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와 비교문화

[노트북을 열며] 한류 3.0 시대를 기다리며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2. 2. 18. 15:10

[노트북을 열며] 한류 3.0 시대를 기다리며

배영대문화스포츠부문 차장 '소녀시대'가 프랑스의 인기 TV 토크쇼에도 10일(현지시간) 출연한다는 소식이다. 지난주엔 미국 3대 지상파 방송의 간판 토크쇼에 잇따라 출연했다. 한류(韓流) 물결이 거세다. 동유럽권과 남미에도 이미 우리 젊은이들의 춤과 노래가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하니, 북한을 제외하곤 전 세계로 확산되는 듯하다.

 지금까지 한류를 주도한 것은 드라마(K-Drama)와 가요(K-Pop)다. 이와 함께 눈여겨보고 싶은 것은 문화체육관광부가 1월 30일 발족한 '한류문화진흥단'이다. K드라마와 K팝이 릴레이로 이끌어온 한류를 K컬처(Culture·문화) 전반으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이른바 '한류 3.0 시대'의 개막을 예고하며, 구체적 사업 1단계로 '전통문화의 창조적 발전'을 내세웠다. 우리 문화예술과 관광 등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자원으로서 전통문화를 재창조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국가 규모에 비해 덜 알려진 전통문화는 재평가돼야 한다. 한류의 신호탄이었던 드라마 '대장금'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최근 방영된 '뿌리깊은 나무' '추노' 같은 드라마도 전통문화를 현대 상황과 잘 조화시켜 인기를 끌었다. 전통은 한류의 생명력을 이어갈 보물창고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국학진흥원이 7일 공개한 '스토리 테마파크'는 고무적이다. 조선시대 쓰여진 각종 일기에서 뽑은 이야깃거리를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이 같은 노력이 모이면 『조선왕조실록』의 한글 번역과 CD롬 작업이 1990년대 이후 우리 문화 각 방면의 전통 관련 콘텐트 수준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그런 효과를 다시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류 3.0 시대는 '인문(人文) 한류'의 역량 강화와 깊이 연관된다. 대중문화가 중심이 되어 이끌어 온 한류의 깊이를 더해 줄 재료를 인문학 담당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학술 연구 지원을 하는 한국연구재단, 한문 자료의 한글 번역에 집중해온 한국고전번역원, 대한민국 브랜드 홍보를 총괄하는 국가브랜드위원회 등 관련 기관이 머리를 모아야 한다.

 이번 '한류문화진흥단'은 문화부 제1차관과 기획조정실장이 단장·부단장을 맡고, 문화예술국장을 총괄간사로 하여 주요 실무 책임자들이 참여해 일종의 '한류 싱크탱크'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연례행사 계획으로만 그치지 않길 바란다.

 여기서 한 가지 덧붙여 생각해보고 싶은 게 있다. 과연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다면 한류가 가능했을까. 지난 60여 년 우리가 이룩해 온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성장이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성공사례로 평가되기에, 그런 성공을 일궈낸 역동적 춤사위에 세계가 함께 어깨춤을 추는 것이 아닐까. 나아가 우리의 5000년 역사와 전통도 새롭게 재평가되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배영대 기자 balance@joongang.co.kr

 

한옥 아파트 · 나전칠기 휴대폰 케이스…'한류 3.0 시대' 는 전통문화가 이끈다

전통문화를 접목한 혜화동 한옥 동사무소.
특별기고 -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류문화진흥단 출범…전통문화 대중화 이끌 것


지난해 문화계 최대 화두는 한류였다. 최근 일본 한류 현장 방문을 통해 한류가 여러 방면으로 퍼지고 있음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드라마와 아시아에 쏠렸던 시기가 한류 1.0 시대라면 한국 콘텐츠가 K팝 등으로 다변화하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타고 전 세계로 뻗어나간 신한류를 한류 2.0 시대라고 부를 수 있겠다. 

K팝, 드라마에서 불기 시작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은 한글, 한식, 한국의 순수예술 등 한국문화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의 수강생 수는 2008년 약 4000명에서 2011년 약 2만4000명으로 6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소설가 신경숙 씨의 《엄마를 부탁해》는 세계 최대 인터넷서점에서 ‘올해의 책 베스트 10’에 오르는 등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한류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폭과 내용을 넓히는 지속 가능한 한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 브랜드를 제고하는 것은 물론 생산 유발 효과가 5조원에 이르는 등 경제적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한국문화 전반으로 한류가 다양화할 수 있도록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한류문화진흥단’을 공식 출범시켰다. 한국문화의 대중화·정보화·세계화를 통해 한국문화 전반에 한류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한류문화 진흥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전통문화 한류, 현대문화 한류, 문화산업 한류로 구분해 순차적으로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그 첫 단추로 우리 문화의 근원인 전통문화의 창조적 발전 전략을 수립, 발표했다.

전통문화는 국가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문화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필수 요소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분야다. 문화부에서는 우선 전통문화의 가치 및 인식 확산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국민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자 한다.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 우리가 사용하는 상품, 우리가 보고 즐기는 다양한 콘텐츠 등 우리 생활 전반에 전통문화가 융화돼 생활 속에서 전통문화를 쉽게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우선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을 생각해보자. 문화부 청사가 우리의 전통한옥이었으면 어떠했을까? 최초의 한옥 동사무소인 혜화동 주민센터의 사례처럼 한국의 전통문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곳은 바로 공공기관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지방 이전 공기업 등 공공건물에 기와지붕, 전통창호 등 전통 건축 요소를 접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자 한다. 

또 아파트 호텔 등 민간 부문의 현대적 공간에 한국적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적용할 수 있도록 고품격 모델을 개발하고 선도 시범 사례를 조성해 확산해 나가고자 한다. 이것이 ‘코리아 스타일’임을 보여줄 수 있는 고가구가 어울리는 인테리어, 아파트 안으로 들어온 한옥 등 전통적이지만 새로운 인테리어 모델을 제시해 많은 국민들이 쉽게 한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국립국악원에서 촬영 중인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두 번째로 우리가 사용하는 상품들을 생각해보자. 전통문화 장인과 현대적 감각의 디자이너가 협업(collaboration)해 만든 나전칠기 스마트폰 케이스, 민화를 프린트한 티셔츠, 한복의 동정과 고름을 접목한 재킷 등 이전에 쉽게 볼 수 없었던 한국적 색채를 지닌 상품이 나올 수 있다. 문화부에서는 이런 협업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한지 상품 개발 경연대회, 문화 원형을 활용한 콘텐츠 공모전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전통문화 자원이 현대생활에서 쓰임새가 많아지도록 대중화 정책도 꾸준히 펼쳐 나가고자 한다. 장관 임명식과 같은 국가 주요 의례에서 한복을 입고 한지로 된 임명장을 받으면 어떨까? 이를 위해 한복을 입을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보다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 또 정부의 각종 상장, 표창장, 외교서한 등을 우수한 품질의 전통 한지로 제작해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는 상징물로 만들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의 콘텐츠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단군신화부터 시작해 조선시대까지 수많은 이야기와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문화부는 스토리텔링 환경 조성을 위해 한국의 멋, 한국의 얼, 한국의 흥 등 한국문화의 유전자를 발굴해 보편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확산하고자 한다. 아울러 역사·인문학자 및 국악인과 방송국 PD, 작가와의 협업 채널을 마련해 전통문화 자원을 활용한 콘텐츠 개발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전통문화를 통한 한류 경쟁력 강화와 함께 문학, 미술, 순수예술 등 현대문화 진흥 계획과 영화, 게임 콘텐츠 등 문화산업 측면의 진흥 계획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문화 전반에 대한 종합적 한류 전략을 통해 민간이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해 나갈 것이다. 한국문화가 세계에서 사랑받는 한류 3.0 시대,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태권도·화투·한글…한류 '컬처노믹스' 일등공신 이유있네

한류확산…이젠 전통문화다

고유 전통·풍속·유산 등 문화자원 상품개발 접목

새 브랜드로 재창조 성과


태권도는 한류의 원조다. 한국전쟁 후 미국으로 나간 유학생들이 씨앗을 뿌렸다. 이후 무술영화 붐을 타고 전 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중심에 이소룡의 무술연기가 있었다. 그는 한인태권도 이준구 사범으로부터 태권도를 익혔다. 

지금은 전 세계 웬만한 나라에는 태권도 사범과 도장이 진출해 있다. 1994년에는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확산에 불을 질렀다. 한국의 스포츠를 전 세계인의 공인 스포츠로 규정한 것은 국격을 끌어올린 쾌거였다. 

해외에 나간 사범들이 즐겼던 한국음식은 드라마에 앞서 한류를 일으키는 요인이 됐다. 해외 수련생들은 스승이 즐겨먹는 음식에 처음에는 질겁했다. 고추장의 매운맛과 혀끝을 자극하는 마늘맛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김치와 불고기 등은 외국인들에게도 친숙하다. 

우리말을 확산시키는 효과도 거뒀다. ‘차렷’ ‘돌려차기’ 등 우리말 구호들을 외국인들도 그대로 사용한다. 태권도의 정신과 철학도 함께 전수한다.

도복 등 관련 장비 산업도 커지고 있다. 특히 올림픽 경기에 필요한 헬멧이나 보호대 등은 큰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다만 해외기업에 밀린 한국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다. 

태권도와 함께 화투, 한글도 산업화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 사람은 모였다 하면 고스톱’이란 말이 있다. 1950년대 일본에서 개발된 고스톱(Go-Stop) 또는 고도리(일본어·五鳥)는 한국 놀이문화사에서 일찍이 대중성을 확보한 ‘국민 오락’이다. 

고스톱이라는 문화가 영상 작품이나 디자인, 게임 등의 소재로 활용되면서 문화의 산업화를 일컫는 ‘컬처노믹스’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고스톱을 소재로 한 영화 ‘타짜’는 흥행에 대성공했다. ‘타짜’는 684만명을 동원해 역대 한국영화 흥행 13위에 올랐다. 제작비 51억원을 투입해 약 80억원의 순수익을 얻었다. 

화투의 시장 규모는 수조원대로 추정된다. 온라인, 모바일, 비디오 등 게임 산업의 소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게임 포털에 등록돼 있는 고스톱 게임은 지난 1월 말 현재 500개가 넘는다.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 DS의 게임타이틀로 출시되는 등 휴대용 게임으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홍은주 디자이너는 화투의 디자인을 옷의 패턴에 적용했다. 다른 아티스트들은 미술과 주얼리 디자인 등에도 화투를 소재로 활용했다.

한글은 쓰기 편할 뿐 아니라 미적으로도 우수하다. 직선과 나선, 삼각형, 원 등 순수 기하학적 형태미를 보유해 응용하기 쉽고 패턴 인식도 뛰어나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한글을 작품의 모티브로 활용한 대표적 디자이너다. 2006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패션쇼에서 그는 한글패션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후 세계적인 패션쇼 ‘프레타포르테’에서 연속으로 한글 디자인을 선보였고, 휴대폰 침구 주방용품 담배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한글이 중국문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우리 문화라고 생각한 이건만 디자이너는 아예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한글과 전통문양의 예술적 아름다움을 현대와 접목시킨 넥타이 스카프 핸드백 등은 소비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디자이너 정영숙 씨, 한복디자이너 박술녀 씨, 주얼리 디자이너 김정주 씨 등도 훈민정음을 프린트한 넥타이, 한복치마, 목걸이, 반지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나온 상품 수는 1000여개다.

한글배우기 열풍을 타고 다른 교육 사업도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 족은 한글을 공식 언어로 채택했다. 일본과 동남아 각국에서는 한글 수강생들이 늘면서 관련 출판사업과 학원 사업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정민 홍익대 교수 겸 창조산업연구소장은 “고유의 전통, 풍속, 유산 등 풍부한 문화 자원을 상품에 접목하는 사례들이 날로 늘고 있다”며 “제조업과 경영, 마케팅 분야와 국가브랜드 등에도 전통문화를 접목해 재창조하는 시도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