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김주원은 진짜 길라임의 결혼상대자일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9:57

<김헌식 칼럼>김주원은 진짜 길라임의 결혼상대자일까

 2011.01.16 06:56

 




[김헌식 문화평론가]대중문화콘텐츠는 대중들의 가치를 반영한다. 대중문화콘텐츠 가운데 가장 선호되는 드라마도 예외는 아니다. 대중문화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현실도피라는 점이 흔히 지적된다. 도피는 매우 부정적인 말로 쓰인다. 대중문화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무엇인가를 반영하고 채워주기도 한다. 이에 현실도피는 다른 말로 하면 결핍충족을 말하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충족할 수 없는 점을 대중문화에서 얻는 것이겠다. 드라마의 캐릭터를 선호한다면 현실에서 그러한 캐릭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선호는 시공간에 따라 다르다. 절대적으로 대중은 하나의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 시간과 공간에 따라 변화한다. 따라서 미국 대중의 특징과 한국 대중의 특징은 다르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인기 있는 드라마가 미국에서 인기 있으리란 법은 없다. 또한 미국 드라마가 한국에서 줄기차게 인기가 있는 것 같지만 모든 드라마가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드라마 콘텐츠 가운데 일부가 그러할 뿐이다. 인기 있는 미드도 수용자가 여성이냐 남성인가에 따라 선호도는 갈린다. 예컨대 < 위기의 주부들 > 이나 < 섹스앤더시티 > 는 주로 여성이 즐긴다. 

드라마 < 시크릿 가든 > 의 선호는 여성들이 압도적이다. 여성의 인기 캐릭터 김주원(현빈)은 ´차도남´이나 ´까도남´으로 불린다. 차도남은 차가운 도시 남자이고, 까칠남은 까칠하고 도도한 남자의 줄임말이다. 이 둘은 별개로 분리되어 있지만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까칠하고 도도하면서 차가운 도시 남자이다. 개성과 감각을 지니고도 자존심은 강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남자가 어떻다는 말인가이다. 두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부잣집 출신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가난한 여성주인공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여성 주인공을 사랑하는 것이 왜 이 드라마를 주목하는 여성들에게 어필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가난한 여성 주인공과 동일시의 감정이 생기고, 감정이입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도덕적 윤리적 판단이 개입한다는 것이다. 가난하고 주목받는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착하고, 선하게 살면 잘 생기고 잘 살면서 멋진 남성이 자신을 사랑해주리라는 기대감을 충족시킨다. 

물론 착하고 선하게 산다는 윤리적 관점은 너무나 상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중심적 편향이 발생한다. 현실에서 자신을 악당이나 악녀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적어도 선하게 살려고 노력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끊임없이 악녀와 악당으로 지칭되는 이들은 끊임없이 탄생한다. 자신을 악당이나 악녀라고 호칭하면 격노한다. 현실에서 악당이나 선한 자나 하나님에게 기도하듯이 악당이나 악녀도 길라임에게 자신을 투영한다. 

이러한 편향 현상은 '사랑'에서도 발생한다. 드라마 < 시크릿 가든 > 에서 김주원은 남들에게는 까칠하고 도도하고 못되게 군다. 하지만 사랑하는 자신의 연인에게는 한없이 자상하다. 남들에는 막말을 퍼부으면서도 자신의 연인에게는 꼼짝 못한다. 연인이 멋대로 행동해도 그것을 감내한다. 어떤 남자들보다 열정적으로 사랑한다. 물론 그 사랑은 여성들이 생각하는 방식대로다. 

이러한 점들은 현실의 연인과 배우자에게서는 얻을 수 없는 결핍된 것들이다. 한 조사에서 김주원과 같은 인물이 직장 상사로 부임한다면 대부분 반대한다는 의견과도 연결되는 점이다. 조직의 상하관계는 연인의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못된 까칠하고 도도한 행태들이 그대로 자신에게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길라임과 김주원이 백화점 매장의 직장상사와 직원으로 만났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김주원은 평생 배우자로는 어떨지 상상해볼 수도 있다. 이 점도 논란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주부들이 김주원과 같은 캐릭터를 선호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데 이는 한국문화의 특수성에 따른 대중콘텐츠의 선호 차이와 관련된다. 김주원은 미국 드라마 캐릭터로 선호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의 남성들은 결혼 전에는 열정적으로 사랑해준다. 적어도 자신이 상대방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그 신호와 상징들을 보여주기 바쁘다. 여성들은 그 신호와 상징들을 통해서 사랑의 정도를 파악한다. 그 사랑의 정도가 결혼이후에는 더 높아지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연애기간에는 서로 떨어져 있지만, 부부관계에서는 항상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사랑의 정도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혼이후의 삶은 현실과는 많이 다르다. 

남성들은 수많은 경쟁 속에서 여성들을 쟁취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단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자신의 평소 행태보다 오버하게 된다. 때로는 다른 남성들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뻥을 치거나 심지어 사기를 치기도 한다. 빚을 지기도 하고, 없는 자원을 지인들에게서 빌리기도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열정과 에너지를 모두 투입하는 것이다. 이것의 수혜를 받는 여성의 입장에서는 환상적인 기분에 빠질 만 하다. 어느 남성에게도 얻지 못한 경험을 만끽할수록 선택한다. 하지만 그 선택은 현재적인 것이 아니고 미래적이다.

일단 결혼에 골인하면 남성들은 오버의 궤도에서 자신의 본궤도에 안착하게 된다. 이제는 내 여자라는 진화생물학적인 승리의 도취는 안심의 단계를 넘어서서 방관의 단계로 나아간다. 약속들은 하나둘 지켜지지 않는다. 열정의 에너지들은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이 사랑이 식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한국에는 아직 가부장적인 문화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일임을 용인하는 의식이 아직 많다. 

남성들은 약속과 공약에서 벗어날 방도가 많고, 여성들은 그것에서 불리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현실에서 김주원과 같은 드라마 캐릭터는 여성들에게 열정적인 선호의 대상이 되겠다. 겉으로는 도도하고 까칠하지만 무엇인가 빈 허점이 있어서 여성들이 통제감을 발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의 허구성도 ´구미호와 이승기는 행복했을까´라는 글에서 살펴본 바가 있다. 김주원에 대한 매력도 연애에만 한정되기는 마찬가지일 수 있다. 오히려 그 이후까지 계속 이어진다면 비현실적이다. 미국에서는 결혼후에도 더 잘해야 하니 김주원같은 캐릭터는 덜 선호된다. 

김주원과 같은 캐릭터가 결혼 생활에서 위험할 요소는 하나 더 있다. 남들에게는 까칠하고 못되고 공격적이면서 자신의 연인에게는 한없이 열정적이고 매력적이며 사랑스러운 것은 역전될 소지가 크다. 즉 사랑과 열정이 진정되거나 이제는 내 여자라는 안주의 심리는 일상의 자신으로 돌아오게 한다. 즉 남들에게 한없이 날카롭게 돌리던 화살이 바로 자신의 아내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잣집도련님이 가난한 자신의 배우자에게 그러한 행동을 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다만 < 시크릿 가든 > 에서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며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 소방관의 딸이 길라임이라는 설정을 통해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즉 자신의 목숨을 구한 소방관의 딸인 아내에게 설마 김주원이 공격의 화살을 들이대겠는가 하는 점이다. 하지만 도도하고 자존심이 강한 김주원의 캐릭터로 봐서는 자신의 도덕적 윤리적 약점을 쥐고 있는 존재가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겠다. 그것은 신경증과 히스테리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권태기에 김주원의 공격성은 감당할 재간이 없겠다. 더구나 마마보이 기질이 현실이라면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