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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금사월보다 스타워즈가 더 막장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12. 22. 18:39

SF 영화의 전설 '스타워즈'가 10년 만에 일곱 번째 시리즈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로 귀환했다.ⓒ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드라마 '내 딸, 금사월'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악역 때문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악역을 등장시키는 예가 텔레비전 드라마에 빈번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드라마와 차별적인 점으로 모녀 악역을 등장시켰다. 

강만후(손창민 분)는 친구 오민호(박상원분)를 범죄인으로 만들고, 회사를 탈취했다. 친구 오민호의 아내 득예(전인화분)도 눈속임을 통해 자신의 아내로 만들고, 득예의 아버지를 죽음의 위험에 빠뜨린다. 강만후의 어머니 소국자(박원숙 분)는 득예의 어머니(오미연 분)를 방치, 결국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벌이는 인물들이다. 당연히 주인공들, 여주인공들은 악역들에 대한 복수극을 펼친다. 

이 드라마는 복수의 막장극으로 이름을 얻은 김순옥 작가의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시청자들이 눈길을 줄 수 밖에 없는 텔레비전 드라마의 속성에 맞게 캐릭터의 설정과 서사구조의 전개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에도 어이없는 악역들의 등장을 통해 시청률 흥행에서는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악인들이 벌인 악행을 밝히고 제자리로 돌려 놓으려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드라마가 결말에 이를 때 얻는 것은 진일보가 아니라 제자리이다. 

영화 '스타워즈'는 전세계적인 흥행 성적을 거둔 작품이지만, 최고의 막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아버지가 아들을 죽여야 하는 설정이 있기 때문이다. 아들 루크 스카이워커는 아버지 아나킨 스카이워커(다스 베이더)의 목숨을 뺏어야했다. 아버지가 악당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막장 상황설정에서 '아임 유어 파더(I'm your father)'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 설정에서는 최소한 아버지가 악당이고 아들은 선한 주인공이었다. 

최근 '스타워즈 에피소드 7'에서는 역시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설정이 등장하는데, 이번에는 아들이 악당으로 등장한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아들은 아버지에게 칼을 꽂는다. 막장급으로는 역대 최고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설정은 소포클레스가 지은 '오이디푸스 왕'의 캐릭터와 서사 구조에 빚을 지고 있다.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가는 비윤리적인 내용은 같지만, 다행히 어머니와 결혼은 하지 않는다. 

스타워즈 일곱번째 에피소드에서 아들이 아버지의 목숨을 빼앗는 설정은 그 인과적 개연성 차원에서 뜬금없어 보인다. 정말 진정한 막장이라고 생각되는 이유이다. 다스 베이더의 탄생은 그래도 그 인과적 개연성 때문에 아들과 아버지가 적대적으로 대결을 벌일 수 있을 상황이다. 아나킨 스카이 워커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 덕분인지 모른다. 어떻게 보면 스토리 전개에서 막장적 구조도 격이 있고,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럴수록 대중적 공감이 이뤄질 수 있다. 

디즈니사는 4조원에 이르는 돈을 주고, 루카스필림에게서 스타워즈를 모두 인수했다. 그리고 디즈니 전략에 맞춰 마케팅을 하고 있다. 디즈니의 전략은 사람들의 생애주기에 맞춰 컨텐츠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 익숙한 디즈니 캐릭터와 스토리를 바탕으로 성인이 되고, 자녀의 부모가 되며, 손자 손녀를 본 이들이 같이 아이들과 찾을 수 있는 콘텐츠 상품과 공간을 꾸며냈다. 

즉 디즈니 문화 마케팅 전략에는 전세대를 관통하는 긍정의 문화코드가 있어야 한다. 이번 개봉작도 추억을 불러일으킬만한 캐릭터와 소품의 등장을 통해 신구세대 특히 가족과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로 만들었다. 키덜트 요소를 부가하여 관련 캐릭터 상품들을 강조하고, 새롭게 출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마도 디즈니 가족주의 전략에 맞추려면 완전한 막장 스토리여서는 곤란할 수도 있다. 예컨대, 아들이 죽인 줄로 알았던 아버지가 살아돌아오는 이야기구조이어야 디즈니 가족 친화적 코드에 맞을 것이다. 물론 스타워즈에는 단순 막장이 아니라 조셉 캠벨의 영웅의 귀환이라는 서사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한 서사구조에 익숙하지 않는 문화권이 있을 수 있지만, 막대한 물량 공세의 헐리웃 영화 전략에 한국 사람들도 점차 그에 친숙해지고 있다. 말도 안되는 오락영화이지만 적어도 튼실한 배경 철학이나 문화원형이 있다. 

한국의 콘텐츠들이 막대한 물량 공세로 세계를 공략할 수는 없겠지만, 막장의 설정일지라도 그 철학적이나 문화 원형적인 배경을 튼실하게 구성하는 것이 설득력을 높여 좀 더 수용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예컨대, 영화 '올드보이'가 대표적이다. 영화와 드라마를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디지털 모바일 환경 때문에 갈수록 텔레비전과 영화의 매체적 경계가 사라지고 있으니 이를 융합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