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개콘> 시청률? 붉은 여왕의 역설을 주의하라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2. 8. 15. 12:37
<김헌식 칼럼>뒤지는 것에 대한 선별적 대응이 관건.
김헌식 문화평론가 (2012.06.28 09:42:1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싸이월드공감 프린트하기 데일리안을 트위터에서 팔로우하기
시청률 20%를 상회하던 <개그콘서트>가 최근 18%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새롭게 시작한 코너들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이제 개그 소재가 수명을 다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동시간대의 드라마 <신사의 품격>이 선전을 한 덕이다. 20%에 육박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닥터진>도 12%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은 조금씩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이들 드라마는 상승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개그콘서트>가 안주하고 있거나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아무도 말 못한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점점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다른 드라마의 시청이 많으면 언제든 내려갈 수준이었다. 이럴 때 대부분 <개그콘서트> 자체에 대한 분석을 하기 마련이다. 이런 점이 안 좋고 저런 점은 개선해야 하고 등등 다양한 문제 진단이 나온다. 하지만 그러한 요소는 이미 시청률이 높을 때도 있었던 일이다.

같은 시간대의 경쟁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것은 1등이다. 광고 때문이다. 시청률이 낮아도 동시간대 1위의 시청률을 기록하면 되는 것이다. <개그콘서트>가 뒤진 것은 다른 드라마가 인기 요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드라마가 형편없었다면 시청률은 달라질 것이다. 즉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뒤짐을 대하는 태도이다.

◇ KBS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비상대책위원회' 화면 캡처.

예전의 SBS나 MBC의 개그 프로가 맥을 못 추거나 존재감이 없다시피 한 것은 이러한 점을 잘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다른 프로와 견주어 시청률이 안 나오자 모든 코너를 없애거나 인적 쇄신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이는 잘잘못을 선별적으로 구분하여 역량을 축적시키지 못하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개그가 마니아적으로 가거나 안전 지향적으로 흘러 대중성을 확보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것은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이러한 현상을 잘 설명해줄 수 있는 개념이 바로 <붉은 여왕 효과> (Red Queen Effect)다. 이 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유명한 루이스 캐롤의 책인 "거울을 통하여 (Through the Looking Glass)" 라는 책에 언급된 말이다. 붉은 여왕이 앨리스에게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는 말에서 비롯됐다.

어떤 대상이 변화를 하더라도 주변 환경이나 경쟁대상이 더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그자리를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을 이른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아니고 제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뛰어야 한다. 물론 더 앞서가려면 더욱 뛰어야 한다.

문화 산업 정책이나 경영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여기에서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다른 사람이 더 뛰었다면 뒤처지게 된다. 그렇다고 뛰지 않은 게 아니다. 정말 뛰지 않는 존재는 없다. 동화속의 토끼거북에만 나온다. 우선 다른 이들이 더 잘 뛰었기 때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붉은 여왕 효과의 역설이 여기에 있다는 점도 생각할 시점이다. 뒤처졌다고 열심히 노력한 과정과 행위를 분별없이 부정하는 현상을 말한다.

자칫 열심히 뛴 자신이나 조직의 행위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주의할 일이다. 그 뜀 자체가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이 더 잘했기 때문이다. 더 잘 뛴 대상을 탐구하는 한편, 지금까지 뛴 요인 중에 괜찮은 것을 골라 축적 계승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이들이 없는 상태라면 더 유리한 위치에 있거나 좋은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이러한 역설이 나오는 이유는 1위 여부에 따라 결과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시청률이나 1위 여부로 판단하는 콘텐츠 평가가 위험한 이유이다. 콘텐츠 자체를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는 역량과 전문성이 중요하다. 이는 사회경제, 정책적 결정이라도 마찬가지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