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국가 만들기

시추놀이를 어떻게 봐야할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5. 6. 20. 10:55

-부작용 최소화하고 사회적 공공성 모색해야

 

글/김헌식(중원대학교 특임 교수, 정책학/문화정보학)

 

각종 불법 논란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에 대해 한 누리꾼이 72건의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추 놀이라는 신조어가 주목받았다.

 

시추하면 석유 시추공을 떠올릴 수 있는데, 시추의 사전적 의미는, 지하자원을 탐사하거나 지층의 구조나 상태를 조사하기 위해 땅속 깊이 구멍을 파는 일을 말한다.

 

시추 놀이는 땅에서 석유 같은 지하 지원을 파내는 것처럼 특정인의 과거 행적을 캐내 공개 확산시키거나 민원과 신고를 하는 인터넷 놀이 문화다.

 

특정 인물의 행적을 '디지털 발굴'하고 민원·신고로 이어지는 일종의 집단행동인데, 이러한 집단행동은 주로 일정한 커뮤니티에서 이뤄진다.

 

주로 백종원 대표가 출연한 영상 속에서 문제점을 찾아 위법 소지가 있을 경우 관할 기관에 조처하는 민원을 넣게 한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협업을 하기 때문에 집단행동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협업과는 별도로 특정 개인이 이 전 과정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혼자 이렇게 자료를 찾고 민원까지 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석유 시추를 할 때도 단 한 번에 성공하는 경우가 없고 많은 구멍을 뚫어본 이후에 그 결과를 알 수 있다.

 

지하자원을 캐내는 데는 그래도 과학적인 분석이 어느 정도 있기에 그나마 가능하다.

 

이런 과학적 분석이 어렵기 때문에 특정 인물의 과거 행적을 뒤져내는 일은 쉽지 않다. 더구나 백종원 대표의 경우에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많고, 벌인 사업이 광범위한 데다가 촬영한 방송 프로그램의 분량도 어마어마하다.

 

이는 자칫 황새 사냥법이 될 수 있다. 황새는 습지 등 먹이가 있을 만한 곳을 걸어가면서 부리로 여기저기 찔러가면서 사냥을 한다.

 

그런데 찔러대는 숫자를 보면 5분당 10회 정도이다. 10번 찍어서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지만, 황새는 10번 찍어 1번 정도 먹잇감을 찍으면 성공이다. 1당 미꾸라지가 1.5마리 정도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10번 가운데 9번이 실패인 셈이다.

 

그러나 환경오염 때문인지 이런 미꾸라지 같은 먹이는 점점 줄어드니 황새는 굶주릴 수밖에 없었다. 이는 당연히 번식의 어려움을 낳았고 개체수가 감소하는 현상을 불러왔다.

 

반대로 쇠백로의 경우에는 사냥 실력이 좋아서 숨어 있는 물고기도 찾아낼 수 있다. 만약 시추 놀이를 하는 이들이 잘 찾아낸다면 황새는 아니고 쇠백로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황새는 물론 쇠백로나 모두 절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듯 정보 시추 놀이를 통한 민원인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내용을 가지고 쇼츠나 유튜브를 제작하여 수익을 올릴 수 있겠지만, 순수한 의도와 행위도 분명 있다. 특정 개인의 행적에 대한 시추를 단지 재미로만 즐기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에게 어떤 이득이 갈지 알 수 없다. 단지 개인적인 만족감을 위해서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백종원 대표의 사례만 봐도 공공기관과 언론을 루머와 찌라시로 움직이게 하는 것과 달리 확실한 근거가 있었다. 따라서 시추 놀이로 규정하는 것이 본질적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공공기관이나 수사 기관에서 해야 할 일을 대신 해주는 점도 있다. 더구나 식품의 경우 국민의 건강에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식품 위생법이 깐깐하게 적용되는 이유일 것이다. 일반인들이나 그 대상과 달리 방송과 언론이 하지 않았던 일을 한 점은 일단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런 특정 개인의 정보 시추 행위는 공적인 검증과 교정 효과가 있다. 과거 정보 시추 행위는 특정 개인을 넘어서서 사회적 영향력이나 권력의 집행을 하는 유명인, 정치인, 공무원에 대해서 적절한 평가와 분별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이로써 우리 사회의 방향성을 반면교사 삼게 할 수 있다. 만약 잘못이 없는 것으로 판가름 된다면 그 개인은 더 당당한 입지를 갖게 될 것이다. 그것이 유명한 셀럽일수록 힘든 과정이 되겠지만 좋은 방향으로 결과가 나올 수 있게 모두 같이 노력해 가야 한다.

 

이에 따를 때 위험 요인도 분명 있다. 익명성에 기대어 편의적인 태도는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추 구멍을 사람에게 뚫어서 다치게 하면 안 되듯이 과도한 사생활 침해 행위나, 명예 훼손을 가하면 곤란할 것이다. 모욕죄, 정보통신망법 등에 저촉되는 경우, 형사법적 처벌이 가해질 수 있다.

 

마녀사냥식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있으면 곤란하다. 사적인 감정이나 응징을 위해 나서는 것도 객관적이거나 합리적인 정보 공유의 한도를 넘게 될 것이다. 이는 공무원 행정력, 수사력과 치안 인력 낭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수많은 지적과 민원은 민주 사회의 당연한 현상이고, 이에 대해서 대응하는 것이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의 책무라고 할 수 있다. 허황된 근거를 바탕으로 비방과 무고를 가해 고통을 주는 행위들도 결국 걸러내 줘야 한다.

 

공감과 이해,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법적 절차는 물론이고 윤리적 기준, 보편적 상식에 맞게 정보 시추가 이뤄져야 한다. 시추 민원인들도 결국 도덕적 윤리적인 기준은 물론 법의 잣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