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라웃 문화가 필요한 대한민국
글/김헌식(사회문화평론가/중원대학교 특임교수,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요즘 대중문화계에서 많이 사용되는 단어 ‘샤라웃’은 존중과 감사 등을 표시하는 언행을 말한다.
‘shout out’이라고 영어로 표기하는데 원래는 ‘소리 지르다’ 혹은 ‘(무엇을) 크게 외치다’라는 뜻이다. 그 맥락은 ‘생스 투(thanks to~)’와 비슷하게 쓰인다. ‘Shout out to 대상(사람)’이라 한다. 특정한 사람 때문에 일정한 결과가 있을 수 있었다는 의미이므로 ‘덕분이다’라는 맥락으로 사용되기 쉽다. 흔히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밝힐 때 감사의 인사로 쓰이기도 하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특정인을 언급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감사의 의미를 담아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 누군가를 언급하는 일’이라고 정의 내리기도 한다.
기업에서 샤라웃이 확산하기도 했다. 심지어 일반 기업의 조직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쓰는데, 이유는 리모트 워크(Remote Work)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서로 대면하지 않는 작업 환경에서 일을 하다 보니 서로의 역할과 기여를 부각해 줄 필요가 있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샤라웃은 미국 힙합 문화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래퍼들이 다른 래퍼들에게 사용하면서 비롯했다. 누구 덕분에 가능했다는 맥락이다. 그런데 그 대상이 되는 래퍼들은 유명한 래퍼들이 아니다. 랩 실력은 뛰어난데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래퍼들에게 샤라웃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즉 기성 래퍼들이 신인 래퍼들을 인정해 주는 언급이나 호칭에서 비롯한 셈이다. 특히 자신의 노래 가사에서 ‘shout out to~’라고 언급하는 것이 많았다. 이런 맥락에선 일반 사회에서도 숨겨진 조력자나 구성원, 공헌한 사람들을 부각할 때 사용한다.
K-pop 관련 방송 프로그램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3)의 영상이 샤라웃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1의 리더들로 구성된 팀 ‘범접’이 ‘몽경-꿈의 경계에서’라는 제목으로 메가크루 영상을 만들었는데 여기에 공공기관과 지자체, 기업들이 샤라웃했던 것이다.
각국 특징이 담긴 메가크루 영상 촬영 미션이 주어졌고, 한국의 ‘범접’, 미국 ‘모티브’, 일본 ‘오사카 오죠 갱’ ‘알에이치도쿄’, 호주 ‘에이지 스쿼드’ 등의 댄스 영상이 샤라웃의 대상이 된 것이다.
특히 범접의 ‘몽경-꿈의 경계에서’는 갓을 쓴 저승사자라는 문화 코드가 등장하고 갖가지 전통춤 즉 부채춤, 탈춤 그리고 상모돌리기까지 등장한다. 무엇보다 갓 쓰고 탈춤 추는 저승사자라니 우리의 관련 공공기관이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한국 전통문화가 융복합적으로 시각적 스토리텔링을 구가하기 때문에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진흥원, 국립무형유산원, 국악방송 등이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초대형 칼각 퍼포먼스라는 점에서 K-pop 댄스 퍼포먼스의 정체성을 확장시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공공기관과 지자체, 기업들이 샤라웃 함으로서 홍보 마케팅에 도움이 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생각해보면 샤라웃이 유명한 존재가 유명하지 않은 이들의 진가를 알리는 것과는 결이 다른 모습으로 전개됐다. 공공기관과 지자체, 기업들 때문에 범접의 ‘몽경-꿈의 경계에서’가 유명해진 것이 아닌 셈이다.
중요한 것은 이 사례가 더 이상 K-pop 댄스 퍼포먼스는 전통문화와 분리할 수 없고, 오히려 진화시키는 장르라는 것을 확증했다는 점이다. 특히 젊은 세대-미래 세대가 전통문화에 관심을 두고 계승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
분명한 점은 샤라웃 문화가 단순히 숟가락 얹기의 수준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일을 했을 때 숨겨진 조력자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조력자들은 매우 중요한 공헌이나 기여를 했음에도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런 사례는 대한민국이 성장해 온 역사 속에서도 많다. 기업의 리더들이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운 이면에 직원이나 노동자들의 노고가 있었다. 또한 그 직원이나 노동자들의 가족 구성원들의 뒷받침이 있었다. K-콘텐츠의 성장과 성공에는 수많은 여성 10대 팬들의 성원과 지지가 있었다. 영화와 드라마의 제작 스태프도 마찬가지다. 범접이 ‘몽경-꿈의 경계에서’ 쓰인 갓을 만든 사람, 의상을 준비하고, 영상 편집을 한 스태프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대한민국 구성원 모두가 샤라웃의 대상이다. 나이가 어리거나 존재감이 덜해도 그 능력과 업적에 따라 그 사람을 샤라웃 해주는 문화의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록 힙합 문화에서 시작됐지만 우리나라가 문화 강국이 되려면 샤라웃 문화가 널리 일상까지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