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동방신기와 아이돌 그룹의 실체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7:49

<김헌식 칼럼>동방신기와 아이돌 그룹의 실체

2010.04.12 09:13

 




[김헌식 문화평론가]2010년 여전히 아이돌 그룹은 강세로 그 기세는 조금도 수그러들줄 모른다. 여기에 더 해 새로운 걸그룹의 대거 등장은 이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 강화가 허구적임을 보여주는 사건도 있었다. 일본에 적극적인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의 사실상 실질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동방신기가 사실상 해체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우울한 파장을 던져주기도 했다. 하나의 신화와 상징의 붕괴이기 때문이었다. 

우선, 동방신기는 이른바 기존의 아이돌 그룹의 한계들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치밀하게 분석한 결과 만들어졌다. 그들은 이른바 '뻐끔이' 가수에서 벗어나 보컬이 모두 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능을 겸비하고 있는 구성원들은 버라이어티의 매체문화에서 이전의 아이돌 그룹 멤버들과는 달리 생존력을 더 구비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SM은 매우 많은 지망생 가운데 치밀하게 분석 평가하여 선발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선발된 멤버들을 체계적으로 관리 트레이닝 시켰다. 무엇보다 동방신기는 국내 겨냥이 아니라 해외를 주요 타겟으로 삼았고, 실제로 성공했다. 특히 일본에서 거둔 대대적인 성공은 한국의 아이돌 그룹의 성공모델이 되었고, 이는 당분간 깨뜨릴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동방신기의 성과는 한국 대중가요계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SM의 대형자본과 기획력, 매니지먼트의 결과물인 동방신기의 붕괴는 여러 과제를 남긴 것도 분명하다. 더구나 동방신기의 해체수순은 해피엔딩이 될 수 없었다. 성과와 구성적 측면은 다른 아이돌 그룹과 차별화되는 측면이 있지만, 결과는 다른 아이돌 그룹과 차별화 되는 점이 없었다. 

멤버들이 모두 가수의 길을 포기하고 연기자의 길을 들어선 것도 충분히 반복적인 현상으로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가수의 길을 버리고 가수활동에서 얻은 인지도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하는 것은 흔하게 목격한 패턴이었다. 

해체의 원인이 소속사와 멤버들의 전속갈등인 점도 충분히 익숙한 내용이다. 이러한 익숙한 내용들은 다른 듯싶지만, 같은 몸체에서 비롯한다. 멤버들이 모두 연기자로 데뷔하는 것은 그룹의 해체와는 관계없이, 기획사의 전략에 낡은 병법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동방신기의 경우에는 서로간의 법정 소송으로 각자 연기자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점이 다를 뿐이다. 연기자의 길은 예술적 경지와는 관계없이 수익모델의 일환이겠다. 더구나 아이돌 그룹의 회전주기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고, 생애 주기적 전략도 그만큼 속도감을 지닐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멤버들이 소속사와 갈등을 벌이는 것은 바로 이 수익모델이다. 아이돌 그룹은 사실은 경제학적으로 보았을 때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지 못한다. 막대한 비용과 인프라가 들어가지만 성공을 보장할 수가 없다. 그만큼 리스크가 많다. 그렇다고 리스크 '헤지'를 하기도 만만치 않다. 

많은 경우, 승자독식 현상도 쉽게 일으킨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오랜 기간 동안 많은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당연히 투자대비 수익률을 생각할 때면 이해 못할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수익률의 회전을 위해 무리한 스케줄, 함량 미달의 연기자 데뷔, 노예 계약-소속사 분쟁을 일으키게 된다. 승자독식의 모델에 충실한 동방신기의 경우에는 덜 문제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어쨌든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작년 일본에서만 900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그룹의 경우에는 이른바 도산에 이르기 쉽다. 물론 그 과정에서 그 하위의 그룹들은 철저하게 붕괴된다. 따라서 별 자본금 없이 대박을 꿈꿀 수 있을 것 같지만, 투자금 조차 제대로 건질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결국 아이돌 그룹은 경제적 수익 차원 볼 때 아무나 손댈 수 없는 모델이 된다. 자칫 적은 투자로 우연히 대박이 터지기를 바라거나 엄청난 투자로 1인 독식을 할 채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도박이냐 대기업화냐이다. 

문제는 동방신기의 막대한 수익은 결국 '카시오페아'와 같은 팬클럽이 만들어준 것인데, 그러한 팬들은 동방신기를 만든 장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상품성의 종언에 어떠한 방안도 마련하거나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오로지 세계 기네스에 오른 기록의 흔적에 만족해야 하는 수준인 것이다. 결국 아이돌의 부침에서 소비자 주권의 존립의 문제는 여전하다. 장기판에서 하나의 말에 불과했다. 그 장기판이라는 게임의 틀을 바꾸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