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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와 관련한 관료조직의 실수는 그 한류라는 문화 흐름을 국가 차원에서 해석해 태극기로 포장하는 것이다. 이는 '한류'라는 용어에서부터 시작된다. 정부는 그 단어를 써서는 안 된다.
비틀스와 영국의 록그룹이 미국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을 때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이란 말을 만들어 사용한 것은 영국 정부가 아니라 미국인들이었다. 영국 정부가 나서서 그 용어를 사용했다면 국가주의적인 느낌 때문에 미국 팬들은 틀림없이 거부감을 느꼈을 것이다.
작은 국가들이라면 상황은 다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중소도시 원주 크기의 나라인 바베이도스 정부가 가수 리하나를 자랑스럽게 알리고 싶어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류'의 일부로 '한국'을 강조하지 말아야 하는 진짜 이유는 예술 그 자체의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빅뱅, 2NE1, 비, 보아, 임재범, 브라운아이드걸스, 원더걸스, 소녀시대, 샤이니 등은 모두 한국 여권 소지자들이지만 그들의 음악은 그렇지 않다. 음악에는 국경이 없고, 오히려 이들의 음악은 한국 전통음악보다는 미국 문화에 더 영향을 받았다.
2009년 대만 정부는 7200만달러를 배정해 5년간 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문화, 창조산업 증진 법령'을 통과시켰다. 흥미로운 점은 다른 사람이 작곡한 곡을 부르고, 춤을 선보이는 '퍼포머'와는 다른 개념인 본인이 직접 곡을 쓰고 연주하는 싱어송 라이터들을 아티스트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대만은 라이브 밴드나 인디 밴드들의 해외 공연을 지원한다. 다르게 말하면 대만은 외양적인 부분이 아닌 재능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대만은 넥스트 코리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한류'라는 사고에서 벗어나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예술에 더 집중한다면 대만의 행보가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마이클 브린 인사이트커뮤니케이션즈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