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노믹스

대한민국을 휩쓰는 동화코드와 키덜트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4. 2. 6. 09:34

'별그대' 도민준의 동화책이 베스트셀러된 이유가...?


 전세계 유행 원인은 '키덜트'

김헌식 문화평론가(codessss@hanmail.net) | 등록 : 2014-01-25 10:42


▲ SBS 인기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동영상 화면 캡처.


동화코드가 한국은 물론 전세계를 흔들고 있다. 전체 분량을 볼 때 소설 책보다 더 많이 나가는 책이 동화책이 되었다. 동화를 확장한 애니메이션과 영화, 드라마가 인기를 끈다. 왜 동화일까? 단지 아이들의 교육 때문에 벌어지는 것일까. 그것에는 사회문화적 함의가 있는 것일까? 우선 동화 코드의 양상을 보면 동화 책이나 동화같은 드라마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통해 함의를 가늠할 수 있다.


한국의 토종 애니메이션 이라는 '넛잡ㅡ땅콩 도둑들'은 북미에서 박스 오피스 2위에 오르고 4천만 달러(약 420억원) 흥행 수익이 예상되고 있다. 나아가 넛잡 두번째 이야기는 2016년 제작 개봉되기로 확정되었다. 미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은 전세계 박스 오피스를 휩쓸고 영화제에서도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도 벌써 200만 관객을 동원하고 점유율 50%를 넘고 있다.


'겨울 왕국'의 OST는 각종 음원 그리고 음반 차트에서 상위권에 랭크 되어 이례적인 문화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한편의 동화 같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OST들이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이 드라마에 나오는 책 한권이 종합 베스트 셀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것도 2주 연속으로 말이다. 그 책은 바로 동화 책이다.

드라마에서 도민준(김수현)이 간혹 꺼내 읽는 동화책이 전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를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 동화의 전체적인 내용은 다른 사람을 전혀 배려하지 않던 토끼 인형이 점차 따뜻한 공감의 배려심을 갖게 되는 과정이다. 동화의 이름은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이었다. 더구나 동화 자체가 별그대에 녹아 있기 때문에 결말을 가늠하는 단서가 있을 것처럼 보인다.


동화나 애니메이션은 모두 동일하게 어린이들에게 소구되는 장르이다. 사실 애니메이션은 영상으로 동화를 옮긴 바나 다름 없다. 겨울 방학 시즌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고는 볼 수 없다. 성인들이 보아도 무리가 없는 보편적이거나 차별화 된 콘텐츠가 내포되어 있어야 한다.

더구나 어린이와 같이 동반한 부모들이 재미있어야 더 흥행은 가속화 될 수 밖에 없다. 입소문을 내고 자녀들을 이끄는 이들은 부모들 특히 어머니들이기 때문이다. 동화 책의 구매에서 중요한 역할은 지갑을 여는 부모들이다. 부모들이 공감하고 좋게 평가한 작품이 되어야 성공한다. '겨울왕국'은 자매의 사랑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성인들에게도 차별화된 감동을 준다. 단선적인 그동안의 동화나 애니메이션의 인식적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키덜트 요인이 작용한다. 이는 어른 아이 같은 코드를 말하지만, 아이와 어른 즉 인간이 갖는 보편적 감수성을 일컫는 단어가 키덜트이다. 이런 코드에서는 동화나 애니메이션이 비단 아이들만 보는 콘텐츠로 존재 할 수 없다. 동화는 초현실적이면서 현살적인 함의를 아끌어낸다. 인형이나 동물이 말을 하고, 환상적인 공간이나 특별한 현상들이 일어난다.


'별그대'는 동화코드가 들어가 있는 드라마이다. '별그대'의 도민준은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어린 왕자 같다. 그렇기 때문에 동화책을 꺼내 읽는 것이 적합해 보인다. 동화를 녹인 드라마는 광의적으로 볼 때 동화인 것이다. 다만 무엇보다 동화책은 보편적이면서 단순 명확한 삶의 원칙이나 지혜를 담고 있다. 어린 왕자의 내용이 아이들이나 읽는 내용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쉬운 이야기 구조임에도 삶의 근본적인 화두가 담겨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별그대에게서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것이기도 하다.


세상은 복잡해지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때 일수록 사람들은 단순 명확한 것을 추구한다. 이는 복고적 코드로 문화적 현상에 투영되기도 한다. 또는 동화적 세계나 환타지 로맨스에 침잠하려는 경향도 이와같다. 동화 코드가 무조건 바람직한 것은 아니며 그 진화적 양상도 다르다.

예컨대 동화코드에는 마법이나 초능력이 등장한다. '별그대'의 도민준은 외계인이기 때문에 초능력을 사용해 여자주인공 천송이를 보호하고, '겨울왕국'에서는 마법이 그렇게 좋게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의 드라마가 별에서 온 왕자를 기대하는 동화코드에 침잠해 있는 사이 디즈니는 백마탄 왕자를 벗어난 진정한 사랑의 면모를 고민하고 있었다.

글/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콘텐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