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대물>의 대통령은 어느나라 대통령일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9:42

<김헌식 칼럼><대물>의 대통령은 어느나라 대통령일까?

2010.12.13 10:14

 




[김헌식 문화평론가]드라마 < 대물 > 은 정치현실에 대한 신랄한 풍자로 방영초기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 때문에 작가가 바뀌기도 하고 심지어 담당피디까지 교체되었다. 제작진이 교체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정치현실에 대한 비판은 비교적 일관성을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본격 정치드라마는 아니지만 드라마 < 웃어요, 엄마 > 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국회의원 지망의 국회보좌관역을 맡은 신머루(이재황 분)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치에 대한 풍자가 등장한다. 정치에 대한 인식과 코믹한 점에서는 드라마 < 대물 > 보다는 낫다. 하지만 지나치게 정치와 정치인을 우습게만 만든다. 

한편으로는 종영된 드라마 < 자이언트 > 에서는 정치계와 경제계의 관계를 진지하게 그렸다. 정치인들보다는 권력과 경제계의 얽이고, 설킨 관계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제도적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은 존재감이 없다. 너무나 먼 이야기 같다. 그런 점에서는 드라마 < 대물 > 도 문제가 된다. 

예컨대, 드라마 < 대물 > 에서 백성민(이순재 분) 대통령은 성인군자로 나온다. 영화 < 굿모닝 프레지던트 > 의 연장선상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연상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현실적 제도 권력과 이에 부응하는 자발적인 추종현상이다. 드라마 < 대물 > 에서 그리는 현직 대통령은 한국적 현실에서는 잘 맞지 않는 것일 수 있다. 실제적으로 대통령의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가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무엇보다 그러한 권력의 정점의 영향력 때문에 청와대의 일거수일투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드라마 < 대물 > 에서는 이러한 역학과 제도적 권력의 집중과 추종 현상에 대해서 제대로 그리지 않았다. 거세시킨 것이다. 그 이유는 가늠하기 힘들다. 드라마는 오히려 조배호(박근형 분)라는 막강한 정치적 실세의 권력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도전하여 여당을 지배한 강태산(차인표 분)이 정치적 권력의 정점을 이루기도 한다. 

이러한 점은 서혜림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반감시킨다. 현재의 대통령이 문제가 많아야 하고 그 대통령에 각을 세워야 만이 정권교체 등으로 인한 새로운 대통령의 탄생을 설득력 있게 주장할 수 있게 된다. 물론 현실 정치에서 총재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현실적 여건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그동안 한 세력의 수장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었다. 그 세력 때문에도 더욱 영향력이 발생될 수 있었다. 스스로 힘을 쓰지 않아도 힘을 크게 발휘하는 것이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드라마 < 대물 > 의 백성민 대통령은 현실에서 존재할 수도 없으며, 미래에도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대통령을 다룰 때 뜻밖으로 비현실적으로 다루는 것, 이러한 현상이야말로 한국적이다. 권력의 정점에 눈 밖에 나지 않게 추종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정치 드라마들이 인기 있는 이유는 정치에 대한 비판과 풍자라는 요소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지적인 요소도 있겠다. 지식과 정보는 경제적 이익을 낳는다고 한다. 여기에서 지식과 정보가 돈이 되려면 남이 가지고 있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식과 정보를 가지지 못한 사람은 돈을 지불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재벌가에 대한 말도 안 되는 드라마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국민의 거의 전부가 재벌가와는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전국민이 재벌가 사람들이라면 재벌을 다루는 드라마는 인기가 없을 것이다. 서민을 다루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하며 서민들이 등장해도 재벌가들이 꼭 등장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재벌가와 부유층에 대해서만 이야기 했지만 정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치 드라마가 말도 안 되게 펼쳐져도 대부분의 시청자는 정치조직에 관계하고 있지도 않고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 이러한 정보와 경험의 부재 현상은 상상력을 통해 콘텐츠가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는 공간이 된다. 물론 개연성과 설득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상력이겠다. 

하지만 현실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뭔가 현실 같지 않은 그래서 '유사현실'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유사현실'이라고 해도 재미만 있으면 되지 않는가 말할 수 있다. 재미는 있는 듯하지만 허허롭다. 본질을 건드리지 못한 덕에 접하고 난 뒤에는 허허롭다. 최근 텔레비전 드라마 속 정치가 그 예가 아닐까 싶다. 높아지지 않는 시청률은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