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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약과 독?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8:54

<김헌식 칼럼>국민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약과 독?

 2010.08.12 10:00 | 수정 2010.08.12 10:01

 




[김헌식 문화평론가]방송 프로그램의 인기 요인을 분석할 때, 그 콘텐츠 자체만 분석하는 경향이 있겠다. 대중 저널리즘에서는 몇 가지 요인으로 압축하는 경향이 많은데, 그 원리, 요인을 다른 작품에 적용해 제작을 해도 똑같은 인기를 얻기는 쉽지 않다. 외부 변수가 상당히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문화 심리가 변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방송 시스템의 요인도 있다. 즉 편성 전략의 여부도 드라마 콘텐츠의 성공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다른 채널에서 더 재미있는 프로를 하게 되면 그 작품으로 많은 시청자의 채널 선택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 때문에 상당히 좋은 콘텐츠도 낮은 호응도를 갖게 되고, 낮은 수준의 작품도 시청률을 높게 기록할 수 있는 것이 방송 시스템이다. 

수목 드라마 < 제빵왕 탁구 > 도 이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오히려 이 작품의 편성전략은 과감하게 대작들과 맞붙은 것이다. 외부적 전략이다. 하지만 전혀 콘텐츠 자체의 무기를 구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 나쁜 남자 > 는 스타파워에 기대고 있었다. 

더구나 트렌드 드라마의 특성도 보여주고 있었다. 최소한 드라마 < 선덕여왕 > 은 김남길의 간판효과가 확연한 드라마였다. < 로드넘버원 > 은 소지섭 등 스타파워에 제작비를 겸비하고 있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 되었다. < 제빵왕 김탁구 > 는 스타파워도 없었고, 많은 제작비를 들일 수 있는 여건도 아니었다. 

결국 다윗이 이기는 셈이 되었다. 두 가지 점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 나쁜 남자 > 와 < 로드넘버원 > 자체의 콘텐츠가 대중적 선호를 받기에는 결핍이 있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는 셈이 되었다. < 나쁜 남자 > 는 나쁜 남자의 대중적 코드를 잘못 이끌어 갔다. 

< 로드 넘버원 > 은 전쟁의 코드가 드라마의 주요 시청층에 부각되도록 만들어야 했지만, 멜로의 기본적인 속성을 사랑 이야기와 잘못 혼동하여 시청률의 외연을 확대하지 못했다. 이는 드라마 < 전우 > 와 같이 전쟁 전투에 집착한 결과와 맥락을 같이 한다. 

사실 < 제빵왕 김탁구 > 라는 드라마에서 그 인기비결을 색다르게 할 수 없는 것이 별로 없겠다. 다윗의 전략은 전형성과 통속성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드라마 시청층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분석한 결과일 것이다. 출생의 비밀, 불륜, 석세스스토리, 삼각내지 사각의 애정구도, 핏줄의식-혈연주의, 가족주의가 주요 코드이다.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 하녀 > 의 구도와 많이 비슷해서 기시감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영화 < 하녀 > 의 텔레비전 드라마 버전이 아니가 싶게 했다. 이 작품의 차별점은 이러한 전형과 통속성-대중이 익숙하고 무난해하는 코드에 충실했다. 이를 잘 소화할 수 있도록 전광렬, 장항선, 전인화, 정성모 등 중견배우들을 안정적으로 배치하고 신인 윤시윤의 캐스팅 파워의 한계를 넘어섰다. < 나쁜 남자 > 나 < 로드넘버원 > 은 이러한 안정적인 중간 허리가 상대적으로 약했다. 

사실 이 드라마의 시청률 40%가 내포하고 있는 비밀은 일일드라마와 수목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결합이다. 일일 드라마보다는 속도의 전개가 빠르지만 통상적인 미니시리즈보다는 속도가 느리다. 시청률에서 멀어지는 젊은 층보다는 일반관객들을 끌어 모으게 된다. 즉 시청자의 외연을 확장시킬 수 있는 것이겠다. 

특히 방학을 통해 청소년까지도 충분히 끌어안을 수 있다. 통속극과 트렌드 드라마가 드라마의 결합한 독특한 사례이다. 트렌드 드라마의 속성으로 '제빵'에 관련된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성공스토리와 결합해 내면서 젊은층이 통속적 전형성 속에서 지루해하지 않게 했다. 이름 자체가 만화적이다. 특히 일본만화에 익숙한 세대를 적절하게 유혹한다. 

대중 미디어인 텔레비전에서 전형성은 변주를 원하는 반주와 같다. 사람들이 원하는 빵맛이 있지만 항상 같은 빵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약간은 다른 빵을 원하지만, 아예 빵이라는 틀을 벗어나면 더 이상 찾지 않는다. 방송 시청자들은 기본적인 사회문화 코드를 바탕으로 약간은 새로운 내용들이 첨부되기를 바란다. 

만약 이러한 점을 충실하게 반영한 < 제빵왕 김탁구 > 가 없었다면 < 로드넘버원 > 이나 < 나쁜 남자 > 가 시청률을 양분해갔을지 모른다. 그것은 트렌디한 드라마로 대중적 선호의 폭을 넓히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들의 선호코드인 나쁜 남자는 이런 점에서 마니아를 양산했어도 시청률에서는 중과부적이기 때문에 반드시 월드컵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 영화 흥행의 비결인 휴전선 휴머니즘이 아니고 불가항력적인 전쟁 멜로의 속성도 아닌 삼각의 사랑이야기는 대중적 몰입을 이끌기에는 불가항력적이었다. 하드웨어는 충분했지만, 그것의 소프트웨어는 부족했다. 

하지만 < 제빵왕 김탁구 > 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과연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을 대변해 줄 수 있는 것일까. 어쨌든 김탁구에게는 부유한 아버지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던 것 아닌가. 그렇지 않은 우리들의 아버지와 아들들은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이런 점들이 전형성과 통속성에 기본을 두면서 약간의 차별성을 추구해나가야 하는 대중콘텐츠의 근본적인 한계이기 때문에 항상 경계의 대상이 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