 폐지해야 하나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8. 16. 23:11

음원시장 왜곡 비판 전에 다른 음악방송들 문제부터 살펴봐야

[미디어오늘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올해도 무도가요제는 역시 최고의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해가 갈수록 그 기세는 더욱 맹렬해 보인다. 그럴수록 한쪽에서는 무도가요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 목소리 가운데 심한 경우에는 폐지도 주장하고 있다.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를 몇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무도가요제가 자연스러운 음원 시장을 왜곡한다는 점이다. 해마다 무도가요제에서 선을 보이고 있는 노래들이 음원 차트에서 줄 세우기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줄 세우기의 문제는 모방적 수용이다. 일단 텔레비전 영향력으로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면 많은 이용자들이 이를 따라서 수용,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김태호 피디 한명의 취향이 음원 시장을 좌우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요컨대, 무도가요제의 노래들이 무더기로 음원차트를 장악하는 것은 텔레비전 매체의 영향력이 작용하므로 정상적인 음악적 취향이나 선택이 아니므로 음원 시장의 왜곡이라고 본다. 

그 다음으로는 이러한 음원 지배 때문에 다른 뮤지션들의 노래들이 외면을 받는 점을 지적한다. 오랫동안 창작의 고통을 통해 만들어지는 노래들이 부각되지 못하기 때문에 기존 가수들의 활동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을 강조한다. 가수들은 자신들을 알릴만한 홍보 수단이나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에 비해 무도가요제에 나온 가수나 노래들은 이미 많은 특혜를 받는 것이다. 몇 달 동안 방송을 통해 지속적으로 환기를 시켜주기 때문이다. 단지 무도가요제에 나온 이유만으로 큰 이익을 얻는다고 비판한다. 이는 비단 뮤지션 각 개인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기획/제작사들에게도 어려움을 준다고 항변한다. 

어려움을 준다는 것은 경제적인 부분에 모아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무도가요제를 통해 얻은 수익은 MBC라는 방송사에게 돌아간다고 비판한다. 즉 무한도전을 활용해 음원 수익을 방송사가 챙겨가는 행위를 바람직하지 않게 판단한다. 방송사가 음원 장사를 하는 짓이라고 간주하며, 이러한 행위는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방송은 음악기획제작과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비즈니스 모델차원의 관점인 셈이다. 


어쨌든 방송의 영향력을 통해 음원 시장을 왜곡하고 질서를 교란하며, 부당한 인기와 특혜를 누리는 행위들 그 자체가 바람직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의 대중문화와 미디어 풍토 속에서 지상파 방송사가 가진 위력은 획일화와 규격화의 문제를 낳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일정하게 무한도전이 재생산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무도가요제가 없으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거꾸로 무한도전이 인기를 끄는 것은 한국대중음악시장의 모순에서 비롯했다. 이 때문에 무한도전이 시도하고 있는 시도와 그 내용에 대해서 짚어볼 필요는 있다. 한국대중음악시장, 아니 뮤지션들이나 기획사가 되새겨봐야 할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무도가요제는 기존 방송사의 음악 프로그램의 모순에 일정하게 저항하고 있다. 기존 방송사들도 음원 시장에 강력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무한도전만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1년에 한 번 뿐이기 때문이다. 다른 가요 프로그램은 상시적이다. 대표적으로 가요순위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과 무도가요제가 다른 결정적인 차이점은 기획/제작사에서 만든 노래를 수동적으로 틀어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현실적 여건 상 가수나 기획제작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홍보효과를 누리려 한다. 하지만 기획/제작사나 가수 처치에서 이는 울며겨자먹기다. 자신들의 컨셉과 의도보다는 방송 연출에 의존해야하며, 정당한 대가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도가요제는 최소한 손안대고 코를 푸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 적어도 할인유통점처럼 기업이나 개인들이 만든 소중한 상품을 너저분하게 진열하고 값싸게 파는 장사를 하지는 않는다. 밥숟가락 얹지 않으려 한다. 스스로 뮤지션을 구성하고 노래를 만들며 가요제도 기획 제작한 내용으로 채운다. 


그 다음으로 살펴볼 수 있는 점은 음악 생산의 주체에 관한 인식을 파괴했다는 것이다. 노래는 가수만 하는 것이 아니며 기획 제작도 마찬가지다. 무도가요제는 얼마든지 노래를 누구나 만들고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 점들이 색다른 매력과 재미를 주는 것도 사실이다. 아니 뮤지션이 특정인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은 대단히 중요하다. 음악의 민주성과 참여성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전문 뮤지션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자신의 음악적 스타일과 취향을 밝히고 그것을 실제 노래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을 무도가요제가 보여주고 있다. 이는 일반 시민들이나 시청자들도 음악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환기 시킨다. 무한도전은 애초에 평균이하의 남자들이 갖가지 도전을 통해 성취감을 대리충족해주는 포맷을 갖추었다. 무도가요제도 이러한 맥락에서 시도되었음을 생각해야 한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영향력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동안 형성된 교감의 산물이었다. 스타 팬덤의 차원을 색다르게 바꿔주었다. 단지 막강한 방송사의 힘 때문이라는 지적은 설득력이 약하다. 무조건 방송에 나온다고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음원 시장을 교란하는 현상은 기존의 기획 제작사들이나 팬덤이 만들어 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즉, 무도가요제만의 특수한 효과도 아닌 셈이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취약한 한국 대중음악의 토대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개방과 소통성, 투명성의 산물이 무도가요제다. 무도가요제는 특정 한 사람의 취향이 아니라 그 출연자들의 종합적인 선택과 응집의 결과물이다. 끊임없이 소통하고 합의 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방송을 통해서 모두 공개된다. 그러한 공개 속에서 반응이 피드백 된다. 기획 제작사나 뮤지션들이 이렇게 작품 창작을 공개하고 개방하는 경우는 없다. 미스틱이 아프리카 TV와 협력하기로 했지만 창작과정을 무도가요제처럼 공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매우 큰 장점이 있을텐데도 말이다. 그것은 비단 미스틱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아무리 케이팝 전문 채널이 생겨도 근본적인 문제의식과 성찰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무도가요제가 아이디어 회의부터 뮤지션 선발과 구성, 협업, 작품 창작 그리고 공연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공개하면서 이를 공유와 소통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신비주의와 깜짝쇼에 익숙한 기획 제작사에게도 던져주는 메시지가 있는 것이다. 

환호도 비난도 극대화할 필요는 없겠다. 시간이 갈수록 무도가요제에 대한 인기와 기대감은 높아질 것이다. 그에 따른 비난의 목소리도 거세게 마련이다. 그럴수록 기존의 음악이나 방송과는 차별화된 내용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부담 속에서도 끝없는 시도자체를 계속할 때 무도가요제의 역할은 충분히 명분과 실제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때 무도가요제의 전제요건은 항상 환기되어야 마땅하다. 전제개방과 소통, 참여민주성이 여전할 때 무도가요제는 가치가 있다. 폐쇄적인 무한도전이었다면 오래전에 생명을 다했을 것이다. 비판 아니 폐지론의 문제제기도 반영해 나갈 수밖에 없는데, 설령 무도가요제가 없어져도 그간 보여주었던 색다르고 차별화 된 내용들을 만들 수 있는 주체들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꾸로 무도가요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즉 대체불가능성을 넘는 다른 존재의 출현이야말로 무도가요제의 한계를 넘는 것이겠다.

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