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연구

금씨, 조선 무너트린다 소문에 ‘어명’ …김씨로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3. 2. 19. 18:05

이성계가 김씨로 바꿨다?




금씨, 조선 무너트린다 소문에 ‘어명’ …중국은 李씨 8% 최다

[이브닝신문/OSEN=김미경 기자] ‘성을 간다’는 말을 쓸 때가 종종 있다. 어떤 논쟁이 벌어 졌을 때 자신의 확고함을 조상에 걸고 맹세한다는 의미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성은 나(我)를 가리키는 가장 짧고도 쉬운 표현인 셈이다. 이랬던 성(姓)이 바뀌고 있다. 양성이 되거나 성을 뺀 이름만 쓰는 경우다. 귀화인도 늘면서 희귀한 성도 생겼다. 변화의 물결을 맞고 있는 우리나라 최다 성씨 순위는 예전처럼 여전할까. 그 물음으로 이번 지면은 출발했다. 1985년 이후 15년만에 나온 2000년 통계청 집계가 가장 최근의 내용으로 이를 토대로 했다. 
 
길에서 만난 아무개는 김씨, 이씨, 박씨, 최씨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상위 10대 성 중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64.1%)이 절반을 넘기 때문이다. 한국인 5명 가운데 1명이 김(金)씨다. 10명중 2명꼴로 김씨를 만난다는 확률이다. 

귀화인을 뺀 한국인의 성은 모두 288개, 본관(本貫)은 4179개다. (귀화인과의 결혼으로 창성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전체 인구의 5분의 1인 992만6000명 정도. 김수로왕계의 김해김씨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김알지계의 신라김씨 계통이다. 김씨는 고려 때까지 금씨로 불렸는데, 음양오행에 따라 이씨 조선을 무너트릴 것이라는 불길한 소문을 염두에 둔 태조(이성계)의 명으로 쇠금이 아닌 성김으로 바꿔 부르게 된 것으로 일부에서 말하고 있다.

각 나라의 성씨제도는 언제부터 생겼을까. 여러 설이 있지만 아무래도 중국에서 제일 먼저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론이다. 중국에서는 약 5000년전부터 성씨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 13억 중국의 성씨 순위를 보면 7.9%가 리(李)씨, 그 다음이 왕(王·7.4%)씨, 장(張·7.1%)씨다. 일본의 경우 스즈키가 1위이고, 2위는 사토, 3위는 고바야시씨다. 영어권에서는 스미스 패밀리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은 존스, 윌리엄스, 테일러, 브라운, 데이비스 순으로 알려졌다.

우리 사회에서 성은 그 뿌리가 깊다. 결혼한 여성이 남편의 성을 따르는 일본이나 서양과 달리 친정아버지의 성을 그대로 쓰는 것만 봐도 그렇다.

최근 들어서는 성을 쓰지 않는 이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성을 빼고 이름만 쓴다. 성씨 자체가 가부장제의 산물이라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부모 양성을 쓰는 경우도 많아졌다. 혈통주의에 반대하고 모계를 확인하자는 의미에서다.

기존에 없던 성씨도 늘어났다. 귀화인들이 늘어난 게 원인이다.

방송인 로버트 할리씨는 한국에서 살던 부산 영도를 따 ‘영도 하씨’를 창성했고, 1986년 귀화한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역시 ‘독일 이씨’의 시조가 됐다. 아예 독특한 성씨를 새로 만든 경우도 있다. 프랑스 출신 방송인 이다도시씨는 본관 없이 ‘도시’를 성으로 등록했다. 이외에도 즙씨 누씨 묘씨 내씨 삼씨 초씨 망절씨 소봉씨 어금씨 등은 100명이 안되는 성씨로 등록돼 있는 상태다.

이제 이름에서 혈통이나 출신지역을 알아내는 것은 무리일 듯싶다. 혈족을 나타내기 위하여 붙인 칭호이자 주로 아버지와 자식 간에 대대로 계승된다는 국어대사전의 성에 대한 풀이도 곧 있으면 바뀔지도 모른다. 

kmk@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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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민의 중국은 지금] 전쟁과 성씨(姓氏), 그리고 비즈니스

중국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다. 광활한 대륙은 여건이 허락한다면 누구나 점령하고 싶은 매력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땅을 넓히기 위해 싸워야 했고 기존 땅을 지켜내기 위해 다시 싸워야 했다. 춘추전국시대인 500여년 동안 700여건의 전쟁이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다.

전쟁은 성인 남자를 제명에 못살게 만드는 운명으로 내몬다. 모두가 부러워했을 중국 황제의 삶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일반백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역사상 황제라는 칭호를 받은 사람은 모두 209명이라고 한다. 이들의 평균 수명이 38세에 불과하였다. 불로초와 같은 좋은 약재와 음식도 전쟁 앞에선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들 황제 중 3분의 1이 제명을 누리지 못하고 죽임을 당하거나 자살하였다고 한다.

전쟁에서 승리하면 성씨를 하사받아 시조가 되고 패자는 스스로를 숨기기 위해 성씨를 새로 만들다. 그래서 중국에서 성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데 정확한 숫자는 ‘아무도 모른다’가 정답이다. 중국에서 성씨하면 떠오르는 서적이 북송시대(서기 1,100년)에 쓰여진 백가성(百家姓)이다. 이 기록에 의하면 중국인의 성씨는 모두 494개라고 한다. 그러나 명대에 와서는 3천여 개로 늘어났으며 고대부터 현재까지 한번이라도 사용된 성씨는 8천개에 달한다는 기록도 있다. 중국인의 성씨가 1만2천개라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중국 영토가 넓어지면서 55개 소수민족의 성이 대거 포함된 결과로 풀이된다.

전쟁은 믿을 사람은 혈연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전쟁은 이해타산에 따라 배신이 난무하여 오늘의 친구가 내일에는 적의 자리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중국에서 비즈니스 전쟁의 출발점은 성씨(혈연)를 확인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귀하의 성(姓)은 무엇입니까? 고향은 어디입니까? 중국인들은 인사하면서 이름 전체를 말하는 우리와 달리 통상 성만 이야기 한다. 그리고 성에 직함이나 선생이라는 말을 붙여 호칭한다. 현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성씨나 족보에 대한 중국인의 의식이 적지 않게 희미해지고 있지만 인간관계가 중시되는 중국에서 상대방의 성을 파악하는 것은 상대를 알아가는 첫 번째 단계로 여겨진다.

성씨문화는 네트워크와 합종연횡으로 자기 세력을 키우는 비즈니스로 연결되었다. 한때 중국 부호 순위 1위였던 롱즈젠(榮智健)은 롱씨일가 네트워크로 유명하다. 전세계에 퍼져 있는 200여명의 롱씨 일가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전개해 부를 쌓고 있다. 전세계에 6천만 명으로 추정되는 화교가 왜 번성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델이다. 또한 그는 기업을 사고 파는 M&A(인수합병)로 부에 부를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양 비즈니스 모델인 M&A에 오히려 중국인들이 더 능하다고 평가한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적과 손도 잡아야 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투자에 나서는 것이 M&A원리와 같기 때문이다. 전쟁의 때를 기다리는 전술은 상품을 출시할 타이밍을 찾는 나침반을 제공한다.

또한 성씨에 대한 기본 지식은 중국에서 비즈니스 무대를 보다 부드럽게 해준다. 첫 대면에서 같은 성씨이거나 고향까지 같다면 그 다음 비즈니스 관계는 순풍에 돛단듯 거침없이 나가게 된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주요 성씨 분포가 비슷하다. 실제로 한국에서 2위인 이(李)씨는 중국에서 1위이고 한국에서 주요 성으로 분류되는 장(張), 오(吳), 조(趙)씨가 중국의 10대 성씨에 들어간다(물론 같은 성씨라고 기원도 같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또한 공자의 고향인 산동성 취푸(曲阜)를 본관으로 하는 공씨가 한국에도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당선에 중국 허난성 판(潘)씨 집성촌이 기쁨의 도가니였다고 하니 혈연은 국가를 뛰어 넘는다.

중국인과의 중요한 비즈니스 상담을 앞두고 상대방의 성씨와 고향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양의 비즈니스 에티켓에 대한 공부는 당연시 하면서 중국인의 문화와 삶을 지배하고 있는 성씨와 지역성(고향)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우리의 현실에 반성을 가해야 한다. 사활이 걸린 비즈니스에 술과 음식으로 승부하기보다는 이제는 문화로 접근해야 하는데 상대의 성씨를 알고 이를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수출입과 M&A 등에 있어 중국의 협상력은 전쟁에서 목숨을 걸고 수천년 동안 갈고 닦은 것이라는 사실에 염두에 두고 철저하게 대배해야 한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FTA통상실 실장(choi@kita.net)]

■He is…

’중국은 지금’과 ’중국비즈니스 체크포인트’ 저자,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 북경지부 근무, 중국대외경제역무역대학 연수, 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