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인(컬쳐 트렌드 인사이트)

마이 네임, 20대 여성을 왜 끌어들였을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1. 10. 28. 12:46

-한소희 현상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는 미처 몰랐다. 단지 뷸륜녀로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랄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대개 악녀로 등장하는 연기자는 그 연기력을 충분히 배태하고 있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마이 네임에서 등장하는 한소희는 분명 놀랍다. ‘너를 닮은 사람에서 신현빈이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과는 다른 변신을 보여 준 것에서 한소희는 더욱 한 발 더 나간다. 단지 이는 액션 연기로 다른 변신을 시도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니 그것은 정말 제작비가 많이 투입되었기 때문일까. 액션 연기를 정말 그럴 듯 하게 하는 것은 시간과 노력에 대가가 주어지는 제작 환경 때문일 것이다. 근본적으로 물어야 할 것은 한소희의 연기 과연 그것이 연기일까 하는 점이다.

대개 호소력 있는 연기를 말할 때 메쏘드 연기(Method Acting)를 언급한다. 등장인물에 완전히 몰입해서 마치 그 사람처럼 연기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 스타니슬랍스키의 연기론을 언급할 때 반복되는 개념이지만, 사실 그 안에는 칼날을 숨기고 있다. 칼날을 입으로 삼키는 것은 다른 이들이 잘 할 수 없는 짓이라 찬탄의 대상이 되지만 그것은 목숨을 위협한다. 미처 빠져들어간 캐릭터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 자신을 잃어버리고 마침내 스스로 파괴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히스 레져(Heath Ledger)가 조커에 빠져들이 완전히 자신의 몸으로 흡입했지만, 결국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말았다.

 

그가 그렇게 빠져나오지 못한 것은 아무래도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꾸로 자신이 그 자신을 대변하고 표현한다면 그럴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한소희의 연기는 그 자신의 인생 경험이 녹아 들어있기 때문에 감정 표현이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살아온 삶의 경험은 상상적 연기보다 쎄다. 아픔과 고통은 단지 개인 것에만 한정되지 않고 모든 이들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배우의 역할이다. 그러한 경지를 보여주는 것이 젊은 나잇대에 쉽지 않지만 한소희는 윤지우라는 캐릭터를 통해 액션 영화에 감정의 옷을 입혔기 때문에 젊은 또래 여성들도 액션 장르에 쉽게 녹아들어갔다. 주먹 영화라고 불리는 조폭 영화 코드가 젊은 여성들에게 왜 성립할 수 있는지 그 하나의 단초를 한소희가 풀어냈다.

 

20대 여성들이 한소희에 열광하는 것은 극중에서 윤지우(한소희)가 분투하는 모습이 닮았기 때문이다. 부성에 대한 원망에만 함몰되지 않고 좀 더 큰 시각에서 부성이 사라지게 만든 사회구조와 국가 제도의 모순에 대해서 대항하여 스스로 자기 의지를 실현해 나간다. 그것은 단지 부성애에 대한 복수를 넘어서 모든 존재들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의 억압적 환경들을 스스로 능동적으로 타개해 가는 과정이다. 그것은 여성 남성을 막론하고 세대불문 윤지우를 응원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물론 대중문화 콘텐츠는 순수 예술과 다르다. 순수 예술 콘텐츠는 예술가 중심으로 구성되지만, 대중문화 콘텐츠는 대중의 취향과 기호에 따라 맞춰진다. 대중들이 보고 싶은 것에 맞춰 보여주면 된다. 그것이 부부의 세계에서 보여줬던 한소희의 캐릭터였다. 아픔과 상처가 있는 모습. 그 아픔과 상처 그리고 그에 따른 고통이 드라마 마이 네임에서는 복수극으로 부부의 세계에서는 불륜으로 터져나왔을 뿐이다. 우리 대부분은 상처와 고통을 가지고 있고 하나쯤은 어두운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한소희가 앞으로 연기 변신을 할 필요는 없다. 대중이 그에게 보고 싶어하는 캐릭터에 따라서 작품을 하면 된다. 비단 그것이 장르물이 아닐 뿐이다.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을 평자들의 언사들을 견뎌내야할 시간이 있다. 다만 스스로 내적인 한도에서 자유로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그 자신은 혼자가 아니라 한국의 문화적 자산이 되었기 때문이다

 

/김헌식(평론가, 문화콘텐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