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국가 만들기

급식체라는 말은 정말 타당할까요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7. 11. 12. 08:26

-급식체의 정체는?


최근 많은 매체들에서 급식체라는 단어가 오르내렸다. 개념 정의는 급식을 먹는 10대들이 주로 쓰는 말이라고 한다. 오지다, 커엽다, ㅇ ㅈ, 앙 기모띠 같은 단어들이 그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항상 매체는 새로운 뉴스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런 신용어들에 대해서 다뤄낸다. 그러나 이 급식체라는 용어는 편견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좋게 말할 수 없다.


우선 그 출처가 어디일까 볼 필요가 있다. 디시인사이드나 유튜브 같은 곳에서 개인방송진행자들이 급식체를 쓴다고 했다. 청소년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말들이 아닌 것이다. 결국 누군가 급식체라고 규정한 것이다. 몇 가지 사례를 살피면 우선 "커엽다"는 야민정음에서 온 용례이다. 이런 말들은 10대들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o ㅈ와 같이 축약어는 요즘 유행하는 단어 조합이다. 이런 식으로 말을 만들면 10년 전에는 공격에 시달렸다. 앙기모띠같은 단어는 음란물에서 나온 단어로 여성 혐오가 포함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쓰지 말아야 할 단어인데 자기 스스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의미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오지다, 지리다는 이미 표준어로 있는 단어이다. 표준어를 마치 신조어로 규정하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사례들을 보자면 이렇게 급식체라는 말이 얼마나 급조되어 있는 지 알 수가 있다. 기존에 있는 단어들을 묶어서 10대의 신조어 유행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말을 쓰는 10대 청소년들을 낮게 보고 있는 것이다. 급식을 먹는 세대가 쓰고 있는 말이라고 규정하는 것 자체가 청소년들을 자율적인 주체로 보지 않고 있는 것을 말한다. 


당연히 10대들은 항상 새로운 정체성을 갖으려고 노력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성 세대와 다른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찾는다. 그런데 이 10대들 조차 한국 사회에서는 끊임없이 쏠림 현상이나 유행에 휩쓸린다. 그렇다고 해도 모든 10대들이 이런 급식체 안에 있는 유행어들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결국 일부에 한정되는 것이다. 그것이 마치 전체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일반화의 오류의 전형에 해당한다.


요즘에는 신조어 체크리스트를 통해 아재나 꼰대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으로사용되고 심지어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어 씁쓸함을 던져주기도 했다. 신조어는 누가 어떤 의도로 부각하고 확장하는지 그 단적으로 본질을 알 수 있다. 신조어 비즈니스인 셈이다. 무엇보다 신조어는 세대에 따라 곧 변한다.


 신조어들은 적극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워싱턴 포스트, 타임즈나 뉴욕타임즈 스스로도 용어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 신조어는 만드는 사람들이 나름대로 배경과 맥락을 가지고 만들어내야 한다. 스스로 가치의식을 가지고 만들어내야 의미가 있고 자신있게 그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 급식체를 쓴다는 청춘들이 자신이 쓰는 말을 급식체라고 말할까.


가려진 시간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기욤 뮈소의  소설 '가려진 시간'은 한국에서도 영화화가 되었는데 주인공들은 자신들만의 언어를 통해서 귀중한 진실을 전한다. 신조어는 하나의 언어이다. 누구나 언어를 창조할 수 있다. 그 언어를 창조하는 것은 스스로 자율적으로 할 것이며 그것에 바탕을 두고 공감을 얻어가야 한다. 청년 세대들 스스로가 그런 정신을 갖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글/김헌식(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