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비평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 문제 있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7. 3. 4. 19:37

유시민이 '썰전'에서 보이는 모습을 보고 많은 이들은 이제 유시민이 나아졌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나아졌다는 말은 대중친화적인 말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모난 것이 깎이고 둥글어졌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반드시 이렇게 깎이고 둥글어져야 하는 것일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많은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관점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중친화적인 모습을 위해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은 김대중 대통령이 텔레비전에 출연한 이후에 하나의 로직처럼 굳어지게 되었다. 이때 작용한 심리는 탈권위다. 방송 프로그램의 출연을 통해 인간적인 모습이 보여지면 많은 유권자들이 호감을 보일 것이라는 계산이 깔리게 되었다. 요즘에는 단순히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예능 프로램에 적극적으로 출연한다. 과거에 문재인 후보가 '힐링캠프'에 출연하거나 안철수 전대표가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여 대중적인 호감도가 크게 상승한 것도 이때문일 것이다.  '말하는 대로' 에서는 안희정 지사가 출연하여 안깨비, 충남의 엑소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대중문화의 유행어나 인기 캐릭터 스타와 견주어지는 것은 인지도를 높이는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어떤 긍정적인 점이 있는 것일까. 일부에서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 환기를 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점이 있다고 말한다. 딱딱한 정치 이야기를 방송 프로그램의 오락성을 결합하여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예능의 경우 이런 점이 강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언제나 있다. 그것은 한계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기초 서적의 딜레마'를 생각할 수 있다. 예컨대, 경제학의 기초, 철학의 A B C, 같은 책들은 관련 분야에 대한 입문을 유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 책만 읽고 관련 분야에 진전된 지식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방송은 다른 매체보다 분량의 제한이 강하다. 방송은 흐르는 매체이기 때문에 어떤 사안에 대해서 깊이감 있는 분량이 제한적이다. 여기에 예능 프로그램까지 생각한다면 더 말할 것이 없다. 정치인은 대중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어야 하지만 근본적인 것은 다른 데 있다. 그 역할이라는 것은 정치도 아니며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다.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사람인 것이다. 많은 매체들은 정치인을 단지 파워 게임을 하는 이들로 전제하기 때문에 마치 오락게임하듯이 그들을 다루는 경향이 있다. 정작 국민들에게 돌아갈 정책의 본질에 대해서는 파헤치지 않고 정치인 캐릭터만 가지고 오락물처럼 다룬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예능스럽게 다루는 것은 이러한 오류를 반복하는 것이라 보인다. 무엇보다 개별 정책나열은 대통령과 맞지 않는다. 정치인 가운데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어떠한 사람이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공약의 나열만이 존재한다. 국정운영을 하는 최고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단지 공약의 나열만을 입에 올려서도, 그것을 예능스럽게 다뤄준다고 찬탄의 대상이 되면 곤란할 것이다. 당장에 청와대를 어떻게 운영해야할까.  관련 부처를 어떠한 리더십으로 운영해야할까. 너무나 당연하게도 국정운영이 말을 잘하거나 이미지 어필을 잘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단지 미디어 정치를 통해 미디어의 파워만을 높여주는 것일뿐, 진정 민생을 위한 최고 리더를 뽑는데는 설득력이 없다. 


그러니 깎이고 부드러워지고 웃음을 띠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모습이 그를 정말 국정리더로 만들어주는 것일까. 그것은 연기를 잘하는 것에 불과하다. 정치인들에게 연기를 잘한다고 칭찬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웃기는 개그맨 탄생 축하.


글/김헌식(평론가)